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현정
요즘 만나는 기업인들에게 흔히 듣는 말이다. 언론에 보도되는 ‘정책’이 너무 엇갈리고 있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고민된다는 하소연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열린 투자무역진흥위원회를 주재하고 12조원에 이르는 ‘발 묶인 투자’를 풀었다.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 34년만에 열린 회의에서 110분 동안 100건의 ‘손톱 밑’ 가시를 뽑았다. 투자와 무역을 진흥시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노동절이자 5월의 첫날에 열린 투자무역진흥위원회만 놓고 보면 줄탁동시(口+卒啄同時)라는 말을 떠올릴 만하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날 때 새끼가 알 안에서 껍질을 쪼아대는 것을 줄(口 +卒)이라고 하고, 암탉이 바깥에서 쿡쿡 쪼는 것을 탁(啄)이라고 한다. 줄과 탁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껍질이 깨지고 병아리가 태어나는 것처럼, 박 대통령의 손톱 밑 가시 뽑기와 기업들의 투자 늘리기가 동시에 이뤄져 일자리 창출과 성장률 제고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경제민주화’를 위한다는 이들 법안은 박 대통령이 1일 강조한 투자무역진흥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가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을 지나치게 옥죄어서는 안된다”고 밝혔지만, 박 대통령이 당원으로 있는 새누리당(여당) 소속 국회의원들마저 귀담아 듣지 않고 있는 양상이다.
“임금피크제 등 보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정년을 연장하면 중장년 근로자의 조기퇴직을 초래할 것”(대한상의), “임원 연봉 공개는 기업의 중요한 경영 노하우를 노출시켜 인재확보를 어렵게 하는 것”(한 기업 사장)이라는 지적은 ‘소 귀에 경 읽기(牛耳讀經)’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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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시절, ‘좌회전 깜박이를 켜고 우회전한다’는 말이 유행했다. 소득분배 개선이나 저소득층을 위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 시행된 정책은 중산층을 파괴시키고 저소득층을 더 어렵게 했다는 비판이었다. 요즘은 반대다. ‘우회전 깜박이를 켜고 좌회전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唐)나라 시인 바이쥐이(白居易)의 ‘신악부(新樂府)’에는 남원북철(南轅北轍)이라는 말이 나온다. 남쪽으로 간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수레를 북쪽으로 몬다는 것으로 마음과 행위가 모순되는 것을 가리킨다. 박 대통령은 투자가 늘어나도록 손톱 밑 가시를 뽑지만, 국회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법을 만들어 내는 것과 비슷하다.
공자는 정치의 근본은 신뢰이며 백성이 믿지 않으면 일이 이뤄지지 못한다(民無信不立)이라고 했다. 기업이 정부 정책을 확신하지 못하면 투자를 늘리지 않는다. 남원북철의 모순이 해결돼야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를 위한 줄탁동시가 실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