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를 신청한 LIG건설의 기업어음(CP)에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들이 강남 뱅뱅사거리에 있는 LIG홀딩스 본사 앞에 모여 LIG그룹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가정주부 송명희씨(49·서울 망원동)는 지난 10일 LIG건설 기업어음(CP)에 2억원을 투자했다. LIG건설이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불과 11일 전이다.
"뉴스 보고 깜짝 놀랐어요. 증권사에서 은행예금보다 금리도 높고 LIG그룹 계열사니까 안전하다고 해서 믿고 맡겼는데, 열흘 후에 그룹이 내팽겨 친다는 게 말이 됩니까."
29일 오전 11시30분 LIG건설 CP에 투자했던 50여명의 성난 투자자들이 강남 뱅뱅사거리에 있는 LIG홀딩스 본사 앞에 모여 'LIG그룹 규탄 시위'를 했다. 이들은 "LIG그룹은 LIG건설 회생을 책임져라", "LIG건설의 법정관리를 철회하라"고 외쳤다.
이어 "LIG건설의 대주주는 인수합병 전문회사인 TAS이고 이 회사는 LIG그룹 총수 일가와 LIG홀딩스에서 지분 100%를 갖고 있다"며 "LIG건설의 대주주는 사실상 LIG그룹 총수 일가이므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만약 법원이 LIG건설의 법정관리를 승인하게 될 경우 담보가 없는 CP 투자자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최악의 경우 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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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교육 때문에 전세를 좁은 데로 옮기니까 돈이 좀 남아서 여윳돈을 합쳐 1억원을 투자했어요. 처음에는 건설사라 위험해서 안하려고 했는데 증권사에서 우량한 그룹 계열사라고 계속 권유하더라고요. 금리도 연 7%라 은행 예금보다 높고 주식은 위험하니깐 싫고. 마땅히 굴릴 곳도 없어서 믿고 투자한건데……."
백씨는 "남편이 평생 직장생활하며 모은 돈을 그룹 총수들한테 바친 꼴이 됐다"며 "LIG그룹이든 증권사든 반드시 책임을 져 달라"고 눈물로 하소연했다.
코스닥 상장기업도 물렸다. 익명을 요구한 코스닥 상장사 재무담당자는 "회사 여유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지난해 4월 1년짜리 LIG건설 CP에 10억원을 투자했다"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날벼락처럼 법정관리로 직행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회사 차원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해 LIG그룹과 증권사를 상대로 문제 제기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LIG건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와 배임 여부 등을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는지 여부를 법률 자문사를 통해 검토중"이라며 "금융당국과 협의를 통해 투자자들의 채권 회수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