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가 부끄럽다… 금융위기 경고 은폐"

머니투데이 최은혜 기자 2012.07.2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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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선임 이코노미스트, 사임하며 강도 높게 비판

국제통화기금(IMF)에서 20년간 근무한 선임 이코노미스트가 "세계 금융위기와 유로존 위기의 경고 신호를 IMF가 은폐했다"고 비판하며 사임했다.

20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따르면 IMF 유럽국 선임 이코노미스트로 일했던 피터 도일은 지난달 18일 샤쿠르 샬란 집행이사 등에게 보낸 사직서에서 "IMF와의 인연을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일은 "IMF가 최근 몇 년 동안 유로존과 세계 금융의 위기와 관련해 사전에 위험 신호를 받았지만 이를 숨겼다"며 "금융 위기에 대한 경고를 지연시킨 것은 최악의 실패였다"고 비판했다. 이로 인해 그리스 등 국가에 고통을 가져왔고 위험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IMF가 글로벌 경제의 감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유럽 편향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도일은 IMF의 리더십이 '오염됐다'고 꼬집으며 IMF 총재 선출 과정을 봐도 지난 10년간 "너무나 명백히도 형편없는 수준이었다"라고 혹평했다.

또 "현직 총재(크리스틴 라가르드)의 성별, 순수성, 기백도 선출 절차의 근본적인 불합리성을 만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IMF는 지난 2년간 유로존을 벼랑 끝에서 구하려는 필사적인 노력 과정에서 뒤늦고 수동적인 역할만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IMF와 세계은행(WB)이 1945년과 그 이듬해 잇따라 설립된 이후 IMF 총재는 유럽 출신으로,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 출신으로 추대하는 게 일종의 불문율로 여겨져 왔다.

전임 총재 3명은 모두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도중에 그만뒀다.

지난 2004년 호르스트 쾰러 총재가 독일 대통령에 출마하기 위해 사임했고, 후임인 로드리고 라토 총재는 임기 중반인 2007년 개인적 사유를 들어 돌연 물러났다.

또 라토 총재의 뒤를 이은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총재는 지난 5월 미국 뉴욕의 호텔에서 호텔 직원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혐의로 체포된 뒤 퇴진했다.

도일은 IMF에서 이스라엘과 비(非) 유로존 국가인 스웨덴 및 덴마크 등을 담당했으며 IMF 내부에서 신망이 높은 전문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윌리엄 머레이 IMF 대변인은 도일 이코노미스트의 발언에 대해 "그의 의견을 비롯해 어떤 의견도 은폐됐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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