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 첫마을 단지.
김 과장은 "난 일부러 분양 안 받았어"하고 간략히 답하고 만다. 고등학생인 자녀 때문에 가족 모두가 이사를 가지도 못할 뿐더러 분양 아파트 세대의 70%가 공무원에 할당돼 있어 입주하기가 영 부담스러웠던 탓이다.
김 과장 주변에는 요즘 대출을 알아보는 동료들이 적지 않다. 분양 받은 세종시 아파트의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서울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울상인 공무원들이 일단 대출로 급한 불을 끄려고 하는 것이다.
한 과장은 세종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을 때만 해도 서울 아파트를 팔고 평수를 넓혀가는 동시에 남은 돈으로 빚도 갚고, 차도 한 대 뽑을 생각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다 올 들어 부동산 침체가 심화돼 집값이 떨어지자 빚 갚기는 포기하고 차 한 대만 사기로 마음을 달랬다.
그런데 급기야 이제는 차는커녕 따로 빚을 내 잔금을 치러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한 과장은 갑자기 목돈을 마련하기는 어렵고 어쩔 수 없이 대출을 추가로 받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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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과장은 "국가 전체를 내다봐야 하는 입장에서 함부로 할 얘기는 아니지만 요즘 같아선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좀 나와 줬으면 하고 바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사사로운 감정으로 정책을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공무원도 '인간'인데 어쩔 도리가 없는 셈이다. 일각에선 "행정안전부가 세종시로 안가다 보니 공무원 이주대책에 너무 소홀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KDI(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1월에 전년 동월 대비 58.3% 급감했고 2월에도 40.2% 줄었다.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정부는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를 포함한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 주 초로 발표 시기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강남3구가 투기지역에서 해제되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이 시가의 40%에서 50%로 높아지고 총부채상환비율(DTI) 상한도 연소득의 40%에서 50%로 상향 조정된다. 3주택 이상을 보유한 사람에게 부과되던 10%포인트의 양도소득세 가산세도 없어진다. 여기에 취득세율도 인하해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이번 규제완화가 움츠러든 시장을 살아나게 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실질적인 효과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다는 시각도 많다.
제대로 안 살아나도, 너무 살아나도 문제인 부동산 시장을 매만질 수 있는 묘책이 도출될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