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의 10년…이제는 '금융강국 코리아' 위해 뛴다

머니위크 김성욱 기자 2011.04.1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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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금융지주 10년, 기록과 미래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는 우리나라 금융산업에도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금융기관에 제대로 된 리스크 관리의 개념이 들어왔다는 것은 가장 큰 수확이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우리나라의 금융역사는 1998년부터 시작됐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눈에 보이는 가장 큰 변화는 수많은 금융기관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은행도 예외가 아니다. ‘조상제한서’로 불리던 국내 선두권 은행들이 현재는 모두 사라졌다. 조흥은행은 신한은행에, 서울은행은 하나은행에 각각 합병됐다. 또 상업과 한일은행은 합병해 우리은행으로, 제일은행은 스탠다드차타드에 인수돼 SC제일은행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리고 서민영업에 주력을 하던 국민은행과 주택은행도 합병을 통해 새로운 국민은행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2001년 들어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또 한번 변신을 한다. 바로 금융지주회사의 탄생이다.

2001년 3월 우리은행(당시 한빛은행)과 평화은행, 지방은행인 광주은행과 경남은행, 하나로종합금융 등을 자회사로 둔 우리금융지주가 첫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두번재 금융지주회사인 신한금융지주가 탄생했다. 우리금융이 관에서 주도해 만든 금융지주라면, 신한지주는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금융지주라는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금융지주 회장도 대단한(?) 분들이 올랐다. 우리금융지주 윤병철 초대 회장은 단자회사인 한국투자금융을 은행으로 전환시켰고, 소형 은행인 하나은행을 4대 시중은행으로 도약하는 데 초석을 닦은 인물이다. 우리금융 초대 회장으로 있으면서는 우리금융의 뉴욕증시 상장도 이뤄냈다.

신한지주는 고졸 경력으로 은행장에 오르면서 모든 은행원들의 롤 모델이 된 라응찬 회장이 이끌었다. 그는 국내 최초로 은행장 3연임이라는 역사를 새로 쓰기도 했다. 신한지주 회장에 있으면서 조흥은행과 LG카드 인수와 성공적인 합병을 이끌었다.

2005년에는 하나은행이 우리나라 최초의 투자신탁회사인 대한투자신탁증권(현 하나대투증권)을 인수하면서 세번째 지주회사인 하나금융지주가 출범했으며, 2008년에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국민은행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했다. 이로써 우리나라 빅4은행의 경쟁은 빅4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됐다.


하나금융에 앞서 2003년에는 증권사를 기반으로 하는 최초의 금융지주회사인 한국금융지주 (69,100원 ▲3,100 +4.70%)가 출범했다. 2009년에는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이 산은금융지주를 출범시켰으며, 영국계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한국 내 계열사를 묶어 관리하는 중간금융지주회사인 한국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를 설립했다.

그리고 금융지주가 출범한 지 10년째가 되는 올해에는 지방은행인 부산은행을 기반으로 하는 BS금융지주 (8,520원 ▲60 +0.71%), 첫 보험사 기반 금융지주인 메리츠금융지주가 출범해, 국내 금융지주는 총 9개에 이르고 있다.



◆4대 금융지주의 선결과제

공교롭게 4대 금융지주의 경영진은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초 새로운 임기가 시작됐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 3월 세번째 임기를 시작했으며,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우리금융 10년 역사에 최초로 연임을 했다. 지난 10년간 신한지주를 이끌었던 라응찬 회장이 불미스런 퇴장을 하면서 신한지주는 지난 2월 한동우 회장을 선임했다. KB금융은 지난해 7월 회장 공백 9개월을 마감하면서 어윤대 회장을 선임했다.

이처럼 4대 금융지주회사가 조직개편과 인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공격경영을 외치고 있다. 특히 세계 10위권 경제규모에 걸맞게 금융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들을 밝히고 있다. 연임에 성공한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세계 50대 은행’을 화두로 내세웠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도 “삼성그룹 같은 세계적인 회사가 금융권에서도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도 외환은행 인수 합병이 마무리되면 이를 계기로 ‘세계 50대 은행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상태다.

그러나 각 금융지주마다 해결해야 하는 선결 과제들이 있다.

우선 하나금융지주 (60,600원 ▲2,500 +4.30%)는 외환은행의 인수 합병 문제다.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이 늦어지면서 불필요한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 특히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이 상실된다면 외환은행 인수는 물 건너 갈 수도 있다.

우리금융 (11,900원 0.0%)은 민영화의 수순을 어떻게 밟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메가뱅크론자’인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은 재정경제부 장관시절 산은과 우리금융의 합병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팔성 회장은 이러한 주장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터전을 마련하자는 이 회장의 비전은 민영화 완성에 달려 있는 것이다.

KB금융과 신한지주는 내부 신뢰 회복이 관건이다. KB금융 (77,700원 ▲3,800 +5.14%)은 회장직의 오랜 공백 등의 이유로 구심점을 잃고 경쟁력이 많이 약화됐다. 2010년 경영실적도 전년에 비해 크게 악화됐다. 어윤대 회장은 국내 1등 은행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생산성 증대를 이끌어내야 한다.

신한지주 (47,300원 ▲1,050 +2.27%)는 지난해 최고경영진간의 내분으로 그동안 쌓아 온 명성을 한 순간에 무너뜨렸다. 대외 신인도 하락은 물론 직원들의 의욕도 많이 떨어졌다. 여기에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순위가 4위로 밀리는 상황이다. 한동우 행장이 내부 사기진작과 대외 신뢰도 회복을 통해 신한의 과거 명성 찾기에 최우선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공통 과제, ‘비은행 강화’

4대 금융지주의 또 다른 공통 문제점도 있다. 은행에 대한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KB금융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자산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83%에 달한다. 순이익에서는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5%에 달한다. 지방은행을 포함해 3개의 은행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도 총 자산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87%에 달한다. 하나금융도 총자산에서 은행의 비중이 78%에 달한다. 외환은행 인수가 마무리되면 이 비중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비은행의 비중이 크다는 신한은행도 총 자산에서는 77%, 순이익에서 70%가 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4개 지주사 모두 은행에 대한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모든 금융지주가 증권, 보험, 카드 등 비은행 부문에 대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지 못한, 제대로 된 금융지주라고 부르기 민망한 부분이 있다.

이 때문에 각 금융지주사들은 비은행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지난 3월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M&A 전략을 통해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분야를 강화해 현재 5%에 불과한 비은행 수익 기여도를 2013년까지 30%로 늘리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도 민영화와 글로벌 사업 확대 외에 비은행 부문 강화를 올해 주요 목표로 꼽았다. 금융지주사 최초로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해 우리금융저축은행을 설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올 하반기에는 카드사업을 다시 분리, 독립법인을 세울 계획이다. 이뿐만 아니라 보험부문도 적극적인 M&A를 추진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은 취임 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적당한 보험사가 매물로 나오면 M&A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저축은행 인수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은 최우선 과제인 외환은행 인수 문제로 인해 여력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비은행 부문 강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긍정적인 4강 체제 경쟁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마무리되면 4대 금융지주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하나금융의 총자산 규모는 여타 3개 금융지주에 비해 크게 뒤진다. 3위인 신한지주에 비해서도 100조원가량 적다. 그러나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총자산은 311조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신한지주에보다 2조원 정도 많아지게 된다.

업계1위인 KB금융의 총자산은 326조1000억원이지만, 2위인 우리금융(326조원)과 사실상 차이가 없다. 그리고 3, 4위가 되는 하나금융과 신한지주도 언제든지 추월할 수 있는 규모다.

특히 비은행 부문의 강화를 위해 M&A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이들 4개 금융지주의 규모 경쟁은 앞으로 지켜볼 만한 사안이다. 또 이를 통해 은행에 집중돼 있는 비정상적인 금융지주의 모습도 정상적인 상태로 발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도 고객유치와 금융지주의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복합금융상품 개발, 계열사간 상품 교차 판매는 물론 경쟁에 따른 금리 및 수수료 혜택 등 서비스 향상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50대 은행'을 위해 경쟁적으로 뛰는 4대 금융지주의 어깨에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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