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그리스 화폐 '드라크마' 부활 가능성 타진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1.12.25 12:09
글자크기

유로존 붕괴 대비..금융시스템의 통화 고유코드 살려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일부 국가들이 탈퇴, 유로존이 붕괴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글로벌 대형은행들이 옛 유럽 통화로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적어도 두 곳의 글로벌 대형은행이 최근 벨기에 소재 금융거래 시스템 운용사인 스위프트와 접촉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 은행들은 옛 유럽 통화로 거래할 수 있는 이른바 '백업' 시스템을 스위프트가 지원할 수 있는지를 타진했다.



모든 통화는 알파벳 3자리의 고유 코드가 있다. 미국 달러가 'USD'로 통칭되는 식이다. 이 코드는 스위스 제네바 소재 국제기준기구(ISO)가 스위프트의 시스템을 통해 관장한다. 그런데 일부 은행이 그리스 옛 통화 드라크마의 코드 'GRD'를 다시 사용할 수 있는지 스위프트에 물어봤다는 것이다.

다만 소식통에 따르면 스위프트 측은 옛 통화를 부활하는 것과 같은 비상대책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이들 은행에 제공하지 않았다. 자칫 관련 정보를 공개해 유로존의 불안을 가중시킬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유럽 정치권이 끊임없이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은행들은 유로존 붕괴 또는 일부 회원국의 탈퇴에 대비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주에도 유로존 붕괴는 "소름끼치는 일"이라며 유로존 사수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유럽 각국 정부와 금융기관들은 몇 주 전부터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왔다.

영국 금융감독청(FSA)은 자국 대형은행들에게 위기 준비상황 업데이트를 요청했고 미국에서도 금융감독기관과 주요 은행들 간에 비슷한 커뮤니케이션이 있었다고 또다른 소식통이 전했다.


앨라스테어 뉴튼 노무라 선임 애널리스트는 "비상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순간 (그 계획은) 기정사실이 된다"며 "그렇다고 상황이 악화됐는데 아무 계획도 없다면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