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發 포퓰리즘 정책 쏟아진다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11.05.10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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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얻기 위한 정치권의 선심성 정책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여당, 특히 지도부가 앞장서고 있는 점이 이례적이다. 내년 총선 패배를 막고 보자는 위기감의 발로지만, 야권의 각종 무상복지를 '망국적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공격했던 한나라당의 변화에 당 안팎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황우여 신임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9일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정책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으로 예정된 추가 감세를 철회해 확보하는 재원을 서민 복지 분야에 쓰겠다는 주장이다. 이주영 정책위원회 의장은 전월세 상한제 카드를 꺼냈다. 전월세 가격이 이상 징후를 보이는 지역에 한해 상한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여당 신임 원내대표단이 추진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이들 정책은 18대 국회에서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금까지 감세 철회와 전월세 상한제는 야당의 무기였다. 한나라 의원 일부가 동조했지만, 청와대와 정부 반발에 묻혔다. 당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던 정책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신임 원내지도부가 이를 관철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기조 중 하나인 감세를 뒤집겠다는 것이다. 황 원내대표를 지지한 소장파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라지만, 궁극적으로는 여권 전체의 기조가 바뀌고 있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4·27 재보선 참패와 이명박 대통령 지지도 하락 등 민심 이반 징후가 가속화되는 있는 만큼 이를 만회해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친서민을 내세운 여권 발 정책이 부쩍 늘고 있다. 당장 이 대통령부터 만 5세 이하 무상 보육 정책을 내놨다. 발표 시기는 재보선 직후인 지난 2일이었다. 재보선 참패를 무마하기 위한 정책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더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골자로 하는 하도급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가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난색을 표했지만 홍 의원은 오히려 정부를 압박해 현실화했다.

부산 지역 의원들이 발의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무책임한 포퓰리즘의 전형으로 평가받았다. 저축은행 예금과 후순위채 전액을 예금보험기금으로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부산저축은행 예금자를 보호한다는 게 법안 발의의 명분인데, 당내에서도 "말이 안 되는 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권의 기조 변화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일각에서는 민심을 듣기 시작했다는 평가지만, 선심성 정책이 졸속 추진되면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더 크다.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당과 의원들이 (총선패배) 불안초조 증상에 시달린 끝에 허겁지겁 '포퓰리즘'으로 달려가고 있다"며 "표퓰리즘을 배격해야 하는데 나약하고 심약한 한나라당은 여기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선심성 정책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4·27 재보선 참패를 경험한 수도권 의원들은 내년 총선에서 궤멸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선심성 정책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을 규제하고 복지를 확대하면 당장은 인기가 올라가겠지만 선심성 정책의 한계는 분명하다"며 "친서민 정책기조에 반대할 사람은 없지만, 문제는 실현가능성이다. 들고 나온 정책 중 제대로 된 검토를 거친 게 몇 개나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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