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상품개발 팀의 상품 콘셉트 회의. 8개월에 걸친 개발 작업 중 한 직원이 낸 아이디어가 현대카드 제로(ZERO)의 출발점이 됐다. 요즘 카드 혜택 말고도 고민할 게 얼마나 많은데 카드를 쓰면서까지 고민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제로는 모든 가맹점에서 0.7~1.2%까지 할인해 주는 신개념의 카드다. 전월실적, 일·월 할인 횟수 제한 등 카드 업계의 각종 장벽도 과감히 무너뜨렸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역시 상품 출시 2주 전부터 '스티브잡스 취향의 카드'라는 별명을 붙이며 힘을 실었다. 이 때문에 카드 업계에서는 '도대체 무슨 카드가 나오려나' 긴장해야 했다.
사실 제로가 탄생하게 된 것은 현대카드 내에 내세울 할인카드가 없다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현대카드M이 적립카드로 시장에서 자리 잡아 가고 있지만 할인 영역에서는 이렇다 할 카드가 없었던 것이다.
"'이 상품을 만드는 게 맞나?'하는 두려움 반으로 시작하게 됐죠. 하지만 현대카드V가 전월실적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했듯이 그걸 깨는 것 역시 현대카드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로는 상품 혁신을 넘어 시장을 선도하는 카드기도 하죠."
신 대리가 이번 카드 개발에서 가장 염두에 두었던 것은 고객의 민원이었다. 전월실적이나 할인 횟수라는 조건 때문에 할인을 못 받은 고객의 불만이 많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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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출시이후에는 오히려 상품 문의가 달라졌습니다. '왜 할인이 안되느냐"에서 '정말 할인이 되느냐'로 바뀌게 된 것이죠."
제로는 현대카드사의 카드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현대카드가 그동안 프리미엄, 플래티넘 등 고액 사용자를 위한 카드 위주였다면 제로는 고객층을 대폭 확대한 카드인 것이다. 제로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게 된 셈이다.
"제로를 통해서 카드사의 포트폴리오가 완성됐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늘 공략해오던 시장이 아니라 전 영역으로 승부하는 카드이기 때문입니다."
이름을 제로로 정하기까지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현대카드는 그동안 알파벳 시리즈를 선보여 왔다. 제로 역시 현대카드D(Discount)와 현대카드G(Good) 등이 후보에 올랐다. 또 다른 의견으로는 알파벳에서 벗어나 새로운 축으로 상품명을 만들어 보자는 의견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축이 생성됐고 만들어진 이름이 제로다. 정 사장 역시 "조건이 제로기 때문에 이름이 제로"라고 최종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 어떤 사람들에게 제로가 맞을까? 연회비가 5000원으로 저렴한 만큼 본전 생각에 연연하지 않고 사용하면 된다고 말한다.
"소비의 자유를 가져왔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고객들이 연회비만큼의 서비스를 못 받는다고 생각하고 악착같이 따져 사용하는 데, 제로는 그럴 필요가 없이 무조건 할인되기 때문이죠."
신 대리는 앞으로 제로가 할인카드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올해는 제로의 개념을 알리는데 주력했다면 내년에는 제로를 많이 사용하도록 프로모션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제로가 혁신을 넘어 히트상품의 반열에 오르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