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헌금 8000만원 횡령해 미국 여행간 목사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2013.05.2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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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이다" 주장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않아

기업심방예배 등을 돌아다니면서 교인들에게 받은 8000만원 상당 헌금을 교회 재정부에 입금하지 않고 여행 경비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목사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진광철 판사는 2년 동안 교회 담임목사로 일하면서 교인들에게 7892만원 상당의 헌금을 받고도 교회 재정부에 입금하지 않고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업무상횡령)로 기소된 채모씨(66·목사)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다고 23일 밝혔다.



채 목사는 2008년 6월부터 송파구 S교회 담임목사 및 당회장으로 일하면서 2008년 9월 교인 노모씨의 가게 사무실에서 기업심방 예배를 하면서 노씨가 기업예배 감사헌금 50만원을 주자 이를 개인적 용도에 사용하는 등 2008년 9월부터 2010년 9월 사이 교인의 사무실이나 교회 개인 예배실에서 7명의 교인에게 55차례에 걸쳐 7892만원의 헌금을 받고 미국여행 경비 등에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채 목사는 법정에서 "S교회는 이전 담임목사인 장모 원로목사 시절부터 심방 때나 개별기도 때 담임목사에게 개별적으로 주는 헌금은 재정부에 보고하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하는 관행이 있어왔다"면서 "재정부로부터 양해를 받고 관행에 따라 헌금을 사용했으며 사전승낙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2011년 1월 30일 교회 의결기관에서 헌금사용문제에 대해 더 이상 문제삼지 않기로 불처법 합의를 해 횡령죄로 처벌 할 수 없다"고 진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한 채 목사는 "헌금자들이 담임목사인 저로부터 기도 받으며 개인적으로 사용하라고 준 돈이지 교회에 대한 헌금이 아니다"면서 "개별 헌금을 교회 목적에 부합하게 구제 또는 선교사역 등의 목적에 사용했으므로 불법영득의사(불법 영리취득 의사)가 없다"고도 주장했다.

진 판사는 "기독교단체인 교회에서 신도 헌금은 원칙적으로 신앙공동체인 교회에 대한 것이라고 봐야하며 특히 십일조는 소득 십분의 일을 하느님께 드리는 것으로 교회재정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헌금이므로 목사 개인에게 줬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일부 피해자는 담임목사 선교비와 십일조를 구분해 줬다"고 판시했다.

이어 "S교회에서 담임목사 개별헌금을 재정부 보고 없이 목사가 자유롭게 사용하는 관행이 있는지와는 별도로 사전승낙 받았다는 증거가 없으며 교인 중 재정을 담당했던 안모씨는 경찰 조사에서 담임목사가 개별헌금 사용하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진술했다"면서 "또 안씨는 재정부장인 김모 장로가 교인 십일조 안 들어온다며 확인해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진 판사는 대법원 판결(2009.2.12. 선고 2006다23312)을 인용해 "기독교 단체인 교회에서 교인들의 연보, 헌금 등 기타 교회의 수입으로 이뤄진 재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교회 소속 교인 모두의 소유고 그 재산 처분은 교회 정관 기타 규약에 의하거나 교인 총희 결의에 따라야한다"면서 "이 사건에서 채 목사가 쓴 헌금에대해 교인들의 사전결의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진 판사는 "업무상횡령은 친고죄 또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S교회에서 2011년 1월 헌금사용을 문제 삼지 않기로 결의했다 해도 범죄 성립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횡령죄에서 불법영득 의사는 다른 사람 재물 보관자가 취지에 반해 정당한 권리 없이 처분하는 것이므로 교회에 보고하지 않고 채 목사가 헌금을 사용한 이상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는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석했다.



진 판사는 "성직자로서 고도의 청렴을 요구하는 채 목사가 고액 사례비를 받으면서도 이 사건 범행에 이른 점 등은 좋지 않다"면서도 "피해회복을 위해 6090만원을 공탁한 점, 정교분리 원칙상 법원이 종교단체 내부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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