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히든챔피언 만드는 힘=중기정책, 어떻길래?

머니투데이 베를린(독일)=류지민 기자 2013.07.0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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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세계는 일자리 전쟁중, 우리는...]<3부 1-3>독일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

암가르트 뷔플러 독일 경제기술부 중소기업정책 총괄과장암가르트 뷔플러 독일 경제기술부 중소기업정책 총괄과장


'왜 우리는 좀 더 독일처럼 될 수 없을까?'

자존심 세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영국인들이 독일을 배워야 한다고 외치고 나섰다. 지난 5월 발행된 영국의 정치 전문 주간지 뉴스테이츠맨의 커버스토리 제목이다.

기사에는 '독일의 성공을 이해한다면 영국도 번성할 수 있다'는 내용이 실렸다. 콧대 높은 영국인들의 입에서 독일을 따라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유럽에서 독일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반영하는 것.



독일 경제기술부의 암가르트 뷔플러 중소기업정책 총괄과장은 "유로존 위기 상황에서도 독일 경제가 호황을 누리는 것은 제조업의 힘"이라며 "전체 기업의 99.6%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이 독일 제조업의 중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크게 '재정지원, 혁신역량 강화, 기업환경 개선'의 세 가지를 목표로 진행된다.



우선 기업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 금융기관이 등을 돌리지 않도록 뒷받침해 주는 역할을 한다. 독일은 지방은행인 '슈파카세(Sparkasse)'를 비롯한 민간은행 시스템이 매우 발달해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대출 역시 대부분의 경우 슈파카세를 통해 이뤄진다.

독일 정부는 중소기업에 직접 자금을 빌려주기보다는 이들에 대한 신용 보증을 해주는 방식으로 재정을 돕는다. 특히 새로 창업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저리대출을 보증해줄 뿐만 아니라 사업 실패로 도산하는 경우에도 재기의 기회를 마련해 주고 있다.

암가르트 과장은 "독일 정부는 최근 '재기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는 중"이라며 "지난달 초 파산법 개정안이 통과돼 도산 후 6년이 지나야 부채의 일정 부분을 삭감해 주던 것을 3년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의 혁신역량 강화는 정부 주도로 운영되는 광범위한 연구소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진다. 세계 최고의 자연과학 연구소 중 하나인 막스플랑크 연구소 등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기업과 함께 기술 개발을 진행한다.

독일 정부는 R&D(연구개발)에 제대로 자금을 투자할 수 없는 중소기업에 재정을 지원해 주면서 이들이 히든챔피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업은 전체 연구비의 일부만 부담하면 최고 수준의 연구소와 함께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이 좀 더 편하게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경영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불필요한 규제들로 인해 기업이 불이익을 입지 않도록 행정절차를 간소화한다거나 유럽연합의 각종 지원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분석해 정보를 제공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독일의 히든챔피언은 정부가 계획적으로 육성한 것이 아니라 지방 분권적인 독일의 역사적 상황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것이다. 그래서 독일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 역시 기존에 히든챔피언이 성장할 수 있었던 환경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암가르트 과장은 "분야별로 전문 인력 부족현상을 겪는 등 독일 경제가 직면한 문제가 없지는 않다"면서도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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