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에 '고객 목소리' 담으니 '불티'

머니위크 문혜원 기자 2011.12.2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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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혁신상품을 만든 사람들/신진석 현대카드 알파벳 마케팅팀 대리

편집자주 신묘년(辛卯年)은 국내외적으로 위기가 끊이지 않았던 해였다. '수무푼전'(手無分錢:가진 돈이 하나도 없다)이나 '망자재배'(芒刺在背:조마조마하고 편하지 않은 마음)와 같은 우울한 사자성어가 한해를 축약하는 말로 꼽힐 만큼 침체된 시기였다. 경제 역시 위축됐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얼어붙은 국민들의 가슴을 뛰게 한 '혁신 상품'은 탄생됐다. 머니위크는 송년호를 통해 올 한해동안 굳게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기발한 아이디어에 감복하게 한 혁신상품 개발자들을 만나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그 비결을 들여다봤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단순하게 카드를 만들면 어떨까요?"

현대카드 상품개발 팀의 상품 콘셉트 회의. 8개월에 걸친 개발 작업 중 한 직원이 낸 아이디어가 현대카드 제로(ZERO)의 출발점이 됐다. 요즘 카드 혜택 말고도 고민할 게 얼마나 많은데 카드를 쓰면서까지 고민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제로는 모든 가맹점에서 0.7~1.2%까지 할인해 주는 신개념의 카드다. 전월실적, 일·월 할인 횟수 제한 등 카드 업계의 각종 장벽도 과감히 무너뜨렸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역시 상품 출시 2주 전부터 '스티브잡스 취향의 카드'라는 별명을 붙이며 힘을 실었다. 이 때문에 카드 업계에서는 '도대체 무슨 카드가 나오려나' 긴장해야 했다.





사실 제로가 탄생하게 된 것은 현대카드 내에 내세울 할인카드가 없다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현대카드M이 적립카드로 시장에서 자리 잡아 가고 있지만 할인 영역에서는 이렇다 할 카드가 없었던 것이다.



상품 개발에 참여한 신진석 알파벳 마케팅팀 대리(36)는 제로가 혁신상품으로 꼽히기는 했지만 출시 전까지 무수한 고민이 있었다고 말한다. 카드 할인의 각종 장벽을 없앤다는 것이 기존에 없었던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 상품을 만드는 게 맞나?'하는 두려움 반으로 시작하게 됐죠. 하지만 현대카드V가 전월실적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했듯이 그걸 깨는 것 역시 현대카드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로는 상품 혁신을 넘어 시장을 선도하는 카드기도 하죠."

신 대리가 이번 카드 개발에서 가장 염두에 두었던 것은 고객의 민원이었다. 전월실적이나 할인 횟수라는 조건 때문에 할인을 못 받은 고객의 불만이 많았던 것이다.


"제로 출시이후에는 오히려 상품 문의가 달라졌습니다. '왜 할인이 안되느냐"에서 '정말 할인이 되느냐'로 바뀌게 된 것이죠."

제로는 현대카드사의 카드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현대카드가 그동안 프리미엄, 플래티넘 등 고액 사용자를 위한 카드 위주였다면 제로는 고객층을 대폭 확대한 카드인 것이다. 제로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게 된 셈이다.

"제로를 통해서 카드사의 포트폴리오가 완성됐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늘 공략해오던 시장이 아니라 전 영역으로 승부하는 카드이기 때문입니다."

이름을 제로로 정하기까지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현대카드는 그동안 알파벳 시리즈를 선보여 왔다. 제로 역시 현대카드D(Discount)와 현대카드G(Good) 등이 후보에 올랐다. 또 다른 의견으로는 알파벳에서 벗어나 새로운 축으로 상품명을 만들어 보자는 의견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축이 생성됐고 만들어진 이름이 제로다. 정 사장 역시 "조건이 제로기 때문에 이름이 제로"라고 최종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 어떤 사람들에게 제로가 맞을까? 연회비가 5000원으로 저렴한 만큼 본전 생각에 연연하지 않고 사용하면 된다고 말한다.

"소비의 자유를 가져왔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고객들이 연회비만큼의 서비스를 못 받는다고 생각하고 악착같이 따져 사용하는 데, 제로는 그럴 필요가 없이 무조건 할인되기 때문이죠."

신 대리는 앞으로 제로가 할인카드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올해는 제로의 개념을 알리는데 주력했다면 내년에는 제로를 많이 사용하도록 프로모션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제로가 혁신을 넘어 히트상품의 반열에 오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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