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안철수 교수의 길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대표 2011.09.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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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는 31살에 도를 깨친 후 설법을 시작해 80살에 열반에 듭니다. 49년간 설법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붓다는 열반에 들면서 “나는 지금까지 한 글자도 말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붓다가 성인으로 추앙받는 것은 이처럼 스스로를 부정했기 때문입니다.

중국 역사에서 가장 존경할만한 지식인이자 정치가를 꼽으라면 주공(周公)을 꼽습니다. 주공은 주나라의 창시자인 무왕의 동생입니다. 지식인으로서 주공은 그의 아버지 문왕, 그리고 공자와 함께 도안(그림)에 불과했던 ‘주역’을 문자로 풀어낸 대학자입니다.



정치가로서 주공은 형인 무왕을 도와 주왕조의 기초를 확립했습니다. 특히 주공은 무왕이 죽은 후 어린 조카 성왕에 대해 섭정까지 하면서 왕조의 기반을 다졌습니다. 그는 조선시대의 세조처럼 어린 조카의 왕위를 빼앗을 수도 있었지만 끝까지 후견인으로 만족합니다.

예상 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는 ‘안철수 현상’을 지켜보면서 자기를 부정한 붓다나, 제왕의 자리를 마다했던 주공이 생각났습니다. ‘안철수 현상’이 권력의지를 우선시하는 기존의 정치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현상’은 크게 보면 안철수 교수 스스로 밝힌 것처럼 우리사회 저변의 강한 변화 의지와 열망에서 시작됐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정당정치의 실패, 이명박 정권의 실정, 세대간 갈등, 소셜 미디어의 확산 등 여러 요인이 있습니다.

보다 직접적으로는 서울시장 출마의사를 공식 밝힌 것도 아니고, 출마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비치자마자 여론조사에서 50%안팎의 지지를 받았던 사람이 지지율 5%의 시민운동가 박원순 변호사에게 아무 조건 없이 후보 자리를 양보하면서 폭발적으로 분출합니다.

‘안철수 현상’은 그가 대선 후보별 여론조사에서 줄곧 압도적 1위 자리를 지켜왔던 박근혜 전 대표와 경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도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면서 학교로 돌아가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합니다.


안철수 교수는 앞으로 한달만 지나면 자신은 다 잊혀질 것이라고 까지 말합니다. 그러자 ‘안철수 현상’은 더 깊이 뿌리를 박습니다. 스스로를 부인할수록 대선후보 안철수에 대한 대중들의 열망은 강해집니다.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이참에 세상을 한번 바꿔 보자는 주변 지지자들의 성화에 못 이겨서든, 아니면 개인적 야망 때문이든 그가 대선출마를 선언하는 순간 ‘안철수 현상’은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40%니 50%니 하는 지지율은 허망합니다. ‘안철수 현상’의 역설이고 안철수 교수의 딜레마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스스로 이미 던졌습니다. 소중한 우리 미래 세대들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입니다. 또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박원순 변호사에게 양보했던 것처럼 오랫동안 준비한, 그나마 상대적으로 나은 대선후보가 있다면 양보하고 그를 후원하는 것입니다.

후원자가 아니라 자신이 대통령을 직접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년 말 대선에 나서면 되는가요. 그건 절대 아닙니다. 지지율만 믿고 대선에 나서는 것은 안철수 교수를 자신의 멘토로, 롤모델로 생각하고 있는 이 땅의 수많은 젊음들을 기만하는 것입니다. 스스로 말했듯이 대통령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한국은 이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자 민주국가입니다. 바둑 하나를 배워도 관련 서적을 10권이상 읽는 사람이 바로 안철수 교수입니다.

대통령에 뜻이 있다면 지금부터 적어도 10년은 투자를 하십시오. 그래도 60살 밖에 안되는 데 급할 게 뭐가 있습니까. 당신의 핵심 키워드중 하나가 도전정신 아닙니까. 이게 안철수 교수가 갈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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