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패드, 17년전 '더 태블릿' 베꼈다?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2011.08.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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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ight Ridder 1994년 'The Tablet' 공개… 애플·삼성 소송전 새 변수

↑ 유튜브에 공개된 Knight Ridder 소개 동영상에 등장하는 'The Tablet'. 이 기기는 1994년에 이미 공개된 바 있다.↑ 유튜브에 공개된 Knight Ridder 소개 동영상에 등장하는 'The Tablet'. 이 기기는 1994년에 이미 공개된 바 있다.


애플이 특허를 주장하고 있는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PC는 이미 17년 전에 세상에 첫 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애플이 삼성전자의 디자인을 문제 삼은 특허침해 소송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역시 관련 내용을 소송이 제기된 독일과 네덜란드 법원 등에 반박 자료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 아이패드 원형 'The Tablet' 1994년 공개돼
13일 외신과 삼성전자에 따르면 미국 미디어그룹인 'Knight Ridder'(이하 KR)의 1994년 소개 동영상에 'The Tablet'(사진)이 등장한다. 'The Tablet'은 언론인과 디자이너, 기술자, 조사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팀이 컴퓨터 등 IT기기가 발달함에 따라 미디어 소비 방식이 어떤 식으로 변화할 것인지를 연구한 끝에 탄생한 결과물이다.



'The Tablet'의 실체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 등에 공개된 "The Tablet Newspaper: A Vision for the Future" 동영상(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JBEtPQDQNcI)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 유튜브에 공개된 Knight Ridder 소개 동영상에 등장하는 'The Tablet'. 애플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네 모퉁이가 고르게 둥글고 직사각형 형태'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미 17년전에 나온 'The Tablet'도 비슷한 형태다.

KR의 뉴미디어 책임자이자 이 팀을 이끌었던 로저 피들러(Roger Fiddler)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각종 미디어는 앞으로 10~15년 이내에 변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자들이 앞으로 인쇄매체가 아닌 전자기기들을 통해 신문과 잡지를 보게 될 것이란 예언이었다. 아이패드는 핀들러의 예상보다 1년 후인 2010년 첫 선을 보였다.

이 팀은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The Tablet'을 전자기기의 대표 모델로 제시했다. 'The Tablet'의 외형은 지금의 아이패드와 거의 흡사하다. 크기는 현재 아이패드보다는 약간 크지만 검은 바탕에 둥근 모서리를 가진 직사각형 모양을 하고 있고 터치스크린 방식을 사용하는 것까지 모두 동일하다.


그들은 또 'The Tablet'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컴퓨터가 될 것이며 무게는 2파운드 이하가 될 것으로 예견했다. 아이패드의 무게가 1.6파운드인 점을 감안하면 그들의 예상은 너무나도 정확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이 제기한 소송의 반박자료로 'The Tablet'에 관한 자료를 독일과 네덜란드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혀 'The Tablet'이 이번 소송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애플은 최근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에 네덜란드를 제외한 유럽 전역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10.1의 판매와 마케팅 활동을 중지시켜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제기, 받아들여졌다. 또 네덜란드 법원에도 관련 소송을 제기, 다음달 15일경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다.

애플 아이패드, 17년전 '더 태블릿' 베꼈다?
◇ 아이패드, 'The Tablet' 베꼈다?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신청의 주요 근거는 대부분 디자인에 관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애플이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나온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아이패드는 'The Tablet'을 모방한 셈이 된다.

쉽게 말하면 자동차 바퀴를 둥글게 만드는 것은 자신들의 특허이니 바퀴를 '네모'로 만들라는 논리가 대부분이다.



먼저 애플은 소장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탭10.1이 "네 모퉁이가 고르게 둥글게 만들어진 직사각형 형태의 제품"이어서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전세계에 직사각형으로 만들어지고 모서리가 둥근 모든 제품은 자사의 기술을 베꼈다는 억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베꼈다고 주장한다면 애플은 17년 전에 나온 'The Tablet'의 모양을 베낀 셈이다.

두 번째 근거로 내세운 '제품의 앞부분이 평평하고 투명하다'는 지적 역시 어느 제품에도 똑같은 원리다. 따지자면 이 또한 'The Tablet'이 먼저 사용했다. △'평평하고 투명한 앞표면 주변에 눈에 띄는 금속 프레임' △ '맑은 표면을 가진 디스플레이가 화면 가운데 위치한다' △'투명한 앞표면 아래 놓여 있는 디스플레이가 명확하고 중립적인 경계에 놓여 있다'는 나머지 주장 역시 'The Tablet'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마지막으로 '제품 전원을 켰을 때 색상이 있는 아이콘이 등장한다'는 주장은 현재 공개된 동영상으로는 확인이 어려웠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소송 내용은 너무 포괄적인 것이어서 특허로 인정받기 어렵다"며 "애플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자면 세단형 자동차는 한 회사에서 밖에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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