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임종철
‘경남 창원에서 행인을 붙잡고 “몇 년생이냐?”고 물어본 뒤 인신매매를 한다.’
최근 들어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번지고 있는 괴담이다. 경찰청이 13일 “창원과 목동의 관할 경찰서에 확인한 결과 피해사례가 없는 명백한 허위”라고 발표했지만,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발 없는 말이 천리길을 가고, 네마리 말이 끄는 수레보다 혀가 빠르다(사불급설, 駟不及舌)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베틀에 앉아 있던 증삼의 어머니는 이 말을 듣자 “우리 아들이 사람을 죽일 리가 없다”며 태연하게 계속 베를 짰다. 다른 사람이 뛰어와 “증삼이 살인했다”고 했지만 어머니는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후 세 번째 사람이 와서 “증삼이 사람을 죽였다”고 하자 어머니는 허둥대며 일어나 베틀의 북을 내던지며 뒷담을 넘어 도망갔다. 아들에 대한 절대적 믿음도 세 사람의 잇따른 의심에서 무너졌던 것이다. 바로 『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 ‘증삼살인(曾參殺人)이라는 고사다.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6일 동안 11.88%나 급락하며 시가총액이 27조원이나 감소한 것도 ‘증삼살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JP모건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4의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하다”며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뒤부터 미끄럼을 탔다. 지난 5일, JP모건 리포트가 나온 날 1.23% 내렸고 다음 거래일인 7일에는 6% 넘게 폭락했다. 주가가 떨어지자 모건스탠리도 지난 11일, 같은 이유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80만원에서 175만원으로 낮췄다.
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부문 사장과 최치준 삼성전기 사장이 12일 “갤럭시S4가 여전히 잘 나간다”고 밝혔지만 삼인성호의 기세는 누그러들지 않았다. 영국의 FT가 “주가가 고점에 비해 90%나 폭락한 노키아나 9개월 동안 3분의 1이 급락한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의 주가 급락은 지나치다”고 한 것도 말발이 먹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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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삼성전자는 정말 다르다. 핸드폰(스마트폰)과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가전제품 등을 모두 아우르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애플이나 노키아, 소니 등과 달리 경기변동에 대한 대항력이 강하다. 삼성전자의 PER(주가수익비율)도 7배 안팎에 불과하다. 애플의 11배, 소니의 33배에 비해 현격하게 저평가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JP모건이나 모건스탠리 보고서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는 수십조원에 이르는 연구개발(R&D)비 상각기간과 건물 및 기계장비의 내용연수를 경쟁업체보다 짧게 잡고 있다. 그만큼 비용처리를 많이 해 이익규모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경쟁업체 수준으로 처리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계상할 수 있는, ‘어닝 서프라이즈’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여러 사람의 말은 쇠도 녹인다고 한다. 초(楚)나라의 비운의 시인, 굴원(屈原)이 『천문(天問)』에서 “뭇 간신들의 입이 쇠를 녹인다(중구삭금, 衆口삭金)”며 왕이 간신의 말에 속는 것을 경고한데서 나온 말이다. 외국 증권사의 증삼살인이 멀쩡한 기업과 시장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