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이 뭐길래…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12.06.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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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학력 기재해 회장 당선, 고법 "선거관리위원회 당선무효는 정당하다"

지난해 1월 서울 성동구 H아파트에서 동 대표자 및 회장을 선출하는 선거가 열렸다. 회장에 입후보한 임모씨는 중학교만 나온 자신의 학력이 마음에 걸렸다. 그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사실이 없음에도 입후보등록신청서에 '고교중퇴'라고 기재했다.

임씨는 지난해 2월 열린 회장선거에서 당선됐다. H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이후 임씨에게 학력에 대한 소명을 요구했다. 학력을 위조한 임씨는 이를 거부했고 결국 선관위가 직접 학력조회에 나섰다.



당선된 지 5일 만에 임씨가 허위학력을 기재한 사실이 발각됐다. 선관위는 임씨에게 "입주자들에게 학력 위조를 사과하고 과반수 동의를 얻으면 회장으로 인정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임씨는 이마저도 거절했고 결국 선관위는 재선거를 실시했다.

임씨는 즉각 반발했다. 규정상 학력 허위 기재는 당선무효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임씨는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아파트동대표자회장당선자 지위확인 청구소송을 냈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11부는 임씨의 주장이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것은 맞지만 주택법시행령상 허위학력은 입후보자의 해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판사 최완주)는 임씨에 대해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임씨 패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후보자 선택의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는 학력 및 경력을 허위로 기재하는 것은 비난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며 "또 선거벽보에 허위학력이 기재돼있어 선거결과에 영향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주민들이 내는 관리비가 매년 12억원에 달하는 이 아파트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장은 높은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된다"며 "임씨의 허위학력 기재는 청렴성, 도덕성과 거리가 있고 선관위가 당선무효를 결정한 것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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