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실전 클리닉] 제주와 남도 음식점의 충돌

머니투데이 이경태 맛있는 창업연구소 소장 2012.02.01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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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 있는 100여 평의 중형급 식당에서 연락이 왔다. 아내와 남편의 의견충돌이 있어 제발 정리를 정확하게 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아내는 어떠한 메뉴든 어느 한쪽으로 정확하게 집중해야 함을, 남편은 한우라는 메뉴까지 추가하여 매출 회복을 꾀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필자가 도착한 식당은 제법 노포의 냄새가 풍겼다. 좋은 표현으로 노포다. 그만큼 정리 정돈이며, 분위기가 다소 처진다는 뜻이다. 제주음식이라면 싸지는 않다. 남도 음식은 잘 알다시피 꼬막 한 접시도 3만원이 넘는 비싼 음식이다.



거기에 비해 가게는 고관여(오랜 고민과 관여, 머뭇거림 끝에 내리는 결정 - 왜? 바로 비싼 구매, 소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스럽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이야 돈으로 해결할 일이기에 언제나처럼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는다.

나는 인테리어 시공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 말고, 그것이 아니어도 풀어낼 수 있는 처방전을 찾는 3류 컨설턴트이기 때문이다.



◇ 문제의 원인과 과정을 디테일하게 살피기
첫 출발은 제주음식이었다고 했다. 제주음식은 서울에서 귀한 음식점 콘셉트기 때문에 제법 손님이 많았다고 했다.

그런데 제주음식을 돕던 동업자가 이탈하면서 손님도 처지기 시작했고, 결국 남도음식을 강화해 돌파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서대며, 무안낙지, 벌교꼬막, 간재미에 매생이국을 넣은 제주와 남도 식당이 된 것이다.

늘 봐오던 일이기에 그 과정이야 크게 흥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왜 버려야 하며, 어떤 연유로 어디에 집중해야 하며, 어떻게 과정을 풀어야 하는지를 이해하도록 설명하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경험이 많은 식당 경영자일수록 과거의 틀을 깨기 힘들다. 30년 가까운 식당 경험을 가진 경영자를 겨우 십 수 년의 컨설팅 경험을 가진 3류가 상대하기엔 당연히 벅차다. 그래도 풀어야 한다. 그것은 가르치는 설명이 아니라, 이해를 위한 가리키기다.

당신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설득시켜야 하거나, 자연스러운 이해를 권해야 한다면 가르치지 말아야 한다. 어떤 누구도 가르침을 달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너는 못났다, 왜 그걸 모르냐’는 식의 가르침이 좋은가?

그러나 자연스럽게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짚어주면 시선만 돌리면 그만이다. 가리키는 손가락을 연이어 따라가다 보면 무엇을 놓치고, 방심했는가를 눈치 챌 수 있다.

◇ 어설픈 ‘오늘의 메뉴’는 ‘내일’ 고객까지 등 돌리게 만든다!
해당 식당은 적지 않은 규모의 오피스를 낀 입지였다. 당연히 점심에는 식당이라는 이름만 걸어도 손님들이 들어가야 하는 그런 자리다. 그래서 이 음식점이 묘안을 낸 것은 바로 ‘오늘의 메뉴’였다.

제주 음식도 아니고 남도 음식도 아닌, 그냥 별 특색 없이 누구나 선호할 수 있는 메뉴들을 적당히 바꿔가면서 점심매출을 이겨내고 있었다. 필자가 가던 날의 오늘의 메뉴는 ;대구탕에 조기찌개, 전어구이와 가재미탕 그리고 회덮밥‘이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오늘의 메뉴를 고민하고 있었던가? 역시 해보니까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가슴을 펴고 있는가?

오늘의 메뉴는 내일이 없다. 아무리 오늘의 메뉴로 히트를 치고, 손님을 끌어 모아도 내일은 내일대로 ‘오늘의 메뉴’를 만들어야 한다.

모레는 모레대로 또 ‘오늘의 메뉴’를 만들어야 한다. 제주음식과 남도음식이 좋아서, 맛있어서, 잘해줘서 와야 하는데 그런 흔적은 없다. 비싸서 점심은 먹지 않는다는 것을 해봐서 알았기 때문이다. 비싸니까 점심보다는 저녁을 기대하며 칼을 갈고, 점심은 어쩔 수 없이 연관도 없는, 인연도 아닌 ‘오늘의 메뉴’를 선택한 것이다.

우선 식당 주인에게 물었다. “사장님. 오늘의 메뉴 때문에 손님이 많았던 점심. 내일도 그렇게, 늘 손님이 몰려올까요?” 공격적인 색깔을 최대한 담지 않은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사장님은 말이 없다.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여러분도 지금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고민하지 마라. 오늘의 메뉴는 아무런 가치도 없고 희망도 없는 내일이기 때문이다. 단 이런 경우는 관계없다. 대부분의 매출이 저녁시간대에 이뤄지는 호프집에서 ‘점심의 밥장사로 월세라도 건져보자’는 심사라면 상관없다.

어차피 가게는 호프집이고 손님들도 그렇게 알고 있고, 그래서 점심에 무엇을 팔든 먹을 만한 가격이라면 거기가 어디든 관계없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업종이 저녁으로 제한되어 있는데, 천성이 부지런하고 월세가 버거워 낮 점심 한 시간이라도 건져내자는 정성이라면 그때는 오늘의 메뉴도 관계없다.

◇ 집중과 선택의 중요성
다시 이야기를 되돌려보자. 제주 00식당은 2년 전만 해도 연예인들도 가끔 다녀갈 정도의 식당이었다. 거기에 한 가닥 하는 음식 솜씨를 가지고 있다면 힘들어도 도전해볼 수 있는 남도 음식을 접목했던 것이다.

그러나 덜어내자. 집중하자. 제주건 남도건 한쪽의 손을 들어주고 다른 손은 나가달라고 해야 한다. 전혀 연관성이 없다는 점도 그렇거니와, 그러나 각각으로 볼 때 분명히 특화된 식당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전문 음식점이라는 점에서, 4번 타자끼리의 조합은 불화만 생긴다는 사실을 이해했으면 한다. 그렇다면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여러분이라면?

이 식당의 경우 당연히 제주음식을 선택해야 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태생이 제주 00식당이었다. 지금이라도 과거의 스토리를 끄집어 다듬어야 한다. 스토리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고 기회다. 그래서 제주음식에 몰입해야 한다.

또 남도 음식은 사실 흔하다. 교대 사거리에 가장 흔하게 널린 식당이 바로 남도 음식점이다. 남도 음식은 그만큼 선호도가 높다. 오래전부터 남도의 손맛을 최고로 쳐왔지 않았던가. 경상도의 손맛이 뛰어나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음식하면 남도다. 그래서 도전하는 사람이 많다. 남도 출신이라면 주어진 숙명인 것처럼 남도 음식을 해내려고 한다. 선호도가 높은 만큼 공급자도 흔하다면 흔하다. 공급자가 많다면 경쟁자를 눌러내야 하는 싸움도 많아지고, 피로도도 그만큼 높아지게 될 것이다.

3류의 선택과 버림은 이렇게 단출하다. 파워가 균등한 4번 타자끼리는 섞이지 않는다. 스토리를 위해서 태생을 따진다. 그래도 공급자가 흔하지 않는 것으로 승부한다. 이렇게 단출한 논리로 가리켰다. 그랬더니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주셨다.
“이 소장의 말대로 한우까지 추가하는 내 고집은 버리겠다. 그런데 제주 음식을 점심에 팔기엔 적당치 않은데 이것은 어떻게 풀어야 하나?”

◇ 선택이 끝나면 디테일한 메뉴 구성에 들어가라
성게미역국 1만2000원. 고등어구이 1만2000원. 한치&자리물회 1만2000원. 제주뚝배기 1만5000원. 은갈치구이 2만8000원. 옥돔구이 2만8000원.

필자가 열어본 메뉴판에서 제주 음식 편에 있던 식사 류 내용이다. 점심에 먹기엔 만만한 값이 아니다. 작정하고 여행 온 제주 여행객이라면 몰라도 말이다. 이것을 가격을 낮추고, 어쩌고는 말이 되지 않는다. 새로운 제주 메뉴를 집어넣어야 한다.

제주식당을 컨설팅하기 위함이었을까? 필자는 불과 두 달 전에 제주 여행을 다녀왔다. 이런 저런 음식을 조금씩 맛 봤는데 그 중에서도 제주 흑돼지 불고기가 입에 잘 맞았다.

돼지 두루치기라는 생소한 음식이 아니라는 점도 좋았다.
사람들이 ‘제주’ 하면 떠올리는 음식이나 재료는 대부분 고등어나 갈치, 조림 류, 또는 회다. 오분자기나 다금바리같은 해산물도 떠올린다. 그리고 제주 똥돼지도 떠올린다. 물론 지금은 흑돼지를 키운다. 같은 삼겹살이라도 제주산 흑돼지는 값이 더 비싸고, 손님도 받아들인다.

‘식당’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점심은 어디건 채우고 마는 그런 오피스상권이라면 직장인들이 좋아하는 점심메뉴가 무언지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수십 수백 가지의 음식 중에서 누군가가 “가장 즐겨먹는 점심 외식 메뉴는 뭔가요?”에 답을 적어야 해서 적어낸 결과이기는 하지만, 김치찌개, 된장찌개, 비빔밥, 백반, 돈가스(2011년. 2008년엔 제육덮밥도 포함되어 있었다) 등이라고 한다. 찌개야 말로 한국인이 마다 않는 음식이다.

그렇게 조사된 자료 안에서 필자는 제주 음식으로 직장인이 선호하는 2가지를 만들 수 있다고 정리했다. 바로 ‘흑돼지 김치찌개’와 ‘흑돼지 두루치기 백반’이다.

오늘 점심 제주 흑돼지 김치찌개 어때? 흑돼지를 듬성듬성 썰어 넣은 그 맛 당기지 않아?

오늘 점심 제주 흑돼지 두루치기 백반 어때? 한상 가득 불고기를 지글지글 익힌 것을 쌈에 올려 먹으면 맛있지 않을까?

가격이야 가게가 양보하고 남들만큼 받아도 좋고, 정말 자신이 있다면 돈 천원 더 받는다고 그것 때문에 올 사람이 오지 않지는 않을 것이다.

◇ 제주식 찬거리로 매장 콘셉트에 집중!
이때 중요한 것은 제주 음식의 연출이다. 그냥 김치찌개가 아니라, 그냥 돼지 두루치기가 아니라 제주 음식 중의 하나인 흑돼지를 먹고 있음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것을 상차림에서, 반찬에서도 보완을 해주어야 한다.

제주 고사리로 무친 나물이며, 자리 젓갈과 같은 제주 음식임을 이해시켜주는 포인트를 잡아줘야 한다. 크기가 모자라 헐값에 받은 제주산 생선구이를 내 생색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런 식으로 점심에 직장인들에게 부담가지 않는 6000~7000원대의 제주 음식으로 노출해야 한다. 이때 원래 비쌀 수밖에 없는 제주 음식도 테이블 메뉴판에 신뢰감이 가도록 정성껏 디자인으로 완성해야 한다. 그리고 손님의 눈길이 가는 곳에는 제주 음식을 하나씩 건져내서 멋지게 노출해야 한다.

‘싱싱한 제주 은갈치 구이&조림’
‘살이 통통한 제주 옥돔구이’
‘오분자기가 듬뿍 들어간 제주 뚝배기’

‘지금 나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점심이기에 가볍게 찌개와 백반을 먹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손님들이 생각하게끔 그런 것은 점심부터 권하지 않는다. 한두 번에 주머니를 털어내고 다시는 못 오게 할 평양 기생이 될 것이 아니라면,

비싼 것은 권하지 않는다. 있음을 알리면 된다. 제대로 멋지게 알리면 된다. 대중적인 접근에서 출발하면 된다. 가게의 문턱을 넘게 만들면 된다. 믿을 수 있는 음식임을 알아차리게 하면 된다. 가격에 비해 만족할 가치를 안겨주면 된다. 그러고 나면 비싼 것에도 호기심을 갖게 될 것이다. 호기심은 탐색과 도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 완성도 높은 단일 메뉴, 조잡한 열 메뉴 안 부럽다
남도음식을 하지 않으니까 주방에도 여유가 생긴다. 그 여유는 제주 음식 코스로 완성해야 한다. 작정하고 덤비는 손님도 있다. 접대나 예우 혹은, 회사 돈이라는 이유로 써재끼는 경우의 수도 얻어낼 준비를 해야 한다.

전문점이라는 것은 제대로 해내는 집을 뜻한다. 전문점이기 때문에 제주 음식만으로 상을 채워서 손님에게 제공할 수 있음을, 능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구성해야 대중적인 식사부터 제주 음식다운 맛을 위해 제주까지 가지 않아도 좋음을 인지시켜야 한다.

상호에는 과거처럼 ‘제주’ 표기를 해야 한다. 그럼 무엇을 파는 집인지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단 점심시간에 직장인들이 고민하지 않고 덤벼들 음식이 있음은 반드시 노출해야 한다. 그것은 몸부림이 아니다. 좋은 조건을 손님들에게 제안하는 것이다. 제안은 외면할 이유가 없는 찌개와 백반이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줄을 세우는 식당도 흔하다.

메뉴가 많아야 한다. 메뉴가 매일 달라야 한다. 이런 결정은 이제 되도록 지우자. 손님들은 식당 거리에 들어섰을 때

“저기는 부대찌개를 참 잘해” “저 뒤는 생선구이가 일품이야” 저 2층은 겉절이가 끝내주는 칼국수가 있어“

손님들은 당신 가게의 무수한 메뉴에서 자신들이 경험하고, 인정한 단 하나의 메뉴를 거론할 뿐이다. 그 단 하나의 메뉴에 거론을 당하지 못했기 때문에 힘들 뿐이다.

◇ 컨설팅 포인트
음식의 조합과 메뉴판의 구성은 개개인의 취향이기도 하고 학습된 일반성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어떤 음식점을 만들 때 메뉴의 개연성과 논리성 이런 것까지 따져가면서 하라면 두 손 두 발을 다 들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매출이 부진한 식당에서는 ‘이건 안했으니까 해보면 되지 않을까’의 식은 곤란하다. 거창하게 과학적이라고 할 것 까지는 없지만, 시도할 명분은 만들어야 희망도 품게 될 것이다. ‘하다가 아니면 말고’ 식이나 ‘없으니까 한 번 해보면 될 것 같기도 한’ 등과 같은 순도 낮은 조언은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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