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됐어도 통일 반드시 온다, 어떻게?

머니투데이 홍찬선 기자 2013.06.0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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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의 네글세상; 사자성어로 본 한국]<7>분구필합(分久必合)과 물극즉반(物極卽反)

편집자주 고진감래(苦盡甘來) 새옹지마(塞翁之馬) 지지불태(知止不殆)... 네 글자로 만들어진 사자성어(四字成語)는 우리 조상들의 오랜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생활의 지혜이자 인생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말처럼 선조의 지혜는 현재와 미래를 슬기롭게 살아가는 지표가 됩니다. 사자성어를 통한 '네글세상'로 독자 여러분과 함께 한국 경제와 사회 문화 등을 생각해봅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일러스트=김현정일러스트=김현정


분열이 오래되면 반드시 통일되고 통합이 오래되면 틀림없이 찢어진다(분구필합; 分久必合) 합구필분; 合久必分).

수백 년 동안 사랑받고 있는 『삼국지』(진수(陣壽)가 쓴 역사서가 아니라 나관중이 쓴 소설 삼국지연의)는 이런 말로 시작된다. 영원히 지속될 것 같았던 진시황제의 진(秦)나라가 불과 10여년 만에 붕괴됐고, 결말이 없을 것 같던 유비 조조 손권의 3국 전쟁도 수십 년 만에 마무리돼 통일됐다는 것을 가리킨다. 중국 5000년 동안 평균 156년마다 새로운 나라가 설립되고 쓰러지는 일도 되풀이됐다.

‘분구필합’이란 역사-우주법칙은 한반도 통일에 희망을 갖게 한다. 북한 핵개발과 관련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개성공단마저 폐쇄돼(잠정적이라고 믿지만), 통일을 얘기하는 것은 환상처럼 들린다. 1945년에 한반도의 허리가 잘린 지 70년 가까이 되면서 분단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도 많다. 날 때부터 갈라진 것을 보고 자랐으니 자기가 백조인 줄도 모르고 오리와 다르다고 스트레스 받는 ‘미운 오리새끼 증후군’에 빠져 있는 탓이다.



하지만 모든 일은 극단으로 치달으면 반드시 반대 결과가 나온다(물극즉반(物極卽反), 『역경(易經)』). 가혹했던 일제(日帝)의 식민통치도 35년만에 끝났고, 유신헌법과 긴급조치 등으로 암울했던 시기도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김영삼 전 대통령)는 희망가가 꺾이지 않았다.

통일은 분구필합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명이 있고 경제적 이익도 크다. 38선과 휴전선으로 허리가 잘림으로써 ‘섬나라’가 된 분단을 극복하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이다.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며 21세기 문화창조 주역국가로 역할하기 위해 ‘반도성(半島性)을 회복하는 것이다.



통일은 잠재성장률을 1%포인트 이상 끌어올릴 수 있는 ’신성장동력‘이기도 하다. 언어가 같고 부지런하며 똑똑한 근로자가 많은 북한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보다 투자환경이 훨씬 낫다(물론 북한의 정치리스크가 해소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나진선봉과 황금평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도 한국기업의 투자가 절실하다. 남북한이 통일로 상생(相生)과 공영(共榮)할 수 있다.

그렇다고 통일이 쉽게 오는 것은 아니다. 통일을 반대하는 ‘분단기득권층’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밖으로는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이, 안으로는 말로는 통일을 주장하지만 실제론 분단을 고착화시키려는 일부 ‘통일꾼’들이 있다. 그동안 통일정책은 햇볕정책(Sunshine Policy)과 채찍정책이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는 ‘분단 관리’에 중점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드시 달성될 통일의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선 ‘창조적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헬무트 콜 독일 전 총리는 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독일 주둔을 허용하는 ‘통일의 이익’으로 독일 통일에 끝까지 반대하던 영국과 미국의 벽을 넘었다. 박근혜정부도 ‘한반도 통일 반대세력’이 통일 이후에도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적극 설득해야 한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문제와 주한 미군의 지위 문제 등에 대한 ‘창조적 파괴’가 그런 예일 수 있다.


『역경』에는 이런 말도 나온다. 궁하면 변하고(궁즉변, 窮卽變), 변하면 통하며(변즉통, 變卽通), 통하면 오래 간다(통즉구, 通卽久). 바로 궁하면 통한다는 궁즉통(窮卽通)의 이치다. 개성공단이 폐쇄돼 궁색함이 커지자, 남북대화 무드가 형성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현충일 축사에서 북한의 변화를 촉구한 뒤 북한도 대화재개로 적극 호응해 굳게 닫혔던 남북대화의 문이 다시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통일은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창조경제를 완성한다는 의미도 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문화를 융합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 내 ‘제2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내는 것, 끊긴 허리를 이어 ‘물보다 진한 피’가 흐르도록 하는 것이 바로 창조경제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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