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시(無錫) 없었으면 中 SK하이닉스 없었다, 왜?

머니투데이 우시(중국)=서명훈 기자 2013.06.2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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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세계는 일자리 전쟁중…]<2부 2-2>기업-도시 윈윈 '대표모델'

SK하이닉스 우시시 공장 전경./사진제공=SK하이닉스SK하이닉스 우시시 공장 전경./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장쑤성 내에서 가장 성공한 외자 유치 사례로 손꼽힌다. 기업과 도시가 함께 상생 발전하는 윈-윈의 모범 사례다.”(우시시 관계자)

이를 증명하듯 SK하이닉스 (175,400원 ▼2,600 -1.46%)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시 공장에는 견학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27일 방문했을 때도 정문에는 30~40여 명의 학생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었다. 이처럼 최첨단 SK하이닉스 공장을 견학하는 학생들만 일주일에 70~80명에 달한다.



중국에서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업체는 많지 않다. 게다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대부분 시설이 노후화돼 있다.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에서는 29나노와 38나노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반면 다른 반도체 회사들 가운데는 가장 앞선 공정이 45나노급이고 대부분 55나노 이상이다.

이렇다 보니 SK하이닉스 공장은 우시시를 방문하는 고위 관료는 물론 공대생들이라면 한번쯤 들러야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경제운영을 총괄하는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방문당시 부총리)와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장(국무원 부총리), 우방궈(吳邦國) 전 전인대 위원장, 자칭린(賈慶林) 전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등이 SK하이닉스 공장을 직접 둘러봤다. SK하이닉스의 위상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 지원 아끼지 않는 도시, 기업 성장 밑거름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에는 유난히 빈터가 많다. 직원들이 여가활동을 할 수 있는 대형 축구장을 제외하더라도 당장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눈에 띈다.

이재우 SK하이닉스 중국법인장은 “입주할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공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제2, 제3 공장 부지까지 한꺼번에 제공받았다”며 “기숙사 부지까지 넉넉하게 제공해 준 탓에 아직 정원에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SK하이닉스 우시 공장 기숙사의 정원은 2400명 정도지만 현재 1900명 정도가 생활하고 있다.

지역 대학들도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인근에는 SK하이닉스반을 별도로 운영하는 대학까지 있을 정도다. 덕분에 언제라도 생산라인에 투입할 수 있는 100~150명 정도의 인력을 확보해 놓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기업과 도시가 서로 윈윈(Win-Win)하는 모범사례로 손꼽히는 이유다.

◇기업, 도시를 바꾼다
SK하이닉스 우시시 공장 생산라인 모습./사진제공=Sk하이닉스.SK하이닉스 우시시 공장 생산라인 모습./사진제공=Sk하이닉스.
‘持久超越企業(지구조월기업; 오랫동안 사업이 번창하고 뛰어난 기업으로 성장하라)’

SK하이닉스 우시 공장 1층에 걸려 있는 액자 내용이다. SK하이닉스가 지역사회에 많은 공헌을 하고 있는데 대한 감사의 뜻을 담아 기증했다. 공장 곳곳에는 “함께 일하고, 함께 밥 먹고, 함께 술 마시자”는 글귀도 걸려 있다. 직원 모두가 동료인 동시에 가족이자 친구라는 의미를 담았다.

SK하이닉스가 가장 성공한 사례로 손꼽히는 또 다른 이유다. SK하이닉스는 2007년부터 본격적인 사회공헌활동에 나서고 있다.

먼저 그룹별로 1개 사회복지시설과 자매결연을 맺고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인근 타이후(太湖)호 환경보호 활동이나 청소년 돌보기, 문명 도시건설 활동 등을 전개하고 있다.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되는 활동이지만 이미 참여자가 2500여 명을 넘어섰다. 우시시는 중국 오(吳)나라 문화의 발원지이자 타이후는 중국 3대 담수호다.

직원들은 월급 중 일부를 기부하는 방식으로 ‘애심기금’을 만들어 직원 및 가족에게 불의의 질병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지원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사번 1호인 런하오(任昊) 과장은 “처음에 SK하이닉스에 다닌다고 하면 주위에서는 무슨 회사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며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에 나서면서 (회사 이름이)많이 알려졌고 지금은 모두 부러워한다”고 설명했다.

우시시에서는 이런 노력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권오철 전 SK하이닉스 사장에게 명예시민 자격을 부여했다.

◇기업, 문화를 바꾸다
기업이 문화를 바꿔놓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西安)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면서 직원들의 안전 불감증 때문에 다소 애를 먹었다. 현장 근로자들이 헬맷을 착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높은 곳에서 작업할 때도 추락을 방지해 주는 안전 고리를 전혀 착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무거운 물건이 떨어졌을 때 발을 보호해 주는 안전화를 외출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모셔두는 직원들도 상당수였다.

현지 법인 관계자는 “체험관을 만들어 안전장구를 착용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의무 교육을 마친 다음에야 공사현장에서 일하도록 시스템을 바꾸면서 지금은 상당 부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안전체험관에 대한 효과가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기업들이 수시로 방문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방 정부는 외국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대폭적으로 지원하고, 기업은 일자리 창출과 사회공헌(CSR)로 보답함으로써 살기좋은 도시로 만드는 공생(共生)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내고 모델이 중국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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