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도루묵된 재개발 사업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11.04.2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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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정비예정구역 32곳 해제 파장]제기7구역

↑제기7구역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사무실에 나붙은 재개발 무산 관련 플래카드. ⓒ사진출처=제기7구역 재개발을 위한 모임 카페↑제기7구역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사무실에 나붙은 재개발 무산 관련 플래카드. ⓒ사진출처=제기7구역 재개발을 위한 모임 카페


"며칠 전만해도 계획대로 재개발한다고 동의서를 걷었는데 이제는 아예 백지화한다니 어느 장단에 발을 맞춰야할지 모르겠네요." (제기동 주민 A씨)

25일 오후 서울시가 정비예정구역 해제를 추진키로 발표한 동대문구 제기동 67번지 일대 고려대 인근. 오래된 단독주택이 빼곡한 이곳은 9만8770㎡의 대규모 부지가 재개발예정구역에서 제외된다는 소식에 떠들썩했다.



제기7구역으로 잘 알려진 이곳은 2004년 '서울시 도시및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고시 당시 재개발예정구역에 포함됐다. 2008년 10월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설립됐지만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해 추진위가 무산됐다.

이유는 원룸, 다가구주택 등 임대사업을 하는 주민들이 재개발을 반대해서다. 동대문구청 관계자는 "재개발을 통해 아파트 입주권을 받는 것보다 임대수익을 얻는 것이 낫다는 사람들이 반발해 갈등이 심했다"며 "대학가의 수익형 주거환경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개발해달라는 요구가 있어 해제 대상지가 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주민들의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시가 해제 대상지를 우선 발표한 것. 시는 구체적인 사업지연시기나 주민동의율, 노후도 미달요건 등의 조건을 명시하지 않은 채 구청을 통해 일괄적으로 해제 신청지를 집계했다.

시 관계자는 "공람공고 후 다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해제를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오늘 발표된 곳은 사실상 해제된 것이나 마찬가지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처럼 앞뒤가 바뀐 행정절차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김태연 제기7구역 (가칭)재개발추진위원장은 "지난 2월 7구역 토지 등 소유자 685명 중 53%인 359명에게 인감도장을 날인한 동의서를 받아 제출했고 며칠 전만해도 구청으로부터 다시 재개발을 추진할 수 있다는 공문을 받았다"며 "갑자기 해제 지역으로 발표되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재개발에 반대했던 주민들도 크게 반기진 않는 분위기다. 제기동 주민은 "결국 실현되지도 않을 개발계획 때문에 땅값만 올려놨다"며 "건축허가만 묶었다 풀어 7년 동안 신축도 못하고 남은 것은 주민들 간의 불화뿐"이라고 허탈해했다.

정비예정구역 해제지역의 소규모 지분 투자자들의 피해는 커질 전망이다. 제기7구역은 과거 추진위원회가 용적률 288%, 1870가구를 짓는 계획안을 수립해 주민설명회를 열면서 30㎡ 이하 소규모 대지지분의 경우 3.3㎡당 3000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최권호 제기동 해피공인 대표는 "현재 20~30㎡ 대지지분이 3.3㎡당 2000만원 이하로 떨어졌지만 이곳에는 원룸도 짓기 어려워 투자가치가 없고 거래도 안되는 상황"며 "임대사업을 할 수 있는 다가구 주택도 3.3㎡당 1500만원 수준으로 올라 건축허가제한이 풀려도 매입해 수익을 내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재건축·재개발 281곳, 주거환경개선 34곳 등 시내 315곳의 정비예정구역 가운데 자치구 조사 등을 통해 32곳을 구역 지정 해제한다고 이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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