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원에서 4만원까지, 하이닉스로 본 증시

머니투데이 최명용 기자 2011.08.2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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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용의 씨크릿머니]2003년 대거손실 땐 채권관리 은행 폭파 협박도

3천원에서 4만원까지, 하이닉스로 본 증시


하이닉스 (189,900원 ▼3,100 -1.61%)반도체는 개인적으로 애정이 가는 종목이다. 주식을 접해본 사람 치고 하이닉스반도체를 한번쯤 매매해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른 바 '국민주'다. 하이닉스만큼 주식 투자자들을 울리고 웃긴 주식이 또 있을까.

하이닉스의 전신은 현대전자다. IMF외환위기 이후 그룹 간 빅딜 과정에서 LG반도체를 넘겨받았다. 2001년 현대그룹이 부침을 겪으면서 계열에서 분리됐고 하이닉스로 이름을 바꿔 채권금융기관 공동 관리에 들어갔다. 공동관리는 끝났지만 여전히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상태다.



주가 추이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1999년9월 4만3000원이 넘던 주가는 2003년 3월 135원까지 하락했다. 조단위 손실이 나고 주주총회에서 자본감소를 결정하던 때다. 감자 의결 주총이 열리던 날 한 주주가 채권관리 은행을 폭파시키겠다고 협박 전화를 걸기도 했다. 감자 예정 사실을 보도했던 머니투데이에도 탄저균을 연상시키는 백색가루가 든 협박 편지가 날아들었다.

이후 하이닉스 주가는 극적인 상승을 보였다. 2003년 4월 주식 병합 후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3000원짜리 주식이 2006년엔 4만원 고지까지 올랐다.



주가 상승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하이닉스 임직원들의 피땀이 어려 있다. 채권단 공동 관리 기간 동안 하이닉스는 알짜사업들을 하나둘 내다 팔았다. 통신단말기, 통신네트워크, LCD사업, 비메모리반도체 등 메모리반도체를 뺀 모든 사업을 매각했다. 직원들은 자존심을 지키겠다며 밤샘을 마다하지 않았다. 없는 살림에 설비를 고치고 변형해 재사용하기도 했다. 비용을 줄이고 기술 개발에 나섰다. 망할지 모른다던 하이닉스는 지금 세계 2위의 메모리반도체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 2001년9월부터 현재까지의 하이닉스 주가추이(월봉 그래프)↑ 2001년9월부터 현재까지의 하이닉스 주가추이(월봉 그래프)
하이닉스의 경쟁력은 남다르다. 경쟁사에 비해 생산원가도 작고 신기술 개발 속도도 빠르다. 반도체 경기 침체에 따라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지만 전문가들은 저가 매수 기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침체가 깊어지면 일본이나 대만의 경쟁업체가 먼저 쓰러져 반도체 경기 회복의 수혜는 하이닉스 몫이 될 것이라고 한다.

하이닉스는 한국 경제와 한국 증시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듯 하다. 한국 경제는 선진국과 비교해 오히려 더 나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들의 실적도 좋고 재정 건전성, 경제 지표 등 무엇 하나 나무랄 데가 없다.


이같은 경쟁력에 비해 한국증시가 받는 대접은 초라하다. 외국인이 조금만 주식을 내던져도 급락을 거듭한다. 긴급 자금이 필요한 유럽계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국내 기관마저 증시를 외면하는 것은 안타깝다.

조금은 자신감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하이닉스가 반도체 시장 침체 후 수혜를 예상하듯 이번 금융 위기를 통해 한국 증시와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한 단계 레벨업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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