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진 여파… IT 부품업계 '을에서 갑으로'

머니투데이 김병근 기자 2011.04.0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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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산요 파나소닉 등 "물건 좀 더 달라" 애타는 러브콜

일본 지진 여파로 한국 부품소재 기업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평소에는 만나기 힘들었던 대기업 구매담당자가 직접 찾아오는가 하면 해외에서 "같이 일해보자"고 러브콜을 보내는 사례도 잦아졌다. 가격을 부품소재업체가 결정하는 등 정보기술(IT)업계에서 전통적인 갑과 을의 '역전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日 지진 여파… IT 부품업계 '을에서 갑으로'


7일 오전 9시 경기 평택의 엘엠에스 (6,500원 ▲280 +4.50%). 중소형 광학필름과 광픽업렌즈를 만드는 이 회사는 이날도 '북새통'을 이뤘다. 고객사(대기업) 구매담당자들이 아침부터 찾아와 진을 치고 있어서였다.이런 현상이 나타난 지는 20일이 넘었다.



산요, 히타치, 파나소닉, LG전자 (92,400원 ▲900 +0.98%) 등 찾아오는 곳은 다르지만 원하는 건 '광픽업렌즈' 1가지다. 이 업계를 지배해온 일본 아사히글라스가 지진 여파로 조업을 중단하면서 이 부품 수급에 비상이 걸린 탓이다.

방문하는 이가 늘면서 자연스레 부품가격도 뛰었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 지진을 전후해 광픽업렌즈 가격은 20~30% 상승했다. 이 회사의 관련매출 역시 지난해 100억원에서 250억원으로 150% 늘어날 전망이다.



이성규 엘엠에스 IR팀장은 "지진 이후 고객사 구매담당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 회사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며 "더 달라고 아우성인데 캐파(생산능력)문제 때문에 전부 소화를 못한다"고 아쉬워했다.

일진그룹(회장 허진규) 계열사 일진머티리얼즈 (44,800원 ▼400 -0.88%)도 '귀한 몸'으로 부상했다. 후루카와와 닛폰덴카이 등이 지진 여파로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인쇄회로기판(PCB) 소재인 일렉포일(동박)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 때문이다.

국내는 물론 일본기업들도 이를 조달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렉포일은 특성상 생산라인을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해야 하는데 계획정전 등의 여파로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이런 예상을 뒷받침하듯 이 회사 주가는 지난달 10일 1만5600원에서 이달 6일 2만2650원으로 18거래일 만에 45% 가까이 급등했다. 회사 관계자는 "대지진에 일본 기업들이 타격을 받으면서 더 바빠진 게 사실"이라며 "찾아오는 기업에 국경이 없다"고 전했다.

연성회로기판(FPCB) 국내 1위 인터플렉스 (14,830원 ▲130 +0.88%)의 경우 일본 지진으로 일본 비즈니스가 확대국면에 접어들었다. 샤프가 FPCB 주력 거래선인 일본 맥트론에서 조달하던 물량을 이원화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바빠졌다. 양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까다롭기로 유명한 샤프와 비즈니스를 확대할 수 있는 모멘텀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김희성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기업들은 자국 부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이번 지진을 계기로 지역다변화 의지가 커질 것이 분명하다"며 "한국 부품업체들의 몸값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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