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골드만, 창업에 나서라, 세상을 바꿔라"

머니투데이 미국=유병률, 최우영, 이현수 기자, 중국=이상배 기자 2011.11.2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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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기업가정신 현장을 가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 그리고 베이징에서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앙트러프러너십(기업가정신)은 단지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통해 세상에 보탬이 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그래서 세상을 바꾸자는 것이었다. 지난 7일 실리콘밸리 팔로알토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500여명의 참석자들이 벤처캐피탈리스트 제프 클레이버(무대 오른쪽)의 얘기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최우영 기자 young@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 그리고 베이징에서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앙트러프러너십(기업가정신)은 단지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통해 세상에 보탬이 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그래서 세상을 바꾸자는 것이었다. 지난 7일 실리콘밸리 팔로알토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500여명의 참석자들이 벤처캐피탈리스트 제프 클레이버(무대 오른쪽)의 얘기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최우영 기자 young@


지난 7일 저녁 미국 실리콘밸리 팔로알토의 아메리카온라인(AOL) 본사 대강당에 500여명의 20~30대 청년들이 모여들었다. 유명 벤처캐피탈리스트 제프 클레이버의 얘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투자를 받으려면 '빌어먹을' 똑똑한 팀과 좋은 상품, 좋은 시장이 있어야 합니다.(keys to being funded, smart ass team building a kick ass product in a big ass market)." 연사들의 드레스 코드는 청바지였고, 개회사나 축사 같은 격식도 없었다. '어떻게 하면 훌륭한 투자를 받아 창업에 성공할 수 있는지' 본론으로 바로 들어갔다. 우리나라 청춘콘서트의 원조쯤 되는 듯했다. 클레이버와의 대담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한 손에 피자를 들고 서로 자신의 사업아이디어를 세일즈하느라 분주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미트업(meet up)' '네트워킹 파티'라 불리는 이런 행사가 거의 매일같이 열린다. 러시아 출신의 한 참가자는 "행사에 갈 때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서비스화해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열기가 느껴진다"며 "이런 게 앙트러프러너십(기업가정신) 아닌가"라고 말했다.



본지 기자들이 일주일 동안 실리콘밸리를 돌아다니며 만난 수많은 청년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세상을 바꾸고 싶다(we wanna change the world)"는 것. 사업계획을 논의하느라 아침 일찍부터 북적대는 카페에서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동료 학생들에게 발표하는 스탠포드대 세미나룸에서도 이들은 이 표현을 빼놓지 않았다. 이들에게 앙트러프러너십, 스타트업(초기기업)이라는 단어는 마치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말의 동의어처럼 쓰이고 있었다.

이들에게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황승진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애플과 구글이 그랬던 것처럼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추가하자는 것, '메이크 머니(make money)'가 아니라 '크리에이트 밸류(creat value)'를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 7억 달러(당시 7800여억원)에 씨네트(Cnet)에 매각됐던 가격비교사이트 마이사이먼닷컴 창립멤버 박성파씨(40)는 "월가 자본주의에서 개인의 꿈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일지 모르지만, 이 곳은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다', '세상에 보탬이 되는 것을 만들고 싶다'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탐욕의 자본주의라 비난 받고 있는 뉴욕도 최근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페이스북 트위터 징가의 성공을 지켜보면서, 월가로 향하던 많은 젊은 인재들이 스타트업 창업에 나서고 있다.

지난 11일 월가 점령 시위가 벌어지던 맨해튼 주고티공원과 그리 멀지 않은 뉴욕대(NYU) 티쉬홀에서 열린 ‘앙트러프러너(기업가) 페스티벌’의 주제 가운데 하나는 '굿바이 골드만, 회사를 떠나라, 창업에 나서라(Goodbye Goldman! Leaving the corporate world for your startup)' 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포스퀘어의 창업자 데니스 크라울리는 600여명 청중들 앞에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것을 만드는 즐거움"을 강조했고, 여행전문사이트 지트롯 창업자 브리타니 래플린은 "포춘 500대 기업 같은 곳보다 스타트업에서 얻고 배우는 것이 더 많다. 세계를 바꿔보겠다는 열정을 가져라"고 호소했다.

마침 이날 기자가 인터뷰한 뉴욕의 유명 벤처캐피탈 트라이베카벤처파트너스의 브라이언 힐치 대표의 말도 다르지 않았다. "동부 젊은이들은 더 이상 큰 기업이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 자신이 주체가 돼서 세상을 바꾸고, 산업을 바꾸고자 한다."


기자들이 방문한 베이징의 청년창업가들에게 기업가정신은 곧 '자유'를 뜻하기도 했다. 위성통신기술업체 그레이트사이트 에듀앤테크의 위안 항 대표는 "정치경제적으로 당국의 통제가 심한 중국에서의 창업은 곧 자유롭게 일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와 뉴욕, 그리고 베이징에서 본지 기자들이 만난 청년들에게 기업가정신은 단지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었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가치를 만들고, 그래서 세상을 바꾸자는 것이었다.

미국=유병률·최우영·이현수 기자, 중국=이상배 기자 b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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