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은 봉(?)…"미분양 관리비도 나눠내라"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1.04.0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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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늘면서 관리비 갈등 속출…매매·전세계약 전 고지서 체크해야

ⓒ윤장혁ⓒ윤장혁


계약을 하지 못한 물량이 남은 가운데 입주를 시작한 '준공 후 미분양아파트'가 늘면서 '빈집' 관리비를 둘러싼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재건축·재개발조합 등 시행사와 시공사가 미분양가구의 관리비 납부를 서로 미루는가 하면 일부 단지의 경우 일반 입주자에게 미분양분 관리비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기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 A아파트는 지난해 3월부터 올 2월까지 1년간 약 3억원의 관리비가 미납돼 전기·수도세, 난방비, 청소·용역직원 인건비 등이 연체됐다. 이 단지는 1600여가구 규모의 성사동 B아파트를 재건축한 아파트로, 2009년 11월 입주를 시작했다.

하지만 재건축조합과 시공사가 미분양분(현재 약 150가구) 관리비 납부를 서로 미루다 1년치 2억8789만원(연체료 2051만원 포함)이 미납됐다. 시공사는 단지 내 고객서비스사무실과 분양사무실 등에서 자사 직원들이 사용한 관리비 4100여만원(연체료 470만원 포함)을 계측상 오류가 있다며 내지 않고 있다.



미납 관리비가 수억원으로 불어나면서 입주자대표회의 재정이 악화돼 결국 지난 1월에는 지역난방비 8000만원을 내지 못해 160만원의 연체료가 부과되기도 했다.

입주자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정상적인 단지관리가 어려워지자 재건축조합이 긴급 대의원회의를 열어 미분양가구의 밀린 관리비를 일단 납부하기로 했지만 관리비를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간 내홍은 끝나지 않았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은 "조합과 시공사가 시공계약을 할 때 '분양에 대한 모든 책임은 시공사에 있다'는 조항을 넣으면서 관리비 문제가 불거졌다"며 "조합은 미분양분 관리비에 대한 책임도 시공사가 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시공사는 아파트 관리가 아닌 판매에 대한 책임만 있다며 맞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합이 미납된 관리비를 내기로 했으니 당장 발등의 불은 껐지만 미분양가구 관리비 문제로 입주민들이 1년 이상 마음고생을 했다"고 덧붙였다.

부산 강서구 C아파트는 시행사가 미분양가구의 전기요금 2억3000여만원을 체납해 입주민들이 연체료 등 관리비를 나눠서 납부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남 천안의 D아파트 역시 미분양가구의 미납 관리비 2억여원을 입주가구에 추가로 균등부과해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경기 침체로 준공 후 미분양을 비롯해 계약을 해놓고 제때 입주하지 못하는 미입주물량이 늘고 있는 만큼 관리비 논란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경환 가우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미분양가구 관리비는 소유주인 시행사 부담이 원칙이지만 일부 단지의 경우 입주가구에 관리비를 전가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준공 후 미분양아파트를 구입하거나 전셋집을 구할 때는 계약하기 전에 관리비 고지서 등을 미리 구해 꼼꼼히 체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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