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의 두 얼굴, 방사능 공포 vs 정전 공포

머니투데이 홍찬선 기자 2011.03.2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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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 칼럼] 원자력 발전 중단하는 게 정답일까

일본의 주코쿠전력(中國電力)은 야마구치(山口)현에 건설 중이던 원자력 발전소 공사를 중단했다. 에다노 유키오 일본 관방장관도 새로 원전을 짓는 것은 미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안전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등 원자력 사용을 억제하려는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전이 대지진과 쓰나미로 파괴돼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면서 원전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이렇게 위험한 원전과 어떻게 함께 지낼 수 있느냐’는 감정적 호소가 먹혀들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우리가 거의 매일 먹는 우유와 시금치 같은 농산물과 식품은 물론, 수돗물에서도 유아에게 해를 줄 정도의 방사성요오드가 검출되는 상황에서 원전과 방사능에 대한 거부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5년전 원전사고가 있었던 체르노빌에서는 아직도 식물이 자라지 못하고 뱀보다 큰 ‘수퍼 지렁이’가 나타나는 현실에서 원자력의 위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원전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또 하나의 필수품인 전기를 만들어 주는 주요한 수단이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을 어렵게 한다. 일본은 이번 후쿠시마 제1원전 파괴로 엄청난 전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지역별로 시간을 정해 정기공급을 끊는 계획정전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전기수요가 많아지는 여름에는 전력공급량이 수요량보다 25%나 부족해 일본 전체에 계획정전을 해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기가 끊기면 현대 도시생활은 끔직하다. 고층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운행되지 않아 계단으로 오르내려야 한다. 지하철 운행회수도 줄어들어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공장도 멈춰 서게 되고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없게 된다. 이 모든 것은 지금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방사능 공포’에 버금가는 ‘정전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1890년11월, 일본의 제1회 제국국회가 열릴 때의 의사당은 나무로 만들어진 목조건물이었다고 한다. 돌로 된 견고한 의사당은 의회 개회에 맞출 수 없어 임시로 만들어진 목조 의사당이 만들어졌다. 그 목조 의사당은 이듬해인 1891년1월에 화재로 소실됐다. 원인은 누전이었다.

백열등이나 형광등이 아직 보급되기 전이어서 ‘전기는 무섭다. 전기는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전기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전선 및 전기기기 제조업체 등 산업계의 과제였다. 전선을 싸는 소재로 무엇을 써야 누전으로 인한 화재를 막을 수 있을까. 감전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은 무엇일까. 등등. 사람들은 지혜를 짜내 전기를 생활과 제품생산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만들었다.


일본에 원자력 발전소가 설립돼 ‘원자의 등’을 밝힌 것은 1963년이었다. 이바라기현의 도카이무라에 설치한 연구용 원자로에서 원자력 발전을 성공한 때부터다. 그로부터 50년이 넘었지만 원자력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기술을 확립하지 못한 것이, 이번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사고에서 여실히 보여줬다.

한국에서 원자력 발전이 시작된 것은 1978년4월부터다. 고리원자력 발전소가 1971년11월 착공돼 78년4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그 뒤 원자력 발전은 석유가 한방울도 나지 않는 한국에서 전기를 만들어 내는 주요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권 민주화 시위로 원유 값이 뛰어오르고 있다. 원유를 100% 수입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여간 부담이 아니다. 방사능 불안으로 원자력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높아지고 있다. 안전하게 그리고 경제적 비용으로 전기를 만들어 내야 하는 상황에서 보면 진퇴양난의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자력의 안전한 이용. 이것은 화석원료 자원이 없는 한국으로서는 숙명 같은 명제다. 아랍권 민주화 시위와 일본의 원전 폭발사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원자력의 안전한 이용을 100% 보장할 수 있는 이론적, 현실적 대응방안을 마련하는데 힘과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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