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금융은 공공의 적이 아니다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 대표이사 사장 2011.10.17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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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 늘 탐욕적으로 비춰진다. 금융은 태생적으로 사기성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 금융업의 본질이 돈놀이기 때문이다. 제조업처럼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게 없는 무형의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주말과 휴일에도 꼬박꼬박 이자와 수수료를 챙기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금융업 종사자들은 늘 스스로를 경계해야 한다. 잠잘 때도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처럼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타도의 대상이 되고 공공의 적이 된다. 금융은 운명적으로 이런 업보를 안고 산다.



거대 금융사들과 금융사 최고경영진의 탐욕에 저항하는 월가시위가 오늘로 꼭 한 달째를 맞았다. 지난 주말에는 뉴욕은 물론 세계 80여개 나라 900여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위가 일어났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월가 시위대의 1차 공격대상은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를 초래하고도 아무 책임을 지지 않는 금융 자본가들이다. 위기 다음해인 2009년 대형 투자은행 등 23개 금융사는 직원들에게 수당 등의 형태로 무려 1400억 달러를 지급했다. 구제금융을 통해 가까스로 살아남은 미국 최대보험사 AIG는 그해 1억6500만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해 오바마 대통령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월가 시위대가 타도대상으로 꼽는 사람들 중에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이나 헤지펀드의 대부 존 폴슨 같은 사람의 이름이 제일 먼저 나온다.
그 점에서 금융업과 금융 자본가들에 대한 시위대의 분노는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월가 시위대가 뭔가 크게 잘못 짚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몇몇 이유 때문이다.

우선 2008년 위기와 2011년 위기는 동일선상에 있지만 큰 차이가 있다. 2008년 위기는 거대 금융사들의 무모한 투자와 리스크 관리 실패에서 초래됐지만 2011년 위기는 정치권의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데서 야기됐기 때문이다.

금융시스템과 통화 안정을 도모하고 기업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유럽도, 미국도 정치 리더십의 부재로 그 역할을 못하고 있다. 더욱이 유럽도 미국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어 경제안정 보다는 권력 쟁취가 우선이다.


미국도 유럽도 현재의 위기는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지도자와 의회의 탓이 크지 금융의 탓으로 돌릴 일이 아니다. 미국 유럽 모두 최대 현안은 일자리 창출이고, 특히 청년실업 문제 해결이 과제인데 이는 금융에서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금융에 대한 시위대의 공격을 국내로 돌려보면 뭐가 잘못된 것인지 보다 확실해진다. 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올해 은행권의 순익이 사상최대인 20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에 대해 탐욕스럽다는 비판을 하지만 이는 올해와 같은 금리인상기에 나타나는 특수상황이다.

게다가 거래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대부분 마무리돼 추가로 대손충당금을 쌓을 게 없고, 현대건설 매각이익과 같은 특별이익까지 겹친 결과다. 특별히 은행권이 탐욕적이어서 나타난 결과는 아니다.

은행원의 연봉과 보상체계에 대해서도 말이 많은데 이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금융권은 중소제조업에 비해서는 확실히 많이 받지만 삼성 현대차 SK LG 포스코 같은 대기업들에 비해선 절대 높지 않다.

또 최근 몇 년 새 국내 금융권 임원들이 월가의 경영진처럼 스톡옵션이나 성과급 등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챙겼다는 소리는 아직 듣지 못했다. 한국에서 금융은 100% 당국의 통제아래 있다.

금융은 공공의 적이 아니다. 타도 대상도 아니다. 월가 시위대도, 여의도와 서울광장 시대위도 뭔가 크게 잘못 짚었다. 금융이 공격받는 것을 보면서 웃는 빅브라더는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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