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씨, 저는 밥 2그륵 먹어요"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12.04.05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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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조문화 바꾸는 '정을 나누는 희망의 씨앗', 해피빈 콩스토어 출범

"정희씨에게. 다음에 또 보네주세요. 저는 밥 2그륵 먹어요"

서울 S지역아동센터의 이OO군이 '정희씨'에게 보낸 편지다. 얼마 전 '정희씨'라는 스티커가 붙은 곡식을 기부 받은데 대한 감사의 표시다. 말미를 소리나는 대로 '2그륵 먹어요'로 장식한 걸 보면, 조금은 부족했던 모양이다.

"정희씨, 저는 밥 2그륵 먹어요"


정을 나누는 희망의 씨앗 '정희씨'가 5일 해피빈 콩스토어에 본격적으로 선을 보인다. 정희씨는 경조문화의 거품을 줄여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하는 상품이자 공익캠페인 브랜드. 기부 미디어 기프토(GIFTO)와 NHN (188,300원 ▼2,600 -1.36%)의 해피빈재단, 광고 기획사인 꾼크리에이티브가 의기투합해 빛을 봤다. 수익금 전액은 기부나 공익 캠페인에 쓰인다.



'정희씨'가 내건 슬로건은 '세상을 바꾸는 행복한 곡식나눔'. 경사와 조사, 축하를 위해 보내는 화환이나 난의 유통마진을 줄여 곡식 또는 온라인 기부전용 아이템 '해피빈'을 기부하도록 했다. 같은 비용으로 '기부의 기쁨'도 선물할 수 있다.

정식 런칭 전 초록뱀 (5,400원 ▼250 -4.42%), 예당 (0원 %), 하이쎌 (2,660원 ▲35 +1.33%), 키이스트 (6,040원 ▼30 -0.49%), 우원개발 (2,905원 ▲5 +0.17%), 엘티에스 (178원 ▼42 -19.09%), 인프라웨어 (9,660원 ▲1,790 +22.74%), 에듀윌 등 일부 기업이 '정희씨'로 난과 화환을 보냈고, 여기서 모인 작은 정성이 도봉씨앗아동센터, 천애원, 꾸미루리, 독거노인 단체인 우양에도 곡식이 전해졌다. 이 단체들은 정희씨를 통해 감사편지와 글, 사진들을 보내왔고, 해피빈 내 각 공익단체들이 운영하는 블로그(해피로그)에도 감사의 메시지가 실렸다.



서울 S지역아동센터 이OO군이 보낸 감사편지.서울 S지역아동센터 이OO군이 보낸 감사편지.
한국의 경조문화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화환들은 여러 곳을 돌며 재탕, 삼탕으로 쓰이고, 식장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리본만 잘려 배달되는 일도 많다. 축하를 위한 난 역시 일시적,형식적으로 소모되곤 한다.

최근 우리사회에는 기부활동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그러나 기부 후의 소통과 사후관리에 대한 관심은 많지 않다.

수년 전부터 쌀을 기부하는 '쌀화환' 업체들이 크게 늘었다. 대부분 화환을 받은 사람이 사이트를 직접 방문, '교환권'의 번호와 신상정보를 입력해야 쌀이 배송되는 방식을 취한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선금을 받고 가맹점을 늘려가는 업체들도 있다.


정희씨가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기부의 절차와 쌀의 품질 등 '투명성', 그리고 기부자와 피기부자간의 '소통'이다. 화환(난)을 받는 사람이 1개월간 기부를 신청하지 않을 경우 보낸 사람(회사)에게 기부권이 전달되도록 해 '낙전' 가능성을 없앴다. 또한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기부처를 정하지 않은 경우 해피빈의 '나눔함'을 통해 투명하게 선정된 단체에 전달되도록 했다.

'정희씨'는 손을 맞잡은 기업이나 개인이 '경조문화'를 '나눔의 문화'로 함께 바꿔나가자는 취지에서 출범했다. 기부미디어 기프토는 이들의 아름다운 기부활동을 담고 보관하는 한편 '정희씨'를 택한 이들에게 '기부통장'도 전달할 계획이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은 기부를 하는 '행위'에만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기부를 받는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고 지속적으로 소통할 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훨씬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서울 S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식사하는 모습.서울 S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식사하는 모습.
아직 국고보조를 받지 못하는 서울 S아동지역센터에서는 이OO군을 비롯해 총 6명의 아이들이 정희씨를 통해 감사편지를 보내왔다. 이 아이들에겐 쌀뿐 아니라 밥 두 그릇을 먹는다는 얘길 나눌 든든한 친구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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