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도 판 미분양아파트들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11.04.01 10:11
글자크기

건설업계 분양가 인하 바람

"안 팔리는데 별 수 있나요? 가격 낮춰서라도 팔아야죠."

악성 미분양으로 인해 건설업계가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자 점차 '자존심'을 꺾고 가격 인하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아파트 가격 인하 움직임이 주택시장의 가격 조정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어서 관심이 집중된다.

최근 주목을 받은 곳은 GS건설 (15,570원 ▼170 -1.08%)의 구성자이3차다. 지난 3월25일 GS건설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에 위치한 구성자이3차를 최고 1억2300만원까지 낮춰서 다시 분양하기 시작했다. 특별분양가는 최대 17%, 평균 11% 할인됐다.



전체 309가구로 짜여진 구성자이3차는 이미 지난해 3월 준공을 마친 단지다. 1년간의 미분양을 끌어오다가 올해 결국 분양가를 낮춰 재분양에 나선 것.

GS건설 관계자는 "대형평형 위주로 계약이 되지 않아 할인된 가격으로 내놓게 됐다"면서 "전체 물량의 약 10% 정도가 남았으며 기존 계약자의 소급적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미분양 떨기를 위해 가격 인하를 진행하는 곳은 이밖에도 많다. SK건설이 양천구 신월동 수명산 SK뷰 잔여물량을 15~18% 할인했고, 현대산업 (8,320원 ▲70 +0.85%)개발도 강서구 화곡동 그랜드아이파크를 15% 할인하고 있다. 심지어 대주건설이 용인 공세지구에 지은 공세 피오레 아파트는 중대형물량 중심으로 최초 분양가의 최고 35%까지 가격을 낮췄다. 미분양 할인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전방위로 퍼지는 가격 인하 바람

미분양에 골머리를 썩는 것은 공공에서 공급하는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서울 마포에 공급하는 주상복합아파트 펜트라우 역시 28일 분양가를 낮췄다.


최초 분양가 대비 최고 2억5000만원, 평균 16% 인하된 가격이다. 이는 인근에서 최근 분양한 대우월드마크에 비해 3.3㎡당 평균 150만~590만원 싼 금액이라는 것이 LH의 설명이다.

건설업계가 가격이라는 '자존심'을 포기한 것은 2007년 이후. 하지만 본격적인 바람은 지난해부터다. 대우건설 (3,705원 ▼55 -1.46%)의 잠실푸르지오 월드마크 주상복합은 지난해 말 파격적인 분양가를 내놨다. 기존 분양가에서 8685만~1억8486만원을 낮췄다. 프로모션 직후 하루 두세건 씩 꾸준히 계약되는 등 가격 인하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격 인하는 강남권 재건축아파트 역시 예외는 아니다.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던 고덕아이파크 조합원은 가격을 더 낮추고 계약자 찾기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고덕아이파크는 2009년 분양당시 대부분 1순위 청약마감을 기록했지만 실제 계약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최초분양가의 9~10%를 할인한 데 이어 올 초 5%를 추가 할인하며 남은 물량 떨기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신규분양 가격인하 아직은 '미풍'

업계에 따르면 아직까지 신규분양 아파트의 가격 하락폭은 크지 않다. 그나마 몇몇 단지에서 주변시세나 과거시세에 비해 소폭 낮춘 수준이다. 아직까지 건설업계의 '간보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3월 초 분양했던 롯데건설의 부산 북구 화명동 롯데캐슬카이저 역시 가격 욕심을 낮춰 호성적을 기록했다. 평균 경쟁률 11.38대 1이었다. 분양가격은 3.3㎡당 평균 870만~880만원. 2009년 1차 분양 때와 같은 가격으로 공급한 것이 인기의 비결이었다. 당시 평균 경쟁률은 15대 1을 기록했었다.

우미건설이 4월 초로 분양하는 경남 양산신도시 우미린아파트는 3.3㎡당 분양가를 700만원대 중반으로 맞췄다. 주변 시세보다 30만원 정도 싸다. 720가구 모두 전용 59㎡의 소형으로 지어졌으며 1채당 1억9000만~2억원 수준이다.

신규분양 간보기가 계속되는 이유는 수익성과 관련이 있다. 분양가격을 높였다가 청약률이 낮아진다면 악성 미분양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미분양은 건설사의 유동성을 떨어트리는 대표적인 사례다. 뿐만 아니라 준공 때까지 계약을 마치지 못한다면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다. 재고물량을 소진하기도 쉽지 않거니와 추가 할인을 할 경우 기존 계약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수익과 직결되는 상황이라 파격분양가격은 등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분양가상한제 폐지 움직임이 일면서 가격인하는 더욱 요원하게 보인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연구원은 건설업계의 분양가격 인하 전망에 대해 "지역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지방 아파트나 수도권 오피스텔 청약열기를 비춰봤을 때 분양가격 파격인하는 어려울 것"이라며 "안 팔리는 대형 물량의 가격을 낮추고 잘 팔리는 중소형 물량의 가격은 높이는 식의 가격 조정을 통해 분양수익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