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반값 세븐'…일본경제 공부할 때

머니투데이 채원배 금융부장 2012.06.15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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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 소비부진 등 '일본식 장기불황' 우려.. 정부는 '日경제공부' 외면

[광화문]'반값 세븐'…일본경제 공부할 때


'버블세븐, 반값세븐'. 지난 2008년12월 건설부동산부장으로 있을 때 쓴 칼럼 제목이다. 강남, 서초, 송파, 목동, 분당, 용인, 평촌 등 과거 참여정부가 버블세븐으로 지목한 지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반값 세븐이 될 조짐을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반값세븐' 얘기를 3년반 만에 다시 꺼낸 것은 버블세븐 지역이 지난해 유럽발 금융위기 이후 2006년말∼2007년초 최고점 대비 반값세븐이 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대표 재건축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예로 보면 전용 76.79㎡(공급 102㎡)는 지난 4월말 7억9000만원에 신고됐다. 이는 최고가인 지난 2006년12월(11억5000만원)에 비해 3억6000만원(31.3%) 빠진 것이다.

은마 뿐 아니라 강남 등 버블 세븐 지역의 아파트값도 30%이상 빠졌다. 버블 세븐을 제외한 다른 수도권 아파트값은 2006년 이후 30∼40%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집값이 최고점 대비 이처럼 급락했지만 아직도 사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집값 바닥론 얘기가 일각에서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도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이러다 일본식 장기 불황이 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자연스레 나온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들과 한국은행 고위관계자들은 "우리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구체적이고 정확한 분석의 근거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일본 경제에 대한 분석을 등한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런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과 달리 최근 미국과 유럽의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본 경제에 대한 스터디가 활발하다고 한다. 지금 글로벌 경제가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일본을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1990년대 초반 일본에서 근무한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금 우리 경제와 사회가 90년대 초반 일본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선 소비부진의 장기화와 건설경기의 급랭, 집값 하락 등이 일본의 90년대 초반의 현상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또 삼성과 현대차가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우뚝 섰는데, 이 역시 90년대 소니와 토요타가 글로벌 기업으로 잘 나갈 때와 비슷하고, 이들 기업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거의 없다는 점도 닮았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류 문화도 90년대 초 일본 문화 열풍과 비슷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업소득 증가율은 두자릿수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개인 소득 증가율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점도 90년대 일본과 닮은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은 지난해 59%로, 미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10% 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노동소득분배율은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근로자보수)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이쯤되면 우리가 일본 경제를 공부해야 할 때라고 할 수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우리는 일본과 다르다'고 강조하지만 말고 일본의 장기 불황과 대처 방식을 꼼꼼히 들여다 봐야 한다.

금융계도 일본에 비해 LTV(주택담보대출비율)이 낮다고 안심하지 말고 집값 하락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다각도로 연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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