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고졸女사원 132억 로또대박? 사실은...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2012.10.1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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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오늘 사직서 낸 사람 없다"… 반복되는 로또 루머의 사회학

삼성 고졸女사원 132억 로또대박? 사실은...


거액의 로또 당첨자가 나올 때마다 '대박 당첨자'에 대한 루머가 생산돼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를 뜨겁게 달군다.

이번에는 무려 132억원에 달하는 지난주 로또 당첨자에 대한 루머가 하루 종일 뜨거운 이슈가 됐다.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증권가와 SNS를 통해 "지난주 로또 1등 당첨자가 삼성에서 근무하는 여직원"이라는 내용이 급속도로 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직원이 고졸 여사원이래" "오늘 무단결근했다"는 말들이 더해졌다. 급기야 "오늘 이미 사직서를 제출했고 퇴직금 300만원은 직원들 회식이나 하라며 찾아가지도 않았다"는 내용이 더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 천안 공장 인근의 로또 판매점 주소까지 구체적으로 나돌며 루머의 '신빙성'을 더했다.

이어 ‘삼성디스플레이 사내 게시판에 관련 내용이 올라와 있다'는 얘기까지 더해지고 언론들까지 '~알려졌다'는 기사를 인터넷에 쏟아내며 '판타지'는 '현실'이 돼 갔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이날 "오늘 사직서를 제출한 직원은 없다"고 밝혔다. 사내 게시판에 로또 관련 글이 게재되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다. 물론 직원들이 포털사이트 등에 개설한 게시판은 일일이 회사 쪽에서 확인이 어렵다.

삼성디스플레이 천안 공장과 1등 당첨자를 배출했다는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의 한 마트와의 거리는 8.9km로 승용차로 이동하더라도 10분 이상 걸린다. 탕정공장과도 12.25km 떨어져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현장에서 근무하는 신입사원이나 계약직원의 경우 100% 기숙사 생활을 한다"며 "당첨자가 나온 지역이 번화가도 아니어서 직원들 가운데 그곳까지 가서 로또를 구입했을 확률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물론 삼성 직원의 '로또 대박'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개인의 '프라이버시'로 인해 이를 공식 확인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느 회사 직원이 거액 로또에 당첨됐다더라"는 식의 루머는 삼성만 해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도 경기 수원시 매탄동 삼성전자 수원사업장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둔 판매소에서 1등 당첨자가 나오자 삼성전자 직원이 로또에 당첨됐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다.



삼성뿐만이 아니다. 경기 파주에서 로또가 당첨되면 인근의 LG디스플레이 직원이, 이천에서 당첨자가 나오면 하이닉스 직원, 여의도일 경우는 모 증권사 이름이 어김없이 나돈다.

'로또 대박'의 주인공은 대부분 '고졸 여사원', 혹은 '계약직 여직원'인 경우가 많다.
경찰관의 경우는 가장 낮은 직급인 '순경'이 주인공이 된다. 당첨되자마자 사표를 내던지며 날렸다는 "퇴직금 따위는 회식이나 하라"는 발언이 곁들여 진다.

우리 사회의 '최약자'에서 일순간에 '신분상승'을 이루는 드라마를 꿈꾸는 직장인들의 '로망'이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회사원은 "내가 직접 전해들은 '로또 대박' 이야기만도 세 번째"라며 "일상에 지친 회사원들이 그럴듯한 이야기를 통해 한때나마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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