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삼성을 버린다? 못 떠나는 이유 있다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11.05.06 07:28
글자크기

애플이 삼성을 선택한 이유는 '높은 경쟁력'..인텔 대안론 아직 이르다

"애플이 삼성을 버린다?" vs "과연 애플이 삼성을 배제하고 생존할 수 있을까?"

외신을 통해 애플이 삼성전자 (79,200원 ▼500 -0.63%)로부터 조달하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인텔로부터 조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부품 공급처에서 삼성을 배제할 것이라는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최소한 향후 2~3년 내에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삼성-애플, 누가 덫에 걸렸나=지난달 19일 애플이 삼성전자를 특허 침해로 제소했을 당시만 해도 삼성전자가 애플의 덫에 걸렸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당일 즉각적으로 맞고소 의지를 내비친 데 이어 같은 달 22일 맞소송을 제기하면서 삼성이 그동안 최대 고객인 애플에게는 사용하지 않았던 무기를 사용했다.



삼성전자는 10만건을 넘어서는 특허를 최대고객인 애플에게는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애플이 삼성을 공격한 만큼 통신 분야의 핵심 특허 무기를 숨겨놓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여기에 애플이 '구매선 대변화'라는 카드로 삼성의 최대 약점을 건드렸다.

국내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공급처를 인텔로 당장 돌릴 수 없을 뿐더러 돌린다고 하더라도 삼성 특허의 덫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분석했다.

◇애플이 인텔에 힘을 실어준다면=애플의 아이팟 신화 뒤에는 삼성전자의 숨은 조력이 있다. 처음 두꺼운 HDD 아이팟 대신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탑재한 날씬한 아이팟 나노 출시를 이끈 것이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였다. 당시 황창규 반도체 담당 사장이 스티브 잡스를 만나 더 얇고 고성능의 아이팟을 만들 수 있다고 해 낸드플래시가 적용된 것이 아이팟 나노로 이는 애플의 부활을 이끌었다.


이때도 애플은 삼성전자에만 거의 의존했던 낸드플래시 물량을 줄이기 위해 자국 기업인 인텔과 마이크론이 지난 2005년 합작 설립한 회사에 선급금을 지급하며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40%선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고, 마이크론은 13%선으로 3위에 머물고 있다. 애플이 인텔과 마이크론을 지원하더라도 삼성전자의 높은 경쟁력을 따라 잡을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반도체 부문 애널리스트는 "과거 선례를 보더라도 애플이 삼성전자가 예뻐서 부품을 쓰는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의 높은 경쟁력을 확보한 제품을 조달해야만 애플의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AP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애플이 삼성을 버릴 수 있을까=인텔은 올해 지난해(52억달러)보다 79% 늘어난 93억달러를 반도체에 투자할 계획이다. 애플이 인텔에 파운드리(위탁생산)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는 여기서 흘러나온다.

인텔이 PC 시장의 정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모바일CPU(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인텔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도 미국 오스틴 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애플은 급성장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시장에 필요한 칩을 공급받기 위해 다양한 구매처 확보에 노력하고 있으나 그동안은 삼성전자 외에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 대안으로 5일 세계 22나노 최초 3D(차원) 트랜지스터를 개발한 인텔을 꼽고 있다. 하지만 애플이 현재로선 인텔에게만 의존할 수도 없는 처지인 것은 명확하다.

삼성전자가 미국 오스틴 공장에 36억달러를 투자키로 한 것은 애플 등 주요 고객사의 주문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이 오스틴에 비메모리 라인을 강화하는 것은 애플 등의 고객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애플이 삼성으로부터 조달하는 물량을 끊는다면 삼성이 투자한 부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플 협상력 높여주는 일부 언론=삼성과 애플이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될 수 없다는 것은 산업계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관행이다.

삼성전자의 높은 반도체 제조경쟁력이 필요한 애플은 삼성전자로부터 부품을 조달받으면서도 다른 구매처를 찾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기간 내에는 현실화되지 않을 전망이다. 대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정보를 흘리는 것은 특허분쟁에서 협상력을 높이고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애플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애플에 공급하는 A5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물량 때문에 자사의 갤럭시S에 탑재할 물량도 대기 힘들 정도로 부품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며 "애플이 당장 부품 조달을 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들은 애플이 당장 물량을 끊을 것처럼 보도하면서 애플의 협상력을 높여주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일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