BMW, 일감 줄어도 임금은 그대로? 비결은...

머니투데이 최인웅 기자 2013.07.0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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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세계는 일자리 전쟁중, 우리는...]<3부 2-3>BMW '일과 생활의 균형, 지속가능한 일자리 보호'

독일 뮌헨의 BMW그룹 본사/사진제공=BMW코리아독일 뮌헨의 BMW그룹 본사/사진제공=BMW코리아


22% vs 6.7%.
2005년 이후 6년 동안 독일과 유럽전체의 설비투자 증가율의 차이다. 독일 경제가 위기에 강한 것은 이런 설비투자에서 비롯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저성장과 고실업에 시달렸던 독일 경제를 회생시킨 주역은 바로 투자다. 강한 독일의 제조업 가운데서도 BMW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비결은 무엇일까.

◇장기적 일자리 보호를 위한 지속가능경영 최우선"=전 세계 13개국에서 28개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BMW그룹은 140개가 넘는 국가에 걸쳐 글로벌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다. 임직원은 10만5876명(2012년말 기준)에 이른다.



BMW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2009년 대비 지난해 성장률이 41%로 아우디(40%)와 폭스바겐(32%), 벤츠(26%) 등을 제치고 독일 내 최고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률(11.6%) 면에선 글로벌 자동차업체 중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BMW그룹의 기본전략은 한마디로 '미래의 성공과 장기적인 일자리 확보를 위해 지속가능 경영을 최우선한다'로 요약할 수 있다.



'스트래티지 넘버1(Strategy Number ONE)'을 기반으로 하는 BMW 그룹의 인사정책은 2008년에 시행된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자체 목표시스템(균형성과평가제도)의 범위 내에서 고용주로서의 매력, 경쟁력 있는 보수, 수요중심 기술, 뛰어난 리더십이라는 네 가지 분야의 목표를 설정했다.

BMW그룹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직원을 위한 장기적인 일자리 보호는 인사정책의 우선순위 중 하나다. 특히 근무시간계좌제도(working time account), 고용보호,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협약을 통해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직원들과의 협약에는 탄력적 근무시간을 위한 선택은 물론, 임시직을 활용하는 기초적인 유연성 확보도 포함된다. 덕분에 독일 법률에 따른 단기인력을 활용해 정리해고 없이도 장기간 수요 감소를 견딜 수 있었다. 동시에 이 협약은 기존 인력으로도 수요증가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BMW그룹의 근무시간계좌제도는 일자리 보호의 주요 도구로서 근무시간과 보수를 분리시킨다. 즉 수요가 감소하면 수입은 그대로인데 근무시간은 줄어드는 것이다. 이에 따른 마이너스 잔고는 발주가 다시 늘면 채울 수 있다. 지난해 이 시스템을 활용해 잦은 시장 변동성에 맞춰 작업량을 조절할 수 있었다.

자체 생산이라는 핵심전략도 일자리 보호에 기여한다. BMW그룹은 자사직원 활용을 가장 우선시해 상황을 신중히 검토한 후에만 외부 하청업체에 하청을 주고 있다.

BMW그룹은 생산 공장 내에서도 지속가능한 생산을 위해 미래를 내다보고 재활용과 재생 가능한 자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라이프치히 공장에서 생산되는 전기차 BMW 'i'는 100% 풍력발전으로 생산된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제작된다. 또한 이 전기차에 적용되는 탄소섬유 생산과정의 에너지 역시 100% 수력발전을 통해 생산된다.

이는 일반 BMW 차량 생산 시 소모되는 평균 에너지 값과 비교해 1대당 70%의 절수 및 50%의 에너지 절감 등을 나타내 업계의 새로운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울러 란츠후트 공장의 생산 방식은 제품 수명주기마저 초월한다.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개발에 집중한 결과 BMW는 생산 폐기물을 상업용 수준의 원재료로 재활용하는 단계까지 도달했다. 전 세계 최초로 이 시스템을 통해 상당한 분량의 탄소섬유 폐기물을 다시 생산과정에 재활용할 수 있게 됐다.

독일 BMW 란츠후트공장의 직원/사진제공=BMW코리아독일 BMW 란츠후트공장의 직원/사진제공=BMW코리아
◇ 엔지니어 중시…일과 생활의 균형, 보상규모 최고수준=BMW그룹은 작업자들에게 최상의 근무환경을 위해 생산라인에 최적의 인체공학 기준을 적용한다. 엔지니어를 중시하는 전통이 일반 직원들에게까지 적용되는 것이다. 이 덕분에 장애인들이나 몸이 다소 불편한 사람들도 자기 체형에 맞는 작업대와 설비를 제공받을 수 있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지난 7년 동안 BMW그룹에는 사망 사고가 한 건도 없었다. 지난해기준 사고는 평균 6.6건에 불과했다. 빈도는 백만 작업시간당 5.8정도였다. BMW그룹은 2020년까지 전사적 사고 빈도를 백만 작업시간당 5건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BMW그룹은 직원들이 일과 생활 간에 적절한 균형을 찾도록 지원한다. 수요 및 경기 변화에 맞게 조절 가능한 탄력적 근무시간은 BMW그룹의 필수 경쟁요소. 직원마다 적합한 솔루션이 다르기 때문에 사업장마다 국가별 상황을 고려한 개인별 근무환경을 고려하고 있다.

아울러 특정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근무하는 선택 또한 긍정적인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BMW그룹 내 2만7000명 이상의 직원이 재택근무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BMW그룹은 인사에 있어서도 다양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독일 뮌헨 본사에서만 현재 90여 개 국가에서 온 직원들이 근무 중이다. 노버트 라이트호퍼 회장을 비롯한 고위 임원들도 직원들의 다양성을 통해 전 세계 고객들의 구체적인 요구를 이해하고, 신규시장 진입을 위해서도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BMW그룹은 평균 이상의 성과를 낸 직원에게는 그에 맞는 보상을 제공한다. 보상규모는 전 세계 노동시장에서 상위 1/3에 해당하며, 현지 최저임금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많은 급여에 해당한다.

직원은 고정급여 외에도 회사이익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공유하고 있으며, 모든 직급에 걸쳐 일관된 계산방법을 적용하는 이익 공유 체계는 현 자동차업계에서 유일하다.

임시직 급여 역시 핵심 직원들에게 적용하는 단체협약에 맞춰 지급된다. 2011년의 성공적 사업실적 덕분에 지난해 직원의 이익 공유분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독일 기준으로 평균 2.5개월분의 급여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BMW그룹은 8년 연속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지수'에서 전 세계 자동차기업부문 1위로 인정받고 있다.

최윤식 한국자동차산업연구원은 "유럽위기 상황 하에서도 독일 경제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데에는 높은 제조업 경쟁력이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독일 제조업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우수한 수출 경쟁력과 고용 유연성을 바탕으로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전반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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