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아파트, 안사길 잘했네'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12.05.0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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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가엿보기]세종시 이전 앞두고 부동산 대책에 공무원들도 '촉각'

↑ 세종시 첫마을 단지.↑ 세종시 첫마을 단지.


지식경제부 김민석(가명) 과장은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매번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에 아파트를 분양 받았냐는 질문을 받는다. 부동산 침체기에도 세종시 만큼은 적잖은 차익을 챙길 수 있을 거란 부러움 섞인 질문이다.

김 과장은 "난 일부러 분양 안 받았어"하고 간략히 답하고 만다. 고등학생인 자녀 때문에 가족 모두가 이사를 가지도 못할 뿐더러 분양 아파트 세대의 70%가 공무원에 할당돼 있어 입주하기가 영 부담스러웠던 탓이다.



속으로는 '안 받길 오히려 잘했다'는 생각을 하지만 입 밖으로 꺼내진 않는다. 요즘 같아선 차로 20~30분이면 갈 수 있는 대전에 적당한 집을 세 얻어 사는 게 속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김 과장 주변에는 요즘 대출을 알아보는 동료들이 적지 않다. 분양 받은 세종시 아파트의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서울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울상인 공무원들이 일단 대출로 급한 불을 끄려고 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한정석(가명) 과장도 "세종시 아파트에 입주하기로 해 이미 몇 달 전에 서울 아파트를 내놨는데 집을 보러 오겠다고 전화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며 "아예 싼 값에 내놓기는 뭐하고 입주 시기는 다가오고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한 과장은 세종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을 때만 해도 서울 아파트를 팔고 평수를 넓혀가는 동시에 남은 돈으로 빚도 갚고, 차도 한 대 뽑을 생각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다 올 들어 부동산 침체가 심화돼 집값이 떨어지자 빚 갚기는 포기하고 차 한 대만 사기로 마음을 달랬다.

그런데 급기야 이제는 차는커녕 따로 빚을 내 잔금을 치러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한 과장은 갑자기 목돈을 마련하기는 어렵고 어쩔 수 없이 대출을 추가로 받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다.


한 과장은 "국가 전체를 내다봐야 하는 입장에서 함부로 할 얘기는 아니지만 요즘 같아선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좀 나와 줬으면 하고 바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사사로운 감정으로 정책을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공무원도 '인간'인데 어쩔 도리가 없는 셈이다. 일각에선 "행정안전부가 세종시로 안가다 보니 공무원 이주대책에 너무 소홀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KDI(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1월에 전년 동월 대비 58.3% 급감했고 2월에도 40.2% 줄었다.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정부는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를 포함한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 주 초로 발표 시기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강남3구가 투기지역에서 해제되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이 시가의 40%에서 50%로 높아지고 총부채상환비율(DTI) 상한도 연소득의 40%에서 50%로 상향 조정된다. 3주택 이상을 보유한 사람에게 부과되던 10%포인트의 양도소득세 가산세도 없어진다. 여기에 취득세율도 인하해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이번 규제완화가 움츠러든 시장을 살아나게 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실질적인 효과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다는 시각도 많다.

제대로 안 살아나도, 너무 살아나도 문제인 부동산 시장을 매만질 수 있는 묘책이 도출될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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