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당신 자신을 점령하라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대표 2011.11.14 06:16
글자크기
#붓다와 제자 수보리가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대승불교의 근본인 공(空)사상을 설파하고 있는 불교 초기경전 ‘금강경’에는 붓다가 거듭해서 강조하는 게 있습니다. 붓다가 다른 사람들을 구제하거나 제도한다고 절대 생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수보리여 절대 착각해서는 안되네. 제발 그렇게 생각하지 말게. 내가 일체중생을 제도하려 했다고 생각하면 절대 안되네. 왜냐하면 실제로 여래가 구제한 중생은 한 사람도 없기 때문이지.”



붓다가 거듭 절대 착각하지 말라고 수보리에게 강하게 주문하는 것을 보면 이 구절은 단지 붓다의 겸양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실제로 붓다는 ‘금강경’에서 자신을 구제하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니고 바로 자신이라고 강조합니다. 신심을 갖고 스스로 닦아서 해탈하고 구제받으라는 게지요.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긍정하는 것, 이게 금강경의 핵심사상이고 전부입니다.

#한 외신은 올해 전 세계 언론과 인터넷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단어로 미국 반(反)월가 시위를 상징하는 단어 ‘점령하라(Occupy)’를 선정했습니다. 이와 함께 적자, 분노와 격분, 대공황, 99 등도 매우 자주 등장한 단어라고 합니다. 지금 세계경제 상황이 어떤지,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이 얼마나 큰 지 짐작이 갑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지요. 대학생들은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며 집단행동을 하고, 중소 자영업자들은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은행들의 수수료나 백화점의 판매 및 입점 수수료에 대한 불만과 비난 목소리도 높습니다.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에 분노하고, 고졸 출신은 대졸자에 분노하고,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분노하고, ‘비(非)강남’은 ‘강남’에 분노하는 등 나라 곳곳이 분노의 도가니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희망이 보이지 않고 성공하지 못한다는 좌절감, 미래에 대한 불안감, 경제 사회 전반의 공정하지 못한 게임의 룰 등이 ‘99%가 분노하는 시대’를 만들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사회 구성원의 다수가 불안해하고, 분노하고, 절망하는 데는 역설적으로 인터넷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발전에 따른 절망의 공유와 분노의 공감이 그 배경에 있는 현실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희망이 없는 미래에 대한 좌절과 불안감, 특히 20~30대 젊은 층의 분노를 충분히 이해합니다. 또 상당한 책임이 사회와 국가, 기성세대에 있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좌절과 불안, 분노의 탈출구를 사회와 국가, 기성세대가 찾아 줄 것으로 기대하지는 마세요. 그건 착각입니다. 혹시 안철수 교수 같은 진보인사들에 기대를 걸고 있나요. 그것도 환상이고 물거품입니다. 무상교육 무상급식에 국가 예산을 통한 취업과 노후보장까지 구성원의 삶을 국가와 사회가 제일 많이 책임졌던 유럽 국가들의 실패는 무엇을 말합니까.

붓다가 제자 수보리에게 거듭 강조하듯이 스스로 구제해야 합니다. 스스로 깨닫고 긍정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분노의 에너지를 자기 파괴적으로 소모하지 말고 자신을 분발시키는 동인으로 활용하고, 생산적인 곳으로 돌려야 합니다.

분노하고 절망하는 당신이 점령해야 할 대상은 정치권이 아닙니다. 재벌기업도 아닙니다. 여의도와 명동의 금융권도 아닙니다. 점령해야 할 대상은 바로 당신 자신입니다. 당신 스스로를 점령하십시오.

불교 초기경전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아래 구절이 분노한 당신에게 작은 위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삶의 지침이 됐으면 합니다.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말며/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말라/큰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물에 젖지 않는 연꽃같이/저 광야에 외로이 걷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