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슝 지원시장.
허 시장은 그러나 “부스에서 설명하는 것보다 CEO를 직접 만나 투자를 권유하는 게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만날 약속도 안돼 있는 상태에서 한국 CEO들의 숙소인 소피텔호텔 로비에서 무작정 기다렸다. 궈겅마오(郭庚茂) 허난성장 주최로 저녁 6시부터 7시까지 대표단 공식만찬이 있으니, 만찬이 끝날 때를 맞춰 호텔에서 기다리면 만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에서다.
허 시장은 중국공산당 청년단(공청단)의 허난성 서기를 거쳐 지원시장으로 부임한 젊은 리더그룹에 속한다. 1969년 3월에 태어났으니 올해 43세, 중국에서 최연소 시장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게 잘 나가는 허 시장이 △지원시를 소개하고 외국기업투자에 대한 우대 정책 등을 알리는 책자와 선물(지원시에서 생산되는 차(茶)와 건강식품)을 갖고 △2시간 넘게 한국 CEO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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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태 중국한국상회 회장(CJ차이나 대표)은 “전도유망한 젊은 시장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외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이날 함께 허 시장을 만난 한국 기업 20여명은 당장 지원시에 투자를 결정하기는 어렵겠지만 앞으로 중국에 투자를 결정할 때 상당히 많이 지원시를 고려할 것”이라고 놀라움을 나타냈다.
루궈시앤 자오쭈어시 당서기.
당초 코림의 박원우 창업자 겸 회장은 자오쭈어시는 물론 중국에 투자할 계획이 없었다. 하지만 장 회장의 삼고초려(三顧草廬)와 루 시장의 열정에 고집을 꺾었다. 주어린이 9000만위안(153억원, 지분율 60%)을 내고 코림이 현금 3000만위안 및 기술평가액 3000만위안 등 6000만위안(102억원, 지분율 40%)를 투자해 자본금 1억5000만위안(255억원)으로 (주)주어린디지털재료 설립했다.
합작회사 설립 후에 루 시장의 자오쭈어시는 무려 1억8000만위안(306억원)에 달하는, 코림이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많은 자금을 거의 무상에 가까울 정도로 지원함으로써 ‘약속’을 지켰다. 이 덕분으로 (주)주어린디지털재료는 현재 바코드 필름 부문에서 전세계 시장 점유율이 14%를 차지하고, 2단계 공장이 가동이 들어가는 내년 3월부터는 40%로 높아지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했다. ‘한국의 기술과 중국의 자금 및 시장이 서로 윈-윈하는 합작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한국에만 있었으면 불가능했을 텐데 중국에 투자함으로써 회사를 10배 이상 키울 수 있었다”는 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루 서기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10년 2월, 면적 180㎢, 인구 27만명 규모의 ‘개발신구’를 조성하면서 외국기업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5년에는 인구가 50만명으로 늘어나 자오쭈어시 총생산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신구 안에는 20만평 규모의 ‘한국공업단지’를 만들어 ‘이화여대 나노화학연구소’를 비롯한 하이테크 화장품과 제약 및 폴리에스터 필름 등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
시장이 적극적으로 외국기업을 유치하고 경제발전을 추진하면서 주민생활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지원시의 지난해 1인당 GDP는 7000달러로 중국 전체 평균(4300달러)보다 2.8배나 높다. 자오쭈어시도 3만145위안(약4700달러로) 평균을 웃돌고 있다.
자오쭈어시와 지원시가 외국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는 것과 달리 정저우를 찾은 주중한국대사관과 한국 기업들은 한가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대조를 보였다. 26일 오전 9시45분부터 국제회의센터 1층에 문을 연 ‘허난성 18개 시(市) 상담 부스’는 썰렁했다. 각 시정부에서는 상무 부시장을 비롯, 투자유치 관련 공무원 5~6명이 나와 한국기업을 기다렸다. 하지만 오는 10시부터 열린 ‘이규형 대사-궈겅마오 허난성장 공동기자회견’ 등에만 사람이 몰리고 상담부스는 거의 찾지 않았다. 기자회견이 끝낸 이 대사가 상담 부스를 찾았을 때도 상담이 이뤄지는 곳은 그다지 없었다.
외국기업을 한 곳이라도 더 붙잡으려고 두 눈을 부릅뜨고 노력하고 있는 중국 지방정부와 기업들. 일본을 제치고 세계 2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뒤 미국마저 위협하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발전도상국일 뿐”이라며 몸을 잔뜩 낮추고 있는 중국 지도자들. 중국 중원인 정저우시와 자오쭈어시 등에서 본 중국의 몸부림에 소름이 끼친 것은 지나친 감상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