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쇼핑몰 메카 서울 서남부의 유통 왕좌는?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11.09.2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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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타임스퀘어의 수성이냐 디큐브시티의 반란이냐

“너무 잘 만들었다. 디큐브시티를 참고해 브랜드입점을 고려해보겠다.”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은 5일 하남유니온스퀘어 사업선포식에서 막 첫 걸음을 뗀 경쟁업체 디큐브시티를 이례적으로 칭찬했다. 국내 최대의 유통업체를 소유하고 있는 정 부회장이 유통 초짜 그룹에 배울 점이 있다는 발언은 단연 이날 업계 톱뉴스 감이었다.

디큐브시티는 대성산업이 지난 8월26일 신도림에 오픈한 대형 복합건물이다. 51층 규모의 디큐브아파트 2개동과 41층 규모의 상업용 건물이 디큐브시티로 구성됐다. 상업용 건물은 백화점과 오피스, 호텔 등이 자리 잡았다. 디큐브백화점에는 220개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이중 패션브랜드만 170여개다. 세계 3대 패스트 패션브랜드인 자라, H&M, 유니클로가 처음으로 동시 입점한 곳이다.



디큐브시티의 개장으로 서울 서남권은 유통산업의 메카로 위상을 공고히 하는 모양새다. 서남권은 전통적인 백화점 빅3인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현대백화점 목동점이 자리한 가운데 AK플라자 구로점과 테크노마트 신도림도 건재를 과시하고 있는 지역이다.

하지만 서울 서남부 유통의 왕좌는 따로 있다. 경방이 운영하는 타임스퀘어다. 2년 전 문을 연 타임스퀘어는 복합쇼핑몰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을 만큼 성공적인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일일 평균 방문객수 20만이라는 흥행 성적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서울 서남권은 국내 대형 유통업체가 모두 뛰어들었지만 유난히 유통 빅3의 위세가 밀리는 유일한 지역이기도 하다. 게다가 명품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다. 16일 개점 2년을 맞은 타임스퀘어와 지난 8월26일 첫 테이프를 끊은 디큐브시티의 대결은 그래서 볼거리가 많다.



◆서남권 중흥의 기수 ‘타임스퀘어’


서남권 유통 중흥을 거론할 때 타임스퀘어를 빼고 이야기하기 힘들다. 16일로 2주년을 맞은 타임스퀘어는 그동안 유통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09년 9월 영등포 옛 경성방직 터에서 문을 연 타임스퀘어는 총 면적 37만㎡(쇼핑면적은 30만2000㎡)로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CGV, 교보문고,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호텔 등이 입점한 초대형 복합쇼핑몰이다. 지난 해 개점 1년 만에 총 매출 1조1000억원, 누적 방문객수 7000만명으로 화제를 낳았다.

실제 영등포 상권은 타임스퀘어 입점 전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임스퀘어 개장 이후 일대 유동인구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다. 정확한 통계를 적용하기 힘들지만 그나마 가장 객관적인 통계는 타임스퀘어와 가장 가까운 1호선 영등포역의 일일 평균 이용객수다.

현재 영등포역의 일일 이용객수는 6만명으로 타임스퀘어 개점 이후 20% 이상 늘어났다. 지하철역에서부터 타임스퀘어로 연결되는 영등포 지하상가 이용객은 하루 30만명으로 추산된다.

유동인구가 늘면서 주변 상권의 가격도 움직였다. 상가정보업체 점포라인에 따르면 타임스퀘어 인근 상점의 권리금과 보증금이 2년 평균 10% 이상 올랐다. 3.3㎡당 평균 권리금은 251만원에서 281만원으로 12% 늘었고, 3.3㎡당 보증금은 98만원에서 121만원으로 23% 증가했다.

타임스퀘어의 비상은 입점 매장의 매출 성적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과일음료 브랜드 스무디킹의 타임스퀘어점은 전 세계 700여개 매장 중 매출 1위를 기록했으며 그 밖의 패션, 뷰티, 식음료 브랜드의 대부분이 전국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윤강렬 타임스퀘어 과장은 “임대형 매장이다보니 올해 매출규모를 정확히 추산할 수 없지만 지난해에 비해 20~30%의 실적 향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일부 브랜드의 경우 2년째 입점 대기를 할 정도로 선호도가 높다”고 자평했다.

그동안 타임스퀘어의 홍보전략은 ‘규모’에 맞춰졌다. ‘몰링’이라는 단어로 함축시켜 타임스퀘어의 위상을 알렸다. 몰링은 복합쇼핑몰에서 쇼핑과 더불어 여가도 즐기는 소비형태를 뜻하는 말로 쇼핑 자체를 하나의 즐거움으로 인식하는 소비자의 인식 변화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애초부터 타임스퀘어는 몰링시스템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쇼핑몰이다. 마주보는 매장과의 간격이 최소 16m로 몰링족이 다닐 때 불편함이 없도록 넓게 만들어졌다. 각각의 층별 동선도 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설계됐으며 곳곳에 몰링족이 쉴 수 있는 장소를 구비해 놓은 것도 특징이다.

또 하나의 성공 요인은 잡음이 발생할 우려가 높은 분양방식 대신 모든 매장을 임대하는 방식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임대방식은 매장의 기획이나 운영, 관리 등을 본사에서 직접 관여하기 때문에 매장별 차별화된 콘셉트를 유지하는 한편, 적극적인 마케팅이 가능한 구조다. 타임스퀘어의 성공 이후 많은 복합쇼핑몰이 분양 대신 임대방식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는 점은 타임스퀘어의 방식이 옳았음을 설명해준다.



류승희 기자


◆연탄공장에 솟은 대성의 꿈 ‘디큐브시티’

서남부 유통 지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는 디큐브시티는 대성산업이 운영하고 있는 복합쇼핑몰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디큐브시티의 태생은 대성의 역사와 묘하게 얽혀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대성산업의 대표 상품은 연탄이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겨울이면 대성연탄이 집안 한 켠에 필수품으로 쌓여 있었다. 석탄을 비롯해 석유·가스 등의 유통과 에너지 분야가 대성이 주력했던 사업이었다.

하지만 석탄은 대표적인 사양산업이 됐다. 그리고 대성의 얼굴이기도 했던 신도림의 연탄공장 부지는 2007년 51층짜리 복합건물을 짓기 위한 첫 삽을 떠안아야 했다.

사람 나이로 이미 환갑이 넘은 대성에게 2011년은 매우 특별한 해다. 그동안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면 전환하는 원년으로 삼아서다. 지난 5월 창립 64주년 기념식에서 김영대 대성 회장은 “올해는 창립 이래 최대 신규사업인 디큐브시티를 통해 유통 서비스분야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원년”이라며 “사운을 건 승부수”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만큼 디큐브시티의 면면은 화려하다. 연면적 35만㎡(약 10만5000평)규모에 상업시설을 비롯해 문화와 오피스, 숙박 시설이 혼재해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이중 6만5000㎡이 디큐브백화점이다.

외형 면에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적용된 원형 백화점이라는 점이 주목을 끈다. 내부는 이스라엘에서 공수한 지중해풍 대리석과 6층부터 흘러내리는 41.5m의 실내 폭포, 탁 트인 전망 설계 등으로 마치 유럽의 휴양지를 연상케 한다.

실리 위주의 패스트 패션을 전면에 배치한 것도 특징이다. 업계 선두권인 자라(ZARA) 매장은 2168㎡, 코데즈컴바인 매장은 1272㎡로 국내 최대 규모다. 자라의 3대 패밀리 브랜드인 ‘버쉬카’, ‘풀앤베어’, ‘스트라디바리우스’도 동시에 입점했다.

안정수 디큐브백화점 패션팀 차장은 “세계 패션의 가치 중심이 이제는 명품보다는 합리주의적 소비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SPA 브랜드의 인기가 절정에 이르고 있다”며 “디큐브백화점은 브랜드 선정 과정에 있어 이러한 트렌드와 소비자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했다”고 전했다.

흔히 복합쇼핑몰에 필수 입점하는 영화관을 배제한 것도 특징이다. 주변 상권에서 이미 영화관을 통해 유입인구를 끌어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같은 방식을 취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대신 뮤지컬 전용극장과 다목적 공연장을 배치해 차별화에 무게를 뒀다. 문화 컨텐츠로 강점을 보이고 있는 일본의 록본기 힐스를 벤치마킹하겠다는 계산이다.

디큐브시티를 입지면에서보면 쇼핑센터의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유동인구는 충분한 편이다. 신도림은 지하철 1·2호선의 더블 역세권과 경기 서부 지역을 포괄하는 버스 노선을 확보한 교통의 요지다. 하루 40만 명의 유동인구를 확보한 서울시의 손꼽히는 거대 상권에 위치했다는 점에서 타임스퀘어를 위협할 만하다.

한편 아파트를 제외한 디큐브시티의 일부를 미래에셋맵스 자산운용이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성의 유통사업 진출이 백지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해 대성산업 관계자는 “딜이 진행 중인 것은 맞지만 그룹의 유통 및 부동산 사업 진출이라는 큰 그림은 변함이 없다”면서 “매각이 결정되더라도 사업 운영 등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디큐브시티가 주체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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