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에서 역발상 투자의 개념을 처음으로 주창한 인물은 '버몬트의 명상가'로 불렸던 험프리 닐이다. 컨트래리언(contrarian)이라는 신조어도 그가 만들어냈다. 경제 전망이나 투자 의견에서 대다수와 역행하는 사람 혹은 방식을 의미하는 이 말은 닐이 쓰기 전까지는 사전에도 없던 단어였다.
"고통과 번민의 나날을 숱하게 보낸 뒤 저는 주식 투자자들에게 꼭 필요한 가이드로 '월스트리트에서 돈을 날리는 열 가지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굳이 하나하나씩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일단 읽어보면 누가 뭐라 하지 않더라도 그 반대로 할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의 말처럼 주식시장에서 돈을 날리는 데는 이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없을 것 같다. 사실 여기 소개한 열 가지 방법은 투자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아픈 기억들일 것이다. 더 이상은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막상 이와 반대로 하려면 선뜻 손이 나가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시장을 지배하는 군중심리에 휩싸이고, 절대 다수의 망상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꽤나 냉정하고 합리적인 사람이었는데, 군중의 광기 앞에서는 냉철한 이성도 힘을 잃고 순식간에 감정의 노예가 돼버리고 만다. 이건 누구도 쉽게 제어할 수 없다. 지나고 나야 비로소 환히 드러나는 어처구니없는 환상이고,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노련한 프로들도 빠져드는 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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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주식시장이 가르쳐주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일관된 교훈이 하나 있으니 바로 자동교정 능력이다. 주식시장은 위로든 아래로든 극단에 다다르면 스스로 바로잡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역발상이 필요한 건 이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거침없이 상승할 때는 희망에 들떠 빚까지 내서 덤벼들 게 아니라 거품이 끼지 않았는지 찬찬히 살펴봐야 한다. 정말 시장이 올라가는 것밖에 길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한번쯤 저 아래 밑바닥을 내려다볼 필요가 있다.
모두들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들 때는 가만히 시장에서 빠져 나오라. 증권회사 직원이나 주변의 투자 전문가들이 하는 말이 너무나도 그럴듯하게 들린다면 그가 매수하라는 종목은 일단 매수를 보류하는 게 좋다.
주식시장이 패닉에 빠졌을 때는 공포에 사로잡힐 게 아니라 거품이 빠진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할 기회가 왔음을 반겨야 한다. 다들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시장을 외면할 때는 신중하지만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도 모르게 시장의 한복판에서 군중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있다면 냉정을 되찾고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 보라.
그리고 그런 느낌이 드는 순간 조용히 랄프 왈도 에머슨의 말을 떠올리며 자신만의 질서를 찾아보는 게 좋다. "군중의 무리 속에서도 고독한 독립이 주는 완벽한 달콤함을 누릴 수 있다면 진정 위대한 사람이다."
약세장은 희망의 비탈을 타고 내려가고, 강세장은 의심의 벽을 타고 올라간다는 말이 있다. 지금 당신은 희망을 붙잡고 있는가, 아니면 의심에 기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