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가치를 찾아간다

머니투데이 박정태 경제칼럼니스트 2012.09.1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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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15>

찰스 다우는 몰라도 다우존스평균주가를 모르는 투자자는 없을 것이다. 매일 아침 미국 주식시장 동향을 챙길 때면 제일 먼저 확인하는 '다우지수'는 1884년 그가 처음 발표한 최초의 주가지수다.

주가는 가치를 찾아간다


지금 시각으로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종목별 주가밖에 없던 시절, 주식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지표를 창안해냈다는 게 참 대단하다. 그런데 궁금한 건 과연 왜 이런 주가지수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하는 것이다.



다우는 생전에 그가 창간한 월스트리트저널에 꽤 많은 글을 남겼는데, 주식시장의 흐름을 바다의 조류에 자주 비유했다. 우선 그가 1901년 1월31일자에 쓴 칼럼 '조류를 지켜보며'(Watching the Tide)를 읽어보자.

"한 사람이 바닷가에서 밀물이 들어오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이 사람은 밀물이 어디까지 이르는지 정확히 알고 싶어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바닷물이 도달한 모래밭에 막대기를 세워두었다. 이렇게 해서 파도가 더 이상 깊숙이 들어오지 못하는 지점까지 막대기를 세우자 마침내 막대기를 세운 지점이 후퇴하면서 조류가 방향을 바꿨음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이 방법은 주식시장의 밀물과 썰물을 관찰하고 결정하는 데 유용하다. 평균주가는 파도의 높이를 측정하는 자와 같다. 주가의 파동은 파도와 같아서 정점에 닿은 뒤 단 한 번에 후퇴하지 않는다. 주가의 파동을 움직이는 힘은 서서히 밀려들어오고, 조류가 정점에 도달했는지 분명히 파악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다우는 아마도 수많은 나날을 바닷가에 나가 곰곰이 생각해봤을 것이다. 그러고는 그때까지 아무도 알아내지 못한 주식시장의 비밀을 발견했을 것이다.

주가의 흐름이란 일단 방향을 정하면 그 기저의 힘이 바뀌기 전까지는 상당한 기간동안 그 방향을 지속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따라서 과거와 현재의 주가 흐름을 잘 관찰하면 시장의 추세를 알아낼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다우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투자자가 그의 이 같은 관찰을 토대로 미래 주가를 예측하고자 했는데, 여기서 기술적 분석의 효시라 할 수 있는 다우이론이 등장했다.


그런데 주식시장과 바다의 조류를 비교한 다우의 칼럼을 찬찬히 읽어가다보면 그가 투자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 새롭게 와닿는다. 조류가 밀려들고 나가는 것처럼 주식시장도 끊임없이 출렁이겠지만 단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궁극적으로 주가는 가치를 찾아간다는 것이다.

"3~4년씩 이어지는 강세장은 거세게 밀려드는 조류와 같다. 뜰 수 있는 것은 전부 띄워버린다. 여기에는 가치가 없는 것도 부지기수고, 나중에 조류가 물러나면 도저히 팔 수 없는 것들까지 늘 있게 마련이다."(1900년 5월25일)

"강하게 올라오는 투기의 조류는 우량주뿐만 아니라 부실주까지 띄운다. 조류가 방향을 틀면 부실주는 좌초한다. 이런 주식은 시장성이 없어 이를 보유한 개인이나 기관에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반면 우량주는 계속해서 떠다닌다. 시장성이 있으므로 얼마든지 매매할 수 있고 손실이 나더라도 최소화할 수 있다."(1901년 6월28일)

110년 전에 세상을 떠난 다우라는 인물이 멀리 대서양을 바라보며 찾아낸 주식시장의 진짜 비밀은 가치가 주가를 결정한다는 단순한 사실이었다.

막강한 자금력을 휘두르는 큰손 투기꾼이 제아무리 주가를 올리고 내리더라도 이런 시세조종이 영원히 이어질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진실이 드러나게 돼 있다. 이 진실이 바로 주식의 가치다. 장기적으로 주가를 결정하는 주체는 가치에 기초해 행동하는 투자자들이다. 주식시장에서 돈을 번다는 것은 가치를 예측하고자 노력하고 애쓴 데 대한 보상이다.

어느 작가는 말하기를, 바다가 놀라운 것은 거기에 놀라운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더 놀랍고, 그렇기에 때로는 바다에 나가 한없이 이어지는 파도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덧없이 흘러가버리는 것 같지만 숨을 죽이고 오래도록 지켜보면 뭔가 떠오르는 게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다우가 말하기를, 투자는 상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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