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 난 쉬는데 넌 안쉰다고?"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2.04.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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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가엿보기]직장인들 쉬는 '근로자의 날' 더 바쁜 고용노동부 공무원들

# 고용노동부 김인석(36세, 가명) 사무관은 최근 은행에 다니는 친구로부터 "5월1일에 부부 동반으로 가까운 곳에 나들이 가자"는 연락을 받았다. 휴무일인 근로자의 날을 맞아 가족모임을 하자는 제안이었다.

김 사무관은 친구에게 "우린 안 쉬어"라고 했다. 직장인들이라면 '근로자의 날' 모두 쉬는 줄 알고 있던 그 친구는 하는 수 없이 김 사무관을 제외한 다른 친구들과 가기로 했다. 김 사무관은 "근로자의 날에도 공무원은 쉬지 않는다. 일반 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은 이해를 하지 못 한다"며 "우리는 근로자의 날에 더 바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양동욱 기자ⓒ(서울=뉴스1) 양동욱 기자


5월1일 '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관가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달력에 적힌 숫자는 검은색이지만, 여기저기서 "징검다리 연휴"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서다.

3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면 '근로자의 날'엔 무조건 쉴 수 있다.



다만 공무원들은 일반 근로자와 달리 '국가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기 때문에 정상 근무를 해야 한다. 근로자의 날은 '국경일에 관한 법률'이나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정한 법정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이날을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근로기준법에 의한 '유급 휴일'로 규정했다. 특히 지난 2007년 제정한 '근로자의 날 관련 근로기준법 적용지침'에 따라 회사는 직원들에게 근로자의 날 휴무를 보장토록 했다.

일반 기업 근로자 중 불가피하게 일해야 하는 경우 회사는 휴일 근로수당이나 보상 휴가를 줘야 한다. 휴일 근로수당은 '근로기준법 제56조'에 따라 통상임금의 100분의 50이상을 가산해 지급한다. 회사가 휴일근로수당을 주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박광일 고용부 노사협력정책과장은 "근로자의 날은 법정 공휴일이 아닌, 유급 휴무일이다. 근로자들의 근무 의욕을 높이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모든 근로자는 쉴 수 있지만, 공무원은 열외"라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공무원들은 '남들 쉴 때 쉬지 못하는 서러움'을 견뎌야 한다. 특히 고용부 직원들에겐 근로자의 날 행사 등 각종 이벤트와 프로그램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더 바쁜 날이란 분위기다. 한 고용부 직원은 "근로자의 날에 쉬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 왔는데도 남들 쉴 때 못 쉰다고 생각하니 아쉽다"며 "새로운 달을 시작하는 날이다 보니 챙길 것도 많고, 더 바쁠 것 같다. 국민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업무에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근로자의 날은 1963년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한국노총의 창립일인 3월10일을 '근로자의 날'로 제정한 것에서 시작했다. 정부는 1973년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6615호)'에 포함시킨 뒤 노동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1994년부터 5월1일로 바꿔 시행하고 있다. 이날은 세계적으로도 노동절(May-day, 메이데이)로 기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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