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다 코스닥"…급락 때마다 유독 왜?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2.06.06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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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투자 못해먹겠네요. 빠질 때는 탈탈 털리고 회복될 때는 찔끔이니 테마주에만 돈이 몰리는 데도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개인투자자 A씨)

코스닥 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증시가 조정을 받을 때마다 유독 더 두들겨 맞고 회복은 더딘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이런 격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불안감과 미국·중국 등 'G2'의 경기둔화 우려가 겹친 지난 4일 증시가 대표적인 예다. 이날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2.80%, 4.51% 밀렸다.

좀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2007년 10월 2000선을 처음 밟았던 코스피지수가 2008년 서브프라임과 리먼 파산 사태를 겪으면서 890선 아래로 반토막 나는 사이 코스닥지수는 840선에서 240선까지 1/3토막이 났다.



이후 코스피지수는 2년만인 2010년말 다시 2000선을 회복했지만 코스닥지수는 500선을 되찾는 데 그쳤다. 2007년 고점 대비 2/3 수준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와 올해초 코스피지수가 2200선까지 오르며 최고치를 경신하는 와중에도 코스닥지수는 줄곧 500선 안팎을 맴돌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2008년 이후 코스닥시장에서 이렇다 할 모멘텀이나 주도주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2000년대 초반 코스닥 랠리를 이끌던 IT붐까지는 아니더라도 디딤돌이나 방패막이 될 만한 대표주마저 마땅찮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스몰캡 연구원은 "코스피시장에서는 삼성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주가 이끌어줄 때는 끌어주고 버텨줄 때는 버텨주는데 코스닥시장에서는 이런 대표주 역할을 하는 종목이 없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장주가 없다 보니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가 외면하면서 수급 차원의 '소방수'가 없다는 점도 코스닥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개인 투자자 비중이 크다 보니 개인 투자자 자금이 빠지기 시작하면 지수가 곧바로 급락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코스닥시장 자체에 대한 불신도 시장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부실기업을 솎아내고 우량기업을 상장시키려는 한국거래소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불공정 공시나 거래가 적잖은 상황이다.

올해 들어서도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코스닥 상장사가 20여곳에 달했다. 코스피 상장사는 2곳에 불과했다. 또 아이스테이션, 미리넷, 대국, 평산, 미성포리테크, 엘앤씨피 등 적잖은 기업이 자본전액잠식 등의 이유로 증시에서 퇴출되기도 했다.

펀더멘탈과는 상관없이 일부 투기꾼의 작전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하는 사례도 주로 코스닥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렇다 보니 상장사 입장에서도 코스닥 기업은 싸잡아 저평가되는 데 대한 불만이 적잖다. 이런 코스닥 디스카운트 현상에 그나마 남아 있던 우량기업도 기회만 되면 코스피시장으로 이전하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금융당국이 매해 코스닥시장 정화를 내세워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시장을 흐리는 몇몇 미꾸라지 기업은 여전하다"며 "시장 혼탁과 규제 강화와 이중고가 계속되면 투자자들의 외면은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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