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셀코리아'! 韓주식 바스켓 매도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3.04.0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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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등 기관 방어 '주춤'···"1,2차 저지선에서 전략적 대응 필요"

북한의 전쟁 위협에 외국인이 최근 3일간 1조3000억원 어치 한국 주식을 팔아치웠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외인의 한국 엑소더스'가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 코스피 지수는 32.33포인트(1.64%) 하락한 1927.23에 마감됐다. 이틀 만에 55.99포인트가 하락하며 1920선까지 급격히 밀렸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6717억원 어치 주식을 팔았고, 프로그램 매도는 차익이 549억원, 비차익이 2447억원을 기록, 약 30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날 비차익 매도를 통해 대량 매물이 쏟아진 것에 주목했다. 비차익 매매는 글로벌 이머징 마켓 펀드(GEM)가 코스피 200 종목을 한꺼번에 바스켓으로 거래하는 방식이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어제보다 오늘 외국인 매도가 질적으로 더 안 좋았다"며 "현물을 매도하면서 동시에 비차익으로 매도를 때린다는 것은 시장 전체에 대한 '셀코리아(Sell Korea)'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물 매도의 경우 종목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지만 비차익 매도는 통상 시장 전체에 대한 매도 시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는 비차익 매매로 한국 주식을 거래하는 글로벌 이머징 마켓 인덱스 펀드(상장지수펀드 포함)가 확실하게 매도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가뜩이나 미국·일본 증시가 선전하며 글로벌 이머징 마켓 펀드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갔는데 한국에 전쟁 이슈가 발발하자 망설임 없이 한국 주식을 매도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특히 이날 국내 기관의 방어 매수가 약해진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전일 기관은 4954억원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5일 순매수는 3789억원에 그쳤다. 특히 어제 1598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한국 증시 구원투수'로 나선 연기금의 순매수는 518억원에 불과했다. 기관 중 보험은 유일하게 1176억원의 순매도를 기록, 외국인과 동행하는 매매패턴을 보였다.

심상범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어제까지만 해도 기관 순매수가 지수 하락을 강하게 방어했지만 오늘은 관망세로 돌아섰다"며 "특히 자금 여력이 있는 연기금이 빠졌고, 보험은 아예 매도로 선회했다는 점에서 지수 하락을 방어할 주체가 뚜렷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기관 중 금융투자(증권)는 이날 1925억원의 순매수를 기록, 전체 기관 순매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의 순매수는 지수 방어가 아니라는 해석이다.

심 연구원은 "순매수의 대부분이 주가가 하락할 때 나타나는 증권사의 주가연계증권(ELS) 헷지 트레이딩 수요로 보인다"며 "금융투자의 순매수는 지수가 반등할 때 바로 매도로 전환되므로 유의미한 저가 매수로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이날을 기점으로 외국인이 종목을 현물과 바스켓 양방향 매도를 개시했다는 것. 때문에 향후 코스피 지수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저가 매수를 노리는 투자자는 상황 변수의 변동성이 고조됐다는 점을 고려해 매수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며 "코스피 밸류에이션 상 주가수익비율(PER)이 8.6배에 달하는 1900포인트를 1차 가이드라인으로 보고, PER 8.3인 1830포인트를 2차 저지선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다음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무조건적인 저가매수 대응보다는 밸류에이션과 엔화 약세 레벨을 고려한 타이밍 분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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