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상장폐지 심사대상?…투자자들 '촉각'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2012.02.0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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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3일 횡령·배임 공시..자기자본 2.5% 이상이어서 상장폐지 심사대상 지정

국내 10대 기업집단인 한화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한화가 상장폐지 심사를 받는 이례적 사태가 벌어지자 투자자들은 앞으로 이번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장 마감 후 한화 측이 공시를 단행해, 상장폐지 심사 대상 지정 여부를 놓고 투자자들의 궁금증은 증폭되고 있다.

◇탄탄한 한화가 상장폐지 구설수...왜 이런 일이?



한국거래소는 한화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남영선 한화 사장 주요 임원 3인이 한화S&C 주식 저가 매각을 통한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 사실을 밝혔기 때문에 당연히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도 거래소가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횡령·배임의 경우, 혐의 금액이 자기자본의 5% 이상, 대규모 법인은 2.5% 이상이면 공시해야 한다. 이 규모 이상 횡령 혐의가 발생하면 즉각 거래소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는 설명이다.



검찰 측에서 밝힌 한화의 배임 금액은 899억원으로 자기자본(2조3183억원, 횡령당시 2009년 말 기준)의 3.9%에 해당한다. 따라서 한화의 횡령·배임액 규모를 본다면 당연히 '자기자본의 2.5% 이상'이라는 기준에 해당돼 공시 의무가 발생하며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도 포함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최근 횡령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지만 자기자본 2.5% 규정에 해당되지 않아 공시 의무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다. 2010년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됐을 때도 이른바 '2.5% 룰'에 해당되지 않아 '공시망'을 비켜갔다.

그러나 이번에 한화그룹은 다르다. 자기자본 '2.5% 룰'에 해당될 정도로 금액이 크기 때문에 10대 그룹으로서는 처음으로 상장폐지 심사 대상 여부를 점검받게 됐다.


앞으로 수순은 간단하다. 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상장규정 제80조에 따라 한화 측의 횡령·배임 사실 공시에 따른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되는지 여부부터 따지게 된다. 따라서 거래소가 심사대상 여부의 검토에 들어가는 시점부터 한화 주식은 거래가 중지된다. 당장 6일부터 한화 주식을 사고 팔 수 없는 셈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되면 실질심사위원회 심의절차 진행에 관한 사항이 한화 주주를 비롯한 투자자들에게 안내될 것"이라며 "만약 심사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매매거래 정지도 즉각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 측도 거래 정지 등 이번 사태와 관련된 문제들을 최대한 빨리 수습한다는 방침이다.

한화 관계자는 "지난해 4월부터 횡령·배임에 대해 확정 판결 이전에 혐의만 받아도 매매를 정지하도록 제도가 강화돼 검찰 구형액 기준으로 이번에 공시 의무가 발생한 것"이라며 "거래소와 논의하겠지만 회사의 재무 상태 등을 고려해 상장폐지까지 갈 상황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공시 의무만 발생한 것이지, 실질적으로 상장 폐지로까지 갈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주말 앞두고 '상장폐지 심사 대상' 공시..투자자 '궁금증' 키워

이번 소식은 지난 3일 오후 6시46분 한화의 횡령·배임 혐의 발생 공시로 투자자들에게 알려졌다. 투자자들은 특히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후에 회사 경영에 관한 중대 공시가 나왔기 때문에 더욱 궁금해 하는 분위기다.

주요 포털과 팍스넷 등 증권 관련 사이트에는 한화가 검색어 1위에 오르고 관련 글이 잇따르는 등 투자자들은 사태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도 아닌 코스피에 상장된 굴지의 대기업이 상장폐지 심사를 받게 돼 한화 주식은 물론 한화그룹주로 연쇄 파장이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많다.

한 개인 투자자는 "지주회사격인 한화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한화그룹 전체에 심리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는 것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투자자는 "한화는 대기업 주식으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가 많기 때문에 상장폐지 실질 대상에 해당되는지 검토도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 주식에 대해 기록적인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외국인은 한화 주식도 매수규모를 늘려 이달 들어 148억 순매수했다. 기관은 83억 순매도했지만 최근 7거래일 연속 주식을 사들였다. 한화 주가는 이달 들어 17%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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