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한국형 헤지펀드 "롱숏 외 다양한 전략 필요"

더벨 박홍경 기자 2011.07.1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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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벨 인터뷰]강창주 하나UBS자산운용 상무

더벨|이 기사는 07월11일(10:55)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최근 여의도 증권가의 화두는 단연 '한국형 헤지펀드'다. 1호 펀드를 선점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거론되는 자기자본 요건을 고려하면 후보군은 대형사로 압축된다.



그런데 이 못지않게 중요한 요건이 있다. 바로 사람이다. 대다수가 이전에 밟아보지 못했던 영역에 첫 발을 뗄 때, 누군가 경험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좀 더 수월하게 주도권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강창주 하나UBS자산운용 상무는 국내 최초로 한국에 집중하는 재간접 헤지펀드를 싱가포르에 설립한 경력이 있다.

1971년, 고 정주영 회장이 조선소를 만들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영국의바클레이즈를 찾아갔던 일화를 기억할 것이다. 차관을 이끌어내기 위해 정 회장이 쓸 수 있던 카드는 지폐에 그려져 있던 거북선, 그리고 그 배를 만들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경험과 잠재력 밖에 없었다.



올 9월에 헤지펀드 시장이 열린다고 해도, 현 상황은 이제 막 배(헤지펀드)를 짓기 위한 조선소(인프라)를 만드는 단계다. 강 상무는 "관련 규정이 완화되면 레버리지를 400%까지 일으킬 수 있고 구조조정 기업에 50% 투자하는 의무도 사라지는 등 운용상 편해지는 점은 있다"면서도 "아직 토대를 마련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정부가 입법 예고한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대해서는 "헤지펀드를 육성하는 한편 규제 차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균형을 잡으려는 당국의 고충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지적처럼 문턱을 높인 부분이 있지만 질서를 흐리는 행위는 어느정도 막을 수 있을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헤지펀드의 투자 자격을 금액으로 제한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냈다. 헤지펀드의 투자 리스크를 이해하고 있는가, 다시 말해 금융지식이 충분한가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해당 투자자의 전체 금융자산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헤지펀드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각종 제약이 있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한국형 헤지펀드는 정통 헤지펀드라기보다는 '헤지펀드 스타일을 표방하는 펀드'로 볼 수 있다. 한국에 설립되며, 한국인이 투자하고 주로 한국인이 운용하는 펀드가 주를 이룰 전망이다.

자본시장법과 아울러 세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펀드의 근거지와 투자자, 운용자에 대한 제약은 사라지기 어렵다. 홍콩과 싱가포르 등에서 활동하는 헤지펀드의 상당수는 펀드를 근거지를 케이만 군도나 버뮤다 등 조세 회피지역에 두고 있다. 세금을 피하면서도 금융 허브의 인프라를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주된 운용 지역과 펀드의 설립지가 다를때 과세 이슈가 발생할 전망이다.

헤지펀드 자체에 마땅한 정의가 없듯, 그 전략도 매우 다양한데 크레디트스위스 트레몽과 바클레이즈 헤지펀드는 편의상 유형을 12개, 14개로 나눴다. 국내에서 헤지펀드는 당분간 롱숏 위주의 전략을 사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안정적인 절대수익을 위해서는 전략에 있어서도 다변화가 필수적이라고 강 상무는 지적했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재간접 헤지펀드를 봐도 판매된 펀드가 일부 유형에 집중됐다. 강 상무는 "재간접의 목적이 리스크 분산에 있는데 최근 국내에서는 CTA(CommodityTrading Advisors) 전략의 펀드를 모아둔 형태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CTA는 주로 상품 선물에 투자하는데 위험을 한 방향으로 지고 있어 금융위기와 같이 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이벤트가 발생할 때 괄목할만한 수익률을 낸다. 강 상무는 "CTA가 모든 시장 국면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안정적 수익률을 위해서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매크로 전략은 다양한 자산군을 적시에 배분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해외 파트너인 USB글로벌이 리서치와 운용기법 면에서 든든한 우군이 될 전망이다.

강 상무는 "규제 완화와 업계의 의지 등을 비춰볼 때 연내 1호 펀드는 분명 나올 것"이라면서도 "단기간에 성과를 논하기보다는 적어도 6개월 이상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내는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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