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25만원, 그래도 하루 100명씩 몰립니다"

머니투데이 옌퐁공단(베트남)=정지은 기자 2013.06.2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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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일자리 전쟁중, 우리는…]<2부 4-1>中企가 베트남에 진출하는 이유

이종석 플렉스컴비나 법인장(왼쪽)과 이복균 인탑스 베트남법인장은 베트남 생산기지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사진=정지은 기자이종석 플렉스컴비나 법인장(왼쪽)과 이복균 인탑스 베트남법인장은 베트남 생산기지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사진=정지은 기자


"인사총무팀에서 생산직 채용 안내 현수막을 내걸면 하루 만에 100여명이 몰립니다. 베트남에서 하루에 생산직 인력 30~40명 뽑는 건 일도 아닙니다."(이종석 플렉스컴비나 법인장)

"국내에선 노동력을 가진 젊은 인력을 구하기가 힘들었어요. 공장에서 일하겠다고 나서는 젊은이들이 없더라고요. 베트남으로 왔더니 젊은 인력들이 차고 넘쳐요."(이복균 인탑스 베트남법인장)



삼성전자의 협력사인 휴대폰 부품업체 베트남법인장들은 베트남 덕분에 사업이 몰라보게 성장했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의 사전에는 '생산공장=인력난'이라는 공식이 없다.

◇"인력 걱정 없어 경쟁력 강화 집중 가능"
휴대폰 부품업체 플렉스컴 베트남법인 플렉스컴비나의 이종석 법인장은 "인력이 부족하지 않으니 직원 교육과 관리에 집중하며 제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인력 구조에 큰 변동 없이 생산 체계가 잘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플렉스컴비나가 베트남 북부 박닌성 옌퐁공단 3만3058㎡(약 1만평) 부지에 공장을 설립한 것은 2008년. 당시 결정은 베트남의 인력 수급 환경에 강점이 있다는 판단에 따랐다. 공장을 본격 가동한 것은 2010년. 자동차로 약 20분 거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베트남법인(SEV) 1공장의 협력업체가 되면서부터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 현지의 인력 풀이 큰 역할을 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은 총 2500명. 주재원 19명을 제외한 나머지 2481명 모두 베트남 현지인이다. 이중 관리직은 151명이고 생산직이 2330명. 전체의 93% 이상이 생산직이다.

"베트남이었기에 가능한 규모의 생산 인력입니다. 실제 국내사업장 관계자들과 대화해보면 한국에선 여전히 생산 인력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랍니다."


휴대폰 하드케이스 전문업체인 '인탑스'의 이복균 인탑스 베트남법인장도 "인력이 늘어나는 것을 지켜보면 베트남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 법인장은 "베트남에는 노동력을 가진 젊은 인력이 많다"고 덧붙였다.

인탑스 베트남법인의 인력은 현재 총 1850명. 주재원 24명을 제외하면 1826명 모두 베트남 현지인들로 구성됐다. 품질관리부터 사출, 코팅, 조립에 이르기까지 생산 전 과정을 현지 인력들이 맡는다.

이 법인장은 "사람 하나 구하기가 힘든 국내 공장 분위기와는 차이가 크다"며 "국내에선 갈수록 인력난이 심해지니 해외 생산기지가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인탑스가 베트남 북부 박닌성 옌퐁공단 내 3만9600㎡(1만2000평) 부지에 들어선 것은 2010년. 그해 11월 SEV 1공장의 협력사로 거래를 시작하고 7개월 만에 100만세트를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2공장을 만들어 설비를 증설하기도 했다.

◇원가·품질·생산 3박자 고루 갖춰
풍부한 인력과 함께 값싼 인건비가 성공요인으로 작용했다. 플렉스컴비나 생산직 인력의 월급은 평균 400만동(약 25만원). 국내 사업장 생산직 인력 월급과 비교하면 8분의 1 수준이다. 인탑스 역시 경북 구미사업장에선 평균 월급이 280만원이라면 이곳 생산직 월급은 28만원.

플렉스컴비나의 이 법인장은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가경쟁력과 품질경쟁력, 생산경쟁력 등 3가지"라며 "베트남에서는 원가경쟁력을 갖추면서도 제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에겐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월급 25만원, 그래도 하루 100명씩 몰립니다"
원가 및 생산경쟁력을 갖췄으니 남은 과제는 품질경쟁력이다. 현지에서 SEV와의 협력 관계도 핵심 성장 동력이다. 요즘 플렉스컴비나에선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4'와 '갤럭시노트'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을 주로 생산한다. 플렉스컴비나 총 매출액의 40% 이상이 SEV에서 발생한다.

인탑스가 올해 만들어 낸 물량은 6월까지 총 1만5607 세트에 달한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대부분은 '갤럭시S3'와 '갤럭시 노트2'에 사용하는 하드케이스다. 매월 꾸준히 2300대 이상 만들며 실적을 끌어 올리고 있다.

이들은 이같은 성장의 비결에 대해 "주요 고객사인 SEV의 눈높이에 발맞춰 난이도 높은 고가 스마트폰 부품들을 생산하면서 제품 경쟁력을 높인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생산량 늘고 매출 상승곡선 계속
생산이 늘면서 매출도 급증했다. 플렉스컴비나는 올해 법인 매출 목표액을 2600억원으로 잡았다. 지난해 매출 1300억원의 2배 수준이다. 이미 이달까지 매출액이 지난해 매출액을 뛰어 넘은 상황이다.

이 법인장은 베트남 진출의 가장 큰 성과를 매출이라고 밝혔다. 공장을 본격 가동한 2010년 매출액은 160억원에 불과했지만 3년 만에 16배 이상 급증해 매출 1000억원대를 돌파했다.

게다가 플렉스컴비나는 오는 7월에는 자동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박닌성 동토공단에 만든 3만8347㎡ 규모의 2공장을 시범 가동할 계획이다. 8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생산량이 기존 월 300억대에서 600억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인탑스가 올해 지난해 대비 20% 증가한 1조1700억원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4'의 수요가 더해지면서 2분기 매출은 3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 제조업 공장들의 잇단 해외 진출에 대해 인탑스의 이 법인장은 "기업들이 왜 해외로 나오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에선 인력 부족은 물론 세금 부담과 각종 규제가 심하다"며 "해외에선 인력 수급이 용이한데다 세제 등 기업 인센티브가 뛰어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플렉스컴비나의 이 법인장도 "한국과 베트남 공장의 역할은 엄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 법인장은 "베트남에선 인력 풀을 활용해 사람이 필요한 일을 맡아 경쟁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에선 R&D(연구·개발)를 중심으로 최선의 시너지를 내면 된다"고 주장했다.

"베트남이 삼성전자의 세계 최대 휴대폰 생산기지로 주목을 받으면서 한국 본사에서도 베트남법인에 대한 기대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더욱 발전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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