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자살…재학생 대자보 "행복하지 않다"

머니투데이 정지은 인턴기자 2011.04.0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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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카이스트 재학생이 '카이스트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우리 4000 학우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학생식당 앞 게시판에 걸었다.6일 카이스트 재학생이 '카이스트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우리 4000 학우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학생식당 앞 게시판에 걸었다.


올들어 카이스트(KIAST, 한국과학기술원) 학생 3명이 잇따라 자살한 가운데, 6일 카이스트 재학생이 '카이스트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우리 4000 학우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학생식당 앞 게시판에 걸었다.

카이스트 3학년 허모씨는 대자보를 통해 "올해만 3명의 학우가 우리 곁을 떠났다"며 "문제는 성적에 따라 수업료를 차등 지급하는 등록금 정책과,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재수강 제도 등 학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학내 분위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학점 경쟁에서 밀리면 '패배자' 소리를 들어야 하고, 힘들어도 학우들과 고민을 나눌 여유조차 없다"며 "이 학교에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학교는 대외적으로는 개성 있고 창의적인 인재 육성을 표방하지만, 학교는 우리를 컨베이어 벨트 위에 줄 세워 놓고 틀에 억지로 몸을 끼워 맞추도록 강요한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진리를 찾아 듣고 싶은 강의가 아닌, 학점 잘 주는 강의를 찾아다닌다"며 "진리의 전당은 여기에 없다"고 덧붙였다.



허씨는 "우리는 이런 학교를 원하지 않았다"며 "대다수 학교 구성원의 반대를 무시하고 독선으로 일관한 총장은 카이스트를 자기만족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서남표 총장은 더 이상 우리를 기만하지 마고, 우리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지금처럼 말도 안 되는 무한 경쟁과 신자유주의 정책을 폐기하고 학우들을 위한 카이스트를 건설하라"고 전했다.

이 대자보엔 카이스트 재학생들에게 당부하는 내용도 있었다. 허씨는 "카이스트의 진정한 주인은 우리"라며 "카이스트를 정말 사랑한다면 주체가 되어 불합리한 것들에 맞서 함께 바꿔나가자"고 당부했다.

앞서 4일 서 총장은 공식 홈페이지에 "이 세상엔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며 "궁극적인 해결책은 각자 마음과 자세에 달려있고,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항상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글을 올려 학생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만 카이스트 재학생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카이스트 4학년 장모씨(25)가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아파트 12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같은달 20일에는 경기 수원시에서 2학년인 김모씨(19)가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으며, 지난 1월 8일에는 1학년 조모씨(19)가 자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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