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집값, 올해는? '동네 펀더멘털'을 봐라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 2012.01.1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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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청계광장

올해도 지방 주택시장의 반란은 계속될까. 한파로 꽁꽁 얼어붙은 서울과 수도권 주택시장과는 달리 지방 주택시장의 봄날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는 투자 리스크를 생각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동안 축적된 상승 에너지를 상당부분 분출해 추가적인 상승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는 회복 사이클의 정점에 도달할 수 있으니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2011년 한해 동안 부산과 광주, 대전, 대구, 울산 등 지방 5대 광역시 아파트 가격은 20.3% 올랐다. 특히 같은 기간 광주광역시 아파트 가격은 24.7%, 경남 양산은 29.6%나 급등했다. 바닥권을 맴돌았던 서울(-0.4%)이나 수도권(0.4%) 아파트 시장과는 영 딴판이다.



그동안 지방 주택시장의 흐름은 서울이나 수도권에 종속된 시장 성격이 강했다. 지방 주택시장은 수도권이 오른 뒤 시차를 두고 오르는 물결효과(Ripple effect)가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방 주택시장은 자체적인 수급 사이클에 의해 움직이는 등 수도권과 따로 노는 독립적인 시장으로 변했다.

지방 주택가격이 급등한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일단 장기간 주택공급 두절이나 해운대 초고층 주상복합 개발, 세종시 입주 등 국지적인 개발 재료도 시세 상승에 한몫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방 주택시장은 장기간 정체로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에 랠리가 가능했을지 모른다. 따라서 지방 주택가격 상승은 서울이나 수도권의 주택가격과의 차이(Gap)를 메우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가격 차이는 최근 3년간 상승이 이어지면서 상당부문 메워졌다. 올해 지방 주택시장을 마냥 장밋빛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물론 지방 주택 시세가 당장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 주택시장은 주식과는 달리 하방 경직성이라는 특성이 있는 데다 급등 이후에도 당분간 높은 가격을 유지한 채 등락을 거듭하는 고원현상(Plateau phenomenon)이 나타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간들이 쉽게 가지는 편향(bias)이다. 인간들은 합리적이지 않기에 오늘 집값이 오르면 내일도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 '지속 편향'에 쉽게 빠진다.

이 지속 편향은 투기적 수요로 연결돼 주택시장의 버블을 낳는 주범이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은 항상 오르는 것이 아니다. 오를 때가 있으면 내릴 때가 있는 법이다. 지방 부동산 시장은 실수요 중심의 시장이어서 사이클이 짧은 것이 특징이다. 다만 지방 중에서도 대전과 충청권은 세종시 후광효과로 회복세가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지역은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 과열된 시장만 보고 뛰어들 경우 자칫 상투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지방 집값이 계속해서 오르기 위해서는 지역 경제가 살아나야 한다. 가격을 지탱하는 지역경제 기반이 튼실해야 한다는 얘기다. 일부 지방에서 혁신도시나 기업도시 조성으로 주택 구매력이 늘어나는 곳도 있지만 다 그런 곳이 아니니 선별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부동산 가격은 결국 그 동네 경제 펀더멘탈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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