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운영과 실태 파악을 위해 찾아간 23일 어린이집에는 여전히 아이들로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원장이 자리에 없다며 자리를 피했다. 원장 김모씨(75)의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김씨는 학부모로부터 받은 특별활동비 중 일부를 따로 챙기고 우윳값을 부풀려 받은 혐의 등으로 최근 경찰에 적발됐다. 2010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년 6개월 이상 김씨가 학부모들에게 부풀려 받아낸 특별활동비는 약 1억여 원으로 추정된다.
교육업체와는 이미 활동비를 월 8000원에 계약하고 학부모들에게 2만 2000원이나 덧붙여 고지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영어 외에도 체육 특별활동도 같은 방식으로 학부모들의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학부모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영어 특별활동 뿐 아니라 음악, 미술, 체육 등 월 1만 원에서 월 3만 원 가량의 활동비를 받은 후 이 중 최대 70%까지 원장의 차명계좌로 되돌려 받은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2010년 이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돈을 가로챈 것으로 보이지만 활동비 수납·송금 등을 현금으로 거래를 해 정확한 액수를 알기조차 힘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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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세까지 수용하는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의 경우 현행법상 교육관련 특별활동교사를 직접 채용할 수 없다. 하지만 기본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원하는 학부모들이 늘자 어린이집들도 특별활동 교육업체들과 계약,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교육업체 간 수주경쟁이 심해지면서 어린이집이 요구하는 검은 뒷거래에 업체들도 가담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어린이집의 불투명한 회계 장부 내역은 이뿐만 아니다. 우윳값, 급식용 식자재비, 교사인건비 등 여러 부분에서 지출금액을 부풀려 학부모의 호주머니와 정부 곳간을 턴 것으로도 경찰에서 드러났다.
우유대리점으로부터 원생 수 절반만큼만 우유를 납품 받고도 대금청구서에는 전체 원생 수만큼 납품양을 허위 기재해 정부 급식 보조금 1200여만 원을 가로챈 어린이집, 급식 식자재를 구매하는 마트에서 일명 '카드깡'으로 1200여만 원을 돌려받은 어린이집 등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어린이집 리베이트 사실을 들은 학부모들은 피해금액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관계기관 등에서는 징계 수위가 결정되지 못해 환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 양천경찰서는 현재 총 50여 개 어린이집을 상대로 수사를 마쳤다. 6월까지 나머지 어린이집을 상대로 수사를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