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가 루이비통에 자존심 구긴 진짜 이유는?

머니투데이 이명진 기자, 신동진 기자 2011.06.10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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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내 신라면세점, 구찌의 수수료율 인하 요구 거부

↑루이비통의 숄더백 토탈리 다미에 아주르 PM(왼쪽), <br>
구찌 스터디드 인터로킹 G 디테일의 중형 토트백↑루이비통의 숄더백 토탈리 다미에 아주르 PM(왼쪽),
구찌 스터디드 인터로킹 G 디테일의 중형 토트백


인천공항 출국심사대 12· 24·27·28번 게이트 인근 매장은 인천공항 내 면세점 중에서도 명품 브랜드들이 유난히 눈독을 들이는 곳이다. 출입국 심사대를 빠져나온 출국자들의 동선을 감안할 때 가장 눈에 잘 띄고, 접근성도 뛰어난 노른자위다. 실제 이곳에는 불가리나 펜디, 구찌, 샤넬 같은 명품 브랜드 매장이 몰려 있다.

요즘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루이비통과 구찌가 이 입지를 놓고 자존심 싸움이 한창이다. 급기야 지난 8일 구찌그룹코리아는 기존 신라면세점에 입점했던 점포 2곳을 모두 퇴점시키겠다고 밝혔다. 구찌의 퇴점 이유는 신라면세점이 공항 면세점 최초로 입점하는 루이비통에 비해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매수수료율을 고수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수료율은 겉으로 드러난 명분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신라면세점이 왜 구찌의 수수료율 인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신라면세점 입장에서 구찌가 꼭 잡아야 할 명품 브랜드라면 판매수수료율을 낮춰주더라도 구찌를 달래서 잡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 이번 갈등의 속사정이 숨겨져 있다.



이번 갈등의 전 조짐은 이미 지난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LVMH그룹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방한했을 때 루이비통의 신라면세점 입점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8개월 후인 지난해 12월 초 루이비통은 신라면세점 입점을 확정 지었다. 신라면세점은 국내 명품업계 지형도에서 구찌가 '지고' 루이비통이 '뜨는' 대세임을 간파했다는 후문이다.

◇매출 성적표, 구찌보다 루이비통이 '한 수 위'

실제 신라면세점이 제시한 수입브랜드 매출 성적표는 이를 뒷받침한다. 신라면세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지난 5월 말까지 신라면세점에 입점한 수입브랜드들은 평균 10% 이상 매출 신장을 보였다. 그러나 구찌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되레 줄었다. 그 결과 명품 브랜드 중 매출 순위도 프라다에 추월당해 4위에서 5위로 밀렸다.


이런 현상은 면세점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내 백화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백화점 점포당 매출을 살펴보면 1위는 단연 루이비통이다. 그 뒤를 샤넬과 구찌가 잇는 모습이다.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루이비통 매출은 구찌의 2.5~4배 정도. 예를 들어 A백화점에서 구찌가 1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면 루이비통은 같은 백화점에서 25억~4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영업 중인 명품 브랜드 중 루이비통코리아의 2010년 매출은 4273억원으로 전년대비 14.8% 증가했다. 반면 구찌그룹코리아 매출은 2730억원으로 전년대비 3.1% 감소했다.

◇구찌, 그룹 차원 마케팅에서 밀렸다(?)

이처럼 구찌가 루이비통에 뒤쳐지는 배경에 대해 일부에서는 구찌의 모그룹인 PPR(Pinault Printe mps Redoute)그룹이 루이비통이 속한 LVMH(Louis Vuitton Moet Hennessy)그룹에 비해 마케팅 감각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전문가들은 "루이비통은 LVMH그룹의 막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매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지만 구찌는 PPR그룹에 인수된 이후 고전이 계속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패션전문가는 "구찌가 2004년 PPR에 완전 인수된 이후부터 조금씩 모습이 달라졌다"며 "LVMH의 루이비통보다 PPR의 구찌가 그룹 내 입지가 약하기 때문으로 본다"고 밝혔다. PPR그룹 입장에서는 구찌보다 매출신장이 더 좋은 명품브랜드를 더 쎄게 밀어줄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한국시장에서도 루이비통과 격차가 벌어졌다는 지적이다.

구찌 2011 S/S 컬렉션구찌 2011 S/S 컬렉션
◇구찌는 과시용(?), 루이비통에 가격경쟁력 뒤져

루이비통에 비해 구찌가 밀린 또 다른 원인은 '제품 만족도'면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부에서는 구찌는 가격 면에서 루이비통을 훨씬 앞서는 제품이 많은데 그 때문에 특정층의 과시용 브랜드 성격이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루이비통과 구찌 모두 로고를 크게 넣는 과시용 제품이 많은 것은 공통점"이라고 전제하며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선 같은 과시용이라면 비용은 낮고 노출효과가 큰 제품을 선택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루이비통이 속한 LVMH그룹이 계열 명품 브랜드 가격을 올리지 않은 반면 PPR그룹은 구찌 등 대부분 명품 브랜드 가격을 올린 것도 소비자 반응이 엇갈리는 대목이라는 의견도 있다. PPR그룹은 구찌를 인수하기 위해 만만치 않은 자금을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루이비통 핸드백 인기 모델은 평균 80만~180만원대이지만 구찌는 평균 110만~230만원으로 가격차가 상당하다.

구찌 디자인이 다소 고풍스러운 느낌이 드는 반면 루이비통은 참신한 디자인이 많은 것도 소비자들이 높은 점수를 주는 이유다. 구찌는 신제품 디자인이 기존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전문가들은 "예전에는 명품이라는 이름만으로 백화점과 면세점에 큰 소리 치며 입점을 요구하던 시절이 있었다"며 "하지만 명품 브랜드도 고객들이 얼마나 많이 찾느냐는 시장 논리에 따라 백화점이나 면세점에서 다른 대접을 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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