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무엇인가. 한 사회의 지향점과 국민의 소리를 잘 담아내 이를 제도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목적에 충실하다면 사회의 '우등생'으로 취급을 받는 게 맞다. 하지만 현실은 '열등생' 평가를 받고 있다. 일상화된 갈등으로 사회와 국민보다 지각 운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강점이라면 '장수'뿐이라는 얘기조차 나온다. 실제로 원광대 김종인 교수의 연구 결과를 보면 직업별 평균 수명은 정치인(75세)이 종교인(80세)로 두 번째로 길다. 어디가든 항상 '갑'으로 사는 위치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갑'의 위치조차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니 오래 사는 동안 사회에 부담이 되기보다는 유익을 주는 직업군으로 인식을 바꾸는 게 정치인에게 주어진 큰 숙제이다.
하지만 최근의 사례들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위험신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한 조치가 그 중 하나. 가계 부채 문제와 맞물려 힘든 위기가 우려되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하지만 이미 발표된 대책 중에서도 국회로 넘어가 낮잠을 자고 있는 방안들이 많다. 대표적인 게 다주택자에게 보유기간에 따라 50~60%의 중과세를 물리고 있는 제도.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된 이 제도는 경기가 냉각되자 2009년부터 올해 말까지 적용이 유예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워낙 살얼음판이기 때문에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무겁게 물리는 이 제도는 최소한 다시 적용 유예되거나 한시적인 조치였기 때문에 폐지되는 게 맞다는 지적이다. 국회에서 부자들을 위한 조치라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 거의 턱밑까지 시간이 차오른 상황이다.
이같이 여전히 ‘불합격권’인 국회의 생산성을 높이는 길은 두 가지. 정치권의 각성과 여론의 압박. 프랑스 5공화국 대통령인 드골은 “나는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니고 그 위에 있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이 국민을 ‘그 위’에 두는 환골탈태를 해야 한다. 이게 믿음직스럽지 못하니 어쩔 수 없이 국민의 감시와 압력이 긴요하다. 재정절벽 위기를 맞고 있는 미국의 경우 시장의 압박에 의해 공화, 민주 양당이 벼랑 끝 합의를 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스스로 깨닫든 밀려서 가든 국회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은 이제 국가의 명운을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