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크는 '먹는 화장품'시장… "화장품아닌 식품입니다"

머니투데이 이명진 기자 2011.06.0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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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되다 보니… 제품 다양해지고 판매채널은 넓어지고

ⓒ롯데백화점 본점 '로리진' 매장 ⓒ롯데백화점 본점 '로리진' 매장


# 20대 회사원 한송이씨는 화장품숍에 들렀다가 `먹는 화장품'이 잘 나간다는 말을 들었다. `직접 몸속으로 흡수되는 제품은 바르는 제품보다 효과가 더 있겠지'라는 생각에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제품을 구입했다. 피부에 좋다는 제품은 다 써봤던 그녀인지라 광고 속 `도자기 피부' 연예인처럼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생겼다. 하지만 기대가 커서일까 그녀는 4개월간 복용 했지만 아직까지는 큰 변화를 못 느끼고 있다.

외모 가꾸기 열풍 속에서 몸속부터 아름다워지자는 `이너 뷰티(inner beauty)'를 내건 `먹는 화장품'(뷰티 푸드) 시장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뷰티푸드는 히알우론산, 콜라겐 등 피부에 좋은 다양한 성분을 피부 속으로 흡수시켜 피부 체질 자체를 건강하게 변화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제품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미용에 도움이 되는 건강보조 식품 카테고리까지 모두 포함할 경우 총 1조원 규모(업계 추산)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뷰티푸드 가운데 아모레퍼시픽의 `비비프로그램'은 2008년 이미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으며, 현재 연간 판매 2000억 원 이상의 브랜드로 성장했다. CJ `이너비'는 지난해 전체 매출은 50억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올해 매출은 8배 이상 성장한 400억원(상반기 200억 추산)을 달성할 전망이다.



LG생활건강은 `청윤진'등이 꾸준한 매출 증가세를 보이는 등 관련제품군 매출이 지난해 650억원을 기록했다. 트렌드의 민감함 홈쇼핑에서도 뷰티푸드의 반응이 좋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먹는 화장품에 관심이 많다"며 "상반기 히트상품에도 포함될 정도"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제약업체, 식품업체, 화장품업체 등이 잇따라 신제품을 선보이며 `먹는 화장품' 시장에 가세해 경쟁이 치열하다. 현대약품은 `미에로뷰티엔 180', 유한양행은 `뷰티인', 광동제약은 `뷰티에이지콜라겐'을 각각 출시해 TV·잡지 광고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인삼공사가 홍삼을 기반으로 피부보습에 도움을 주는 홍삼뷰티푸드 `굿베이스 뷰티본(本)'을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쑥쑥크는 '먹는 화장품'시장… "화장품아닌 식품입니다"
◇ 잘 되다 보니… 제품 다양해지고 판매채널은 넓어지고


시장 초기에는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는 제품들이 주를 이뤘지만, 이 후에는 콜라겐, 코엔자임Q10, 히알루론산, 피크노제놀 등의 뷰티 고기능성 원료를 중심으로 한 미용기능식품의 영역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피부보습, 항산화, 탄력, 슬리밍, 미백 등 바르는 화장품의 기능을 그대로 갖춘 다양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며 시장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이너비는 이달 중으로 음료 형태의 제품을 출시하는 등 제품 형태 및 기능성을 대거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장사가 잘 되다보니 화장품업체들은 방문·다단계 판매로 이뤄지던 뷰티푸드의 판매채널을 각사가 보유한 백화점, 홈쇼핑, 화장품 브랜드숍 등 대중적인 시판채널로 확대하며 그 여세를 이어가고 있다.

LG생활건강 청윤진 김상범 BM은 "최근 소비자들은 화장품을 판매하는 채널에서 뷰티 푸드를 구매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먹는 화장품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면서 화장품 업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판 위주의 뷰티푸드를 전문 브랜드로 특화시켜 지난해 30곳의 유통점에서 올해는 백화점 마트 등 320곳으로 판매점을 확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먹는 화장품은 화장품 아닌 기능성식품

먹는 화장품의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직접 몸속으로 흡수되는 제품은 바르는 제품보다 효과가 더 있을 것'이라는 소비자의 막연한 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장인 이승연(25)씨는 "일반 화장품은 눈에 띄는 변화가 없는데 일단 먹는 화장품은 좀 다를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며 "먹는 화장품이란 용어나, TV나 잡지 속 연예인들이 먹어서 피부가 좋아졌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겨 구매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먹는 화장품은 건강식품일 뿐 화장품은 분명 아니다. 안정림 대한화장품협회 부회장은 "미용식품은 제약사에서 처음 다뤘고 식품회사에 이어 화장품회사에서도 다루기 시작했다"며 "시중에 먹는 화장품으로 알려진 제품들은 마케팅차원에서 뷰티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화장품'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을 뿐, 사실상 기능성 식품"이라고 말했다.

효능에 있어서도 전문가들은 "뷰티 푸드는 피부에 좋은 다양한 성분을 피부 속으로 흡수시켜 피부 체질을 건강하게 변화시키는데 그야말로 `도움'을 주는 제품일 뿐"이라며 "피부에 관한 과도한 기대나 효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조언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선진국에서도 먹는 화장품의 효능(기능성) 검증이 부실하다는 것과 이에 따른 과장 광고 등이 자주 도마에 오르고 있다"며 "우리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뷰티푸드의 효능·효과 및 과잉 광고 등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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