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세계7대자연경관 투표, 한남자의 사기극?

머니투데이 김민경 인턴기자 2011.03.3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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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네티즌이 블로그에 제주-세계7대자연경관 투표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해당 글 일부 캡처)↑ 한 네티즌이 블로그에 제주-세계7대자연경관 투표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해당 글 일부 캡처)


제주도는 물론 정부와 정치권, 언론까지 나서서 홍보하고 있는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투표'는 스위스의 한 민간단체의 수익사업 아이템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시끄럽다.

'아이엠피터'라는 블로그 운영자인 40대 남성 A씨는 30일 자신의 블로그에 '제주-세계7대 자연경관 투표는 대국민사기극'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제주도는 세계최초이자 유일한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이다. 이는 제대로 홍보하지 않고 있으면서, 민간단체가 벌이고 있는 수익사업에 국민의 세금과 통신비를 갈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주-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기관이 유네스코인 줄 알았는데, '뉴세븐원더스'라는 재단이었다"며 "이 재단의 웹사이트는 구글광고 등이 부착돼있고, 사무실과 연락처, 주소 등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며 "공신력있는 단체나 기관이라기보다 돈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민간주도의 사업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투표가 국제전화로 이뤄지고 있다며 "투표 1억명을 목표로 할 때 그 중 반인 5000만명이 전화투표를 한다고 가정하면 전화투표 요금만 72억원"이라고 통신회사가 이득을 챙기고 있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31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A씨는 "글을 본 네티즌들의 반응이 대부분 '유네스코'와 관련된 행사인줄 알았다는 것이다. 뉴세븐원더스 재단 홈페이지에도 단체조직도나 수익금활용내역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어 버나드 웨버라는 남성이 주도하는 이 재단이 매우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홍보효과에 대해서는 "그 재단 홈페이지와 직접 연결된 페이스북 사용자도 26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다른 큰 세계적 사이트들은 1000만명 정도인데, 그것과 비교했을 때 적은 숫자다. 신뢰성이 떨어지는 이 투표에 국가차원에서 집중하는 것보다 다른 홍보방법에 투자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관련 제주-세계7대자연경관 범국민추진위원회 박대석 사무국장은 "애초에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기관이 유네스코가 아니라 '뉴세븐원더스'라고 밝혔다"며 "유네스코와 관계있는 투표라고 홍보한 적이 없다. 해당 재단도 유네스코와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해명했다.


"뉴세븐원더스는 스위스의 비영리재단으로 앞서 '신(新) 세계 7대 불가사의' 투표를 진행했고, 그 결과로 선정된 곳은 60~80%의 관광객이 증가했다.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이 투표를 통해 우리나라도 제주도를 뚜렷한 국가브랜드로 홍보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통신사가 이득을 챙기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터무니없다고 했다. "홍보초반에 전화투표를 하기위해 국제전화를 이용해봤더니 1400원 정도의 요금이 청구됐다. KT를 포함한 통신회사에 단축번호를 지정해 번거로움을 줄이고 통신비를 낮춰줄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KT만이 이를 수락해 140원대로 수익을 거의 챙기지 않고 투표를 돕고 있다"고 해명했다.



"전화투표가 아닌 인터넷 투표는 무료다. 전화투표는 인터넷투표를 부득이하게 하지 못할 경우를 위한 절차이며 5000만명이 전화투표할 것이라고 가정해 KT가 72억원을 챙긴다는 주장도 타당하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지난 18일 추진위원회 위원장 정운찬 전 총리는 "일부의 우려와 달리 뉴세븐원더스 재단 정관에선 수익의 50%를 세계 문화 및 자연문화유산 복구에 사용토록 돼 있다"며 "빈곤퇴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UN의 공식 파트너이고 7대자연경관 프로젝트에도 수많은 국가가 신청했다. 만약 재단 공신력에 문제 있다면 많은 국가가 참여하고 UN이 함께 하겠냐"고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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