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이하 영화 홈페이지)
2010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 등 3개부문에서 수상했고, 지난해 시체스 영화제에선 유럽최우수작품상을 타기도 했다. 이 영화의 감독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 감독은 라틴 문화권을 대표하는 거장 감독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주인공인 '슬픈 광대' 하비에 역을 맡은 카를로스 아세레스는 '다크 나이트'의 조커 역을 맡은 히스 레저를 뺨칠 정도로 광기어린 연기를 펼친다. 잭 니콜슨이 "배우를 잡아먹는 캐릭터가 있다"고 했는데, 조커 역을 한 히스 레저처럼 '혹시 요절하지 않을까'라는 쓸데없는 걱정이 들 정도다. 다만, 스릴러 장르인데다 피 튀기는 잔인한 장면이 많다. 심장이 약한 분들에겐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주인공 하비에. 정신분열 증세로 얼굴을 자해했다.
잘못된 국가 폭력의 폐해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것을 풍자하는 내용이다. 특히 법에 부여된 권력이라는 속성으로 인해 국가 폭력이 잘못됐다는 생각조차 미처 하지 못하거나 아무런 반감 없이 자연스레 순응하게 된다는 측면이 무섭다. "한 명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백 만 명의 죽음은 통계다"라는 스탈린의 말은 어떤 잔혹한 범죄 이상으로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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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선 주인공의 정신병적 폭력을 자세하게 묘사한다. 반면 그 폭력의 원인이 되는 국가나 사회적 폭력은 배경으로 깔거나 간략하게 처리하고 지나가 버리는데, 이런 방식은 국가 폭력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영화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국가 폭력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해야 하며, 견제하거나 저항하지 않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 영화 속 인물들에게 나타난 폭력이 갖는 개인적 차원의 속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폭력은 결핍에서 나온다. 흔히 정당성이 없는 권력에서 국가 폭력이 나오듯, 배려와 사랑이 모자란 이들이 주로 폭력을 행사한다. 인간성의 결핍이 삐뚤어지고 억압된 마음을 낳고, 그 잘못된 마음은 보상심리와 집착으로 이어지며, 잘못된 심리가 잔혹한 폭력을 낳는 구조다.
또 폭력을 당하는 이들은 처음엔 고통을 덜 당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자에게 잘 보이거나 도망치려 하다가, 나중엔 체념하고 순종하며, 극단적인 경우 폭력에 동화되어 결국 스스로도 폭력에 물들어간다. 이 영화의 세 주인공 '슬픈 광대' 하비에, '웃긴 광대' 세르지오, 그리고 그들의 여인 나탈리아가 보여주는 행태가 딱 그렇다.
↑병적으로 집착하는 하비에와 세르지오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나탈리아.
이 모든 일은 혼자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필요하다. 영화 속에서 세르지오의 인기에 눌려 그의 폭력을 견디고 살던 서커스 단원들이 힘을 모아 세르지오에게서 자립한 이후 오히려 더 행복하게 잘 살게 된 경우처럼 말이다.
↑강제로 징집된 서커스 광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