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현정
수백 년 동안 사랑받고 있는 『삼국지』(진수(陣壽)가 쓴 역사서가 아니라 나관중이 쓴 소설 삼국지연의)는 이런 말로 시작된다. 영원히 지속될 것 같았던 진시황제의 진(秦)나라가 불과 10여년 만에 붕괴됐고, 결말이 없을 것 같던 유비 조조 손권의 3국 전쟁도 수십 년 만에 마무리돼 통일됐다는 것을 가리킨다. 중국 5000년 동안 평균 156년마다 새로운 나라가 설립되고 쓰러지는 일도 되풀이됐다.
‘분구필합’이란 역사-우주법칙은 한반도 통일에 희망을 갖게 한다. 북한 핵개발과 관련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개성공단마저 폐쇄돼(잠정적이라고 믿지만), 통일을 얘기하는 것은 환상처럼 들린다. 1945년에 한반도의 허리가 잘린 지 70년 가까이 되면서 분단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도 많다. 날 때부터 갈라진 것을 보고 자랐으니 자기가 백조인 줄도 모르고 오리와 다르다고 스트레스 받는 ‘미운 오리새끼 증후군’에 빠져 있는 탓이다.
통일은 분구필합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명이 있고 경제적 이익도 크다. 38선과 휴전선으로 허리가 잘림으로써 ‘섬나라’가 된 분단을 극복하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이다.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며 21세기 문화창조 주역국가로 역할하기 위해 ‘반도성(半島性)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통일이 쉽게 오는 것은 아니다. 통일을 반대하는 ‘분단기득권층’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밖으로는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이, 안으로는 말로는 통일을 주장하지만 실제론 분단을 고착화시키려는 일부 ‘통일꾼’들이 있다. 그동안 통일정책은 햇볕정책(Sunshine Policy)과 채찍정책이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는 ‘분단 관리’에 중점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드시 달성될 통일의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선 ‘창조적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헬무트 콜 독일 전 총리는 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독일 주둔을 허용하는 ‘통일의 이익’으로 독일 통일에 끝까지 반대하던 영국과 미국의 벽을 넘었다. 박근혜정부도 ‘한반도 통일 반대세력’이 통일 이후에도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적극 설득해야 한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문제와 주한 미군의 지위 문제 등에 대한 ‘창조적 파괴’가 그런 예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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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에는 이런 말도 나온다. 궁하면 변하고(궁즉변, 窮卽變), 변하면 통하며(변즉통, 變卽通), 통하면 오래 간다(통즉구, 通卽久). 바로 궁하면 통한다는 궁즉통(窮卽通)의 이치다. 개성공단이 폐쇄돼 궁색함이 커지자, 남북대화 무드가 형성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현충일 축사에서 북한의 변화를 촉구한 뒤 북한도 대화재개로 적극 호응해 굳게 닫혔던 남북대화의 문이 다시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통일은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창조경제를 완성한다는 의미도 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문화를 융합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 내 ‘제2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내는 것, 끊긴 허리를 이어 ‘물보다 진한 피’가 흐르도록 하는 것이 바로 창조경제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