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BK가 보여준 ‘프렌들리’의 진정한 가치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2.10.0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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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금 10억, 연봉 5억, 옵션 1억 등 총 16억에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한국으로 돌아온 BK 김병현. 올시즌 성적은 기대에 못미쳤지만 내년 시즌 반드시 메이저리그 54승 86세이브를 거둔 경기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숙제가 주어졌다. ⓒ사진제공= OSEN↑계약금 10억, 연봉 5억, 옵션 1억 등 총 16억에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한국으로 돌아온 BK 김병현. 올시즌 성적은 기대에 못미쳤지만 내년 시즌 반드시 메이저리그 54승 86세이브를 거둔 경기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숙제가 주어졌다. ⓒ사진제공= OSEN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한국야구로 돌아온 BK 김병현(33)의 올시즌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 성공, 실패, 아니면 적응기? 일각에서는 내년 시즌에 대해서 물음표를 다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 이 모든 평가는 모두 투수로서의 경기력에 관한 것들이다. 물론 김병현이 넥센이 투자한 계약금 10억원, 연봉 5억원, 옵션 1억원 등 총 16억원에 걸 맞는 성적을 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넥센 히어로즈가 계약 첫 해인 올 시즌을 기대하고 ‘로또 1등 당첨금’에 해당하는 계약을 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이제 야구 외적인 면에서 김병현을 조명해보고 내년 시즌 가능성에 대한 전망을 해볼 필요가 있다. 김병현은 올 시즌 야구 팬들에게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9년 전으로 가보자.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 2003시즌을 마치고 귀국해 서울에서 개인 훈련 중이던 김병현은 불시에 찾아와 사진을 찍은 모 신문사 수습 사진기자와 충돌해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의 나이 24살이었을 때였는데 폭행이니, 소송을 하느니 등등 한 바탕 난리가 났다.

김병현은 사건 이후 일본 돗토리로 떠나 어깨 재활 훈련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귀국하면 검찰에 소환돼 다시 조사를 받은 뒤 약식 기소돼 벌금형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까지 돌았다.

젊고 패기 넘쳤던 김병현은 그 일을 수습하며 엉뚱한 일에 휩쓸려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 해 보스턴의 포스트 시즌 기간 중 야유하는 관중들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려 파문을 일으킨 사건에 이어 모 스포츠 신문 사진기자와 갈등까지 빚은 것이다.


당시 조기 귀국했다가 10월 말에 출국해 텍사스 알링턴에서 휴식과 재활 훈련을 병행하던 중에 서울에서 날아온 소식을 들은 박찬호는 후배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언론이)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던 것인지, 편히 쉬게 해주면 좋을 텐데…'라고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조국에 더 이상 안식처가, 이젠 쉴 곳이 없어지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는 걱정과 함께 '올해는 유난히 조국에 대한 그리움이 깊었다'고 쓸쓸해 했다. 김병현과 박찬호 모두 시련을 겪던 시기였다.

김병현이 그 일을 겪으며 당당하게 한 말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는 기자들에게 ‘여러분도 많이 바뀌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태가 불거지자 일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초기에 언론과 갈등을 빚었던 상황과 너무 비슷하다'는 말도 있었다.

당시 김병현이 메이저리거였기에 메이저리그에서는 선수와 언론의 관계가 어떻게 설정되는가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특별히 언론 상대 방법 교육을 받는지, 언론에서 선수들을 취재할 때 어떤 절차를 밟는지 등 이었다.

마침 현재 한국이 대선 정국인데 언론과 대선 후보들의 취재 상황이 당시 박찬호 김병현과 언론의 관계와 비슷해보이는 것도 흥미롭다. 그 때만해도 박찬호와 김병현은 야구에서 ‘대통령급’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프렌들리(friendly)'로 모든 관계를 설정한다. 선수들과 언론은 '프렌들리’한 관계를 유지한다' 것이다. 사전을 찾아보면 프렌들리는 '친한, 친구같은, 우호적인' 등의 뜻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추구하고 유지한다로 보면 가장 적합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구단은 매년 2월 스프링캠프가 시작될 때 선수들을 대상으로 기자를 상대하는 예의를 교육한다, 그 내용은 우호적으로 대하라는 것 외에는 없다. 물론 선수가 사양할 수 있고 사진 촬영도 훈련에 방해가 되거나 사생활이 침해될 경우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이 관례이다.

시즌을 돌이켜 보면 김병현은 넥센과 계약한 이후 항상 언론은 물론 모두와 ‘프렌들리’하게 지냈다. 단 한번도 문제가 된 적이 없다. 사실 말썽이 이어졌던 당시에도 정작 한화 정민철, 삼성 배영수 등 선후배들은 김병현에 대해 정이 넘치고 예의 바르다고 평가했다.

야구를 안다면 김병현에게 올시즌 어떤 성적을 기대하기는 무리였다. 지난 시즌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이글스에 몸 담았지만 1군 경기에 한번도 나서지 않는 등 몇 년 간 공백이 있었다.

김병현도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의 한국 데뷔 첫해 성적표는 19경기(선발 12)에 등판해 3승8패, 3홀드, 평균 자책점 5.66으로 초라하다. 설상가상으로 시즌 막판 김시진 감독이 계약해지를 당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봐야 했다.

이제 조국의 야구 팬들, 언론,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구단 모두에 화합하는 새 모습을 보여준 김병현에게는 내년 시즌 반드시 메이저리그에서 54승에 86세이브를 거둔 경기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숙제가 주어졌다.

한편으로는 2012 포스트시즌 시작을 앞둔 시점에서 성급하게 평가한다면 지난 페넌트레이스가 사상 최초로 700만 관중 돌파 대기록을 세웠다고는 해도 모두 ‘프렌들리’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2명의 감독이 경질됐고 감독과 감독의 갈등, 선수간 충돌, 선수의 음주 등 크고 작은 일들이 이어진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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